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유럽지역이 폭설로 때아닌 홍역을 치루고 있다. 안전을 우려해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까지도 이용이 통제될 정도다. 겨울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일반 노면보다 4~8배나 더 미끄럽기 때문에 자칫 바퀴가 헛돌기 마련이고, 사고의 위험이 훨씬 커진다.

이럴 때 제 몫을 단단히 하는 것은 역시 스노우 타이어다. 일반타이어에 비해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고, 제동거리도 20~40% 정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일반용 타이어가 10m 정도 미끄러져 제동된다면 겨울용 타이어는 6~8m면 된다는 얘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타이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스노우 타이어가 어떤 비밀을 안고 있다는 것인가. 스노우타이어의 제동거리가 짧은 것은 '트레드'라고 하는 타이어 홈(타이어 무늬)과 바닥에 밀착시키는 타이어 재질의 특성 때문이다.

트레드는 언뜻 보면 타이어에 7~8mm 깊이로 홈이 파여져 있는 단순한 모양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 타이어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트레드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타이어는 제동력과 구동력의 증가, 조정성과 안정성의 향상, 미끄럼 방지, 타이어 방열과 소음 발생의 감소, 승차감 향상 등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난다.

물론 패턴이 전혀 없는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어인 슬릭타이어도 있다. 하지만 통상 대부분의 타이어는 대략 리브형, 래그형, 블록형 등 3가지의 기본 트레드 패턴을 갖고 있고, 이런 패턴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리브형 형태는 일반 승용차 타이어에서 볼 수 있는 패턴으로, 타이어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지그재그형으로 홈이 패여 있다. 이러한 패턴은 소음이 작고 승차감도 좋기 때문에 포장로를 달리는 차량에 많이 쓰인다.

반면 래그형은 트럭이나 버스에 장착되는 타이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패턴으로 타이어 좌우로 홈이 패여 있는 모양이다. 소음이 많은 것이 단점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전후 방향의 강력한 힘을 받는 차량에 적합하다. 요즘에는 리그와 래그형을 혼합한 형태가 많이 쓰이기도 한다.

반면 스노우 타이어 트레드는 깊이가 깊고 블록패턴을 띄고 있다. 자동차가 눈길을 주행할 때 바퀴가 눈을 누르면 그 압력 때문에 수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퀴가 닫는 면적이 넓어지거나 이러한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차가 미끄러지게 된다. 그래서 깊은 트레드를 만들어 눈이 가득찬 노면에 바퀴를 찍어가면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블록패턴의 트레드는 바퀴 압력에 의해 생겨난 수분을 타이어 바깥쪽으로 잘 방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견인성과 제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전후좌우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타이어는 재질 역시 스노우 타이어의 제동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무에 카본블랙주1을 섞은 일반타이어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딱딱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 스노우 타이어는 기온이 낮아져서 고무의 재질변화가 적도록 합성고무에 모래에서 추출한 신소재인 실리카를 섞어서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겨울철에도 바퀴가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게 돼 눈길에서 마찰력을 높여주게 되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주게 된다.

눈 위에서 고무보다는 스펀지(발포고무)가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시 정리하자면 스노우 타이어의 트레이드가 깊은 건 눈 속에 바퀴가 깊게 박히기 위함이고, 약간 언 곳 에선 트레이드 보다는 스폰지 같은 미세한 재질과 자그마한 트레이드가 눈을 감싸쥐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타이어는 단순히 고무에 열을 가해 찍어내는 단순한 자동차부품이 아니다. 동그란 타이어 디자인 하나에도 과학이 숨어있는 것이다.

물론 스노우 타이어도 결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타이어에 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주행 중 소음이 일반 타이어에 비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손바닥을 오므리고 박수를 칠 때 소리가 크게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추운 겨울에는 마모와 연비가 일반 타이어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지만 여름에 사용하면 약 5~7% 정도 나빠진다는 점 때문에 경제성도 떨어진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눈이 많이 오지 않은 곳일수록 더 그렇다.

주1: 카본블랙 : 흑색의 미세한 탄소분말. 이른바 그을음에 상당하는 것으로 탄소입자의 크기는 1∼500mℓ이며 흑연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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