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올해 2학년들 수학여행 어디로 가는지 들었어?” “못 들었는데. 어디로 가길래?” “달! 진짜 달! 심지어 플라이투더문 익스프레스호를 타고 간다더군.” “우와, 정말이야?” 은하 고등학교 학생들은 누구나 일주일에 3시간식 우주체험 시간을 통해 우주선 탑승 실험을 하며 우주 여행에 대비해왔지만,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 되자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우주복을 갖춰 입고 탑승을 기다리는 학생들 사이에는 침묵만 흘렀다. 몇 번의 답사 여행을 다녀온 선생님들마저도 잔뜩 힘을 준 모습이었다. 우주 공항 대기실에는 명랑한 목소리의 안내 교육이 흘러나왔다.

“은하 고등학교 수학여행단 여러분, 우주왕복선 탑승을 환영합니다. 지구인이 달에 발을 디딘 지 100년 만에 이젠 누구나 달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그 중에서도 특별한 행운을 누리고 계십니다. 달유람선 '플라이투더문-익스프레스호'를 통해 수학여행을 가는 최초의 학생들이 되니까요. 탑승에 앞서 기내 관리를 총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달무리’가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달 여행 되십시오.”

안내방송이 끝나자 게임 캐릭터 같이 아름다운 3D 홀로그램이 공중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소개 받은 달무리입니다. 여러분은 총 3박 4일 동안 달을 여행하게 됩니다. 달에서의 체류시간은 21시간 30분입니다. 이미 충분한 교육을 받으셨지만, 우주 여행의 주의 사항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우주인들의 괴로워하는 영상이 나타났다. “우주 여행 초기에는 우주인의 75%가 멀미, 식욕상실,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와는 달리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의 평형 감각을 유지하는 귀 안쪽 반고리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인데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얼굴이 붓거나 무중력 공간에서의 우주 멀미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죠. 우주 멀미 패치를 붙이지 않은 분은 없겠죠?

그리고 우주 공간에 도달하게 되면 머리로 피가 몰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텐데 그 것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 우리 몸은 중력의 영향으로 온 몸의 혈압이 조금씩 다 틀립니다. 그렇지만 무중력 상태가 되면 혈압이 동일하게 유지되어 상체 쪽으로는 혈압이 상승하고 하체 쪽으로는 혈압이 내려가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중력에 의해 눌려진 척추가 압력을 받지 않게 되어 2~5Cm 정도 키가 커지게 됩니다.” “와~ 정말 정말? 그럼 지구에서 178Cm 였 던 내가 우주공간에 가면 183Cm 까지 커지겠네~”

몇몇 학생들의 웅성임을 뒤로하고 3D 안내 캐릭터가 말을 이었다. “다음은 우주 공간에서의 세면과 샤워입니다.” 영상이 비닐 커튼에 쌓여 샤워를 하는 우주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물을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주의를 요하는 지는 충분히 교육을 받으셨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관광객들의 부주의로 관리 로봇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물방울들이 공간 속에 흩어지면 떠다니다가 우주선 기기로 스며들어 심각한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음식 부스러기나 먼지도 마찬가지죠. 지금까지 교육 받으신 대로 진공흡입기를 통해 철저하게 남은 물을 제거해주세요.” 누군가 “고작 3박 4일인데 난 안 씻어도 상관없어.” 라고 말하자 갑자기 너나 할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여행을 앞둔 긴장이 서서히 풀어지고 있었다. “주무실 때 떠다니다 다른 사람을 건드리거나 벽에 부딪쳐서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꼭 우주 침낭 안에 들어가서 몸을 고정시키세요.” 선생님들은 ‘지구에서 수학여행을 가도 안 자는 녀석들이 우주에 가서 얌전히 잠을 잘 리가 있나’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보고 있었다.

설명이 계속 됐다. “저희 우주선은 기내식으로는 총 110가지 세계 요리를 제공합니다. 모양은 모두 고체나 젤리 상태지만 맛은 정식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답니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암스트롱이 여러분의 식사를 봤다면, '달에서 아주 살아도 좋겠다'고 했을 거예요. 그는 고무처럼 질기고 맛없는 우주식을 먹었으니까요.”

영상이 빠르게 110가지 기내식 메뉴를 사진과 함께 보여줬다. “이상으로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질문 있으세요?”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화장실은 남녀 따로 있나요?” 흐릿해지던 홀로그램 영상이 다시 분명해지면서 말을 이었다. “아, 중요한 설명이 빠졌군요! 화장실은 2세트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남녀 분리해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 우주선의 화장실은 지구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화장실입니다. 용변을 보면서 창으로 지구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대신 사용법이 조금 복잡해요. 우주선 안에서 양변기를 쓰실 때는 엉덩이를 완전 밀착시켜 공기를 차단하고 지지대에 허벅지를 넣어 몸을 고정하세요. 자세를 완벽하게 갖추면 용변기 바닥이 열리게 됩니다.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공중에 떠다니는 용변과 만나게 될지 모르니 주의하세요. 남학생들은 소변을 볼 때 화장실에 설치된 1m 길이의 호스를 사용하세요. 전기환풍기를 통해 소변이 우주 밖으로 버려집니다. 그럼 탑승을 시작… ”

“저도 질문 있어요.” 한 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달을 걷고 있다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우면 어떻게 하죠?” “우주 유영 등 우주선 밖에 있을 때는 흡수내의 MAG을 입게 되니까 소변은 그냥 누셔도 좋아요. 나중에 버리면 되니까. MAG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오줌수거장치(UCD)나 1회용 오줌흡수트렁크(DACY)를 하시면 됩니다. 부끄러워 마세요. 우주인들은 모두 기저귀를 차고 있으니까요.”

설명이 끝나고 탑승이 시작됐다. 우주 공항에는 달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Fly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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