MBC·대덕넷·디트뉴스24 공동기획…"죽기 전에 아들 꼭 돌아오길"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지선이(가명). 세 살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란 지선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지선이가 세 살, 동생인 지석이(가명)가 두 살이 됐을 무렵, 지선이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한 뒤 모습을 감췄다.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한 지선이 아빠는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했던 터라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고 늘 힘들게 살아가는 딸이 안쓰러웠던 지선이 외가댁에서 지선이 엄마와 아빠를 이혼시켰던 것. 그때부터 두 아이들은 할머니 윤미정 씨(가명, 80) 손에 자랐다.

윤미정 씨에게 아이들 아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 그런 아들이 이혼을 당하고 혼자 자식들을 키우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윤미정 씨는 손주들을 데려왔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운지 3년 남짓의 시간이 지난 후 지선이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연로한 어머니가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며느리가 지선이 아빠에게 아이들을 돌보라고 이야기 했던 것.

이후 윤미정 씨는 아들이 살고 있는 서울과 아이들 할아버지가 혼자 지내는 대전을 오가는 일을 반복했다. 서울에 가서는 며칠째 치우지 못하고 있는 밥상에서부터 밀린 빨래에 청소를 하느라 하루 해가 짧았던 윤미정 씨. 그렇게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어느 날,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대전으로 내려온 아이들. 커가는 아이들과 씨름하기에 윤미정 씨 몸은 너무 빠르게 약해지고 있었다. 올해로 골다공증을 앓은지 8년. "집에서는 살살 돌아다녀도 바깥에는 혼자 다니지도 못해요. 애들 뭐 하나 맛있는 거라도 해주고 싶은데 힘없이 푹 주저앉아 무릎만 만지고 있어요."

윤미정씨는 작년 여름 수술까지 두 차례 양쪽 무릎을 수술했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걷는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애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움직여야지요" 수술을 마친 할머니의 결심이 더욱 굳어진 것은 지난해 아이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큰 이유가 됐다. "애들 할아버지는 자식들한테도 손찌검을 했고 나도 많이 맞았어요. 며느리들도 수 틀리면 때렸던 걸요. 생전 가정은 돌볼 줄 모르던 양반이었고 집에 쓸 생활비는 밖에서 탕진하고 들어오기 일쑤였어요."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고는 젊어서부터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워온 윤미정 씨는 "그렇게 키웠으니 애들이 넉넉하게 자라지도 못했고 지금도 다들 그리 넉넉한 형편은 못돼요. 그래서 나는 절대 생활비 달라 소리 못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실제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실수입이 보장된 곳은 없고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다 보니 생활보호대상자에서도 제외된 상태. 어느날 부터인가 윤미정 씨 앞으로 된 통장에 매달 30만원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윤미정 씨 슬하 3남매가 매달 10만원씩을 보내주기로 한 것. 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생활비지만 윤미정 씨는 여기에서 앞으로 아이들 장래를 걱정해 적금까지 들며 악착같이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윤미정 씨는 아이들을 보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생전 누구랑 싸우고 들어오는 걸 못 봤어요. 애들이 얼마나 순하고 착한지." 혹시 동생과 싸우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동생이 할머니한테 아직도 밥 먹여달라고 하는걸 보면 할머니 힘드시겠다는 생각에 동생이 미워질 때는 가끔 있어요"라고 답하는 지선이다. 종이접기가 재미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지선이.

"할머니가 우리를 키워주시는게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할머니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기특한 손녀다. 지선이가 좋아하는 만들기 분야로 대학에 들어가는걸 꼭 지켜보고 싶다는 윤미정 씨는 그런 바람에 앞서 얼마나 더 아이들과 함께 해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특히 동생 지석이 걱정에 윤미정 씨의 한숨이 길어진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인지 지석이는 정신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을 하든 가만히 앉아서 하지 못하고 심지어 TV를 보면서도 쉴새 없이 손을 흔들어댄다. 지석이를 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받을 계획을 세운 윤미정 씨는 진단이 내려지는 것도 두렵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해 한해를 힘겹게 보내면서 윤미정 씨는 집을 나가버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진다.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윤미정 씨.

잠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자다가 아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아이들을 키워오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때도 꾹 참았던 윤미정 씨는 끝내 아들의 이야기에 목이 메인다. "내 손자 새끼들을 보육기관에 보낼 수는 없고 그저 내 살아생전에는 내가 키울테지만 나 죽기 전에는 꼭 우리 아들이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으면 싶어요" 그 간절한 바람에 윤미정 씨의 목소리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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