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정보공유, 투명경영 등의 중요성 강조

"끼(기술)있는 배우(엔지니어)더라도 팬(고객)을 만나야 비로소 스타(성공벤처)가 될 수 있다. 끼가 있더라도 팬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배우는 스타가 될 수 없다." "우린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이 오면 바로 차야 한다. 어느 세월에 코치와 감독의 허락을 받고 공을 찰 것인가. 의사결정하는데 시간 다 잡아먹고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4일 IT벤처CEO 과정 첫 강의는 한글과 컴퓨터의 전 하진 사장이 맡았다. 전 사장은 지난 95년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의 한글과 컴퓨터 CEO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마케팅의 중요성, 정보지식의 공유, 회사의 투명성 등에 포커스를 맞춰 강의했다. 다음은 전 사장의 주요 강의 내용.

마케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은 전세계시장의 0.38%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100을 목표로 뛴다면 우린 0.38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건 아니다. 우리도 100을 목표로 뛰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글로벌 마케팅이다.

우리나라는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절대 '쉬쉬'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아이템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시장에 다가선다. 그러면 주변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아낌없이 해준다. 그런 조언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나가면 결과적으로 영업권에 맞는 제품이 나온다.

세계시장 영업을 위해서는 그 지역실적에 맞는 사람을 적극 영입해라. 광주사람에게 부산영업소장을 맡길 CEO는 없을 것이다. 마케팅이 왜 중요한가? 미국인들은 프리배팅을 하는데 우리는 하프배팅을 하고 있다.

물량공세에는 못 당한다. 프리배팅하면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헐리우드를 보자. 유명배우에 막대한 게런티를 지불하지만 제작자는 그 몇 십배를 벌어들인다. 이게 브랜드다. 박찬호도 마찬가지다.

LA다저스가 박찬호한테 1천만불을 주면 TV중계권료, LA교민들 등에서 그 열배는 빼먹는다. 이게 마케팅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시스코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당신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뭐냐고. 대답은 '6개월 이후 이 업계의 표준이 될 것'이었다.

그 표준이 나오면 그들은 수소문하고 곳곳을 뒤진다. 결국 찾아낸다. 그리고 그 표준을 사들여 시장을 리딩한다. 6개월 후 경쟁업체가 나올때 쯤이면 그들은 휘파람을 불며 다음 6개월 후 시장을 이끌 표준을 찾아 떠난다. 이것 역시 마케팅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은 이것저것 다한다. 각진 얼굴의 박경림이 뜨고 엽기적인 싸이가 뜨는 세상이다.

바로 전문성(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즉 '우리 기업의 컬러는 이것이다'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 하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하나를 갖고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등을 타고 스타가 되야 한다. 혼자 다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M&A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세분화된 각 분야가 순간적으로 조립돼 상품화되고 이걸 빨리 판매하고 다음 아이템을 생각해야 한다.

정보지식을 공유하라 한컴에서 2년이란 세월동안 10개이상의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자산과 자본금도 늘리고 사옥도 이전했다. 그리고 여러 법률소송건도 해결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이었다.

한컴에서는 실무자가 일을 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장을 포함한 170명 전 직원에서 메일을 보낸다. 메일을 읽고 아는 사람은 바로 답을 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또 한글 워디안이 나왔을 때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버그 페스티벌'을 벌였다.

170명이 앉아서 1천여건의 버그를 잡아냈다. 물론 담당자는 그 때마다 바로 수정을 했고 이 모든 과정은 직원들과 동시에 사장에게도 중계됐다. 지식이라는 것은 공유할수록 커지는 것이다. 공유하면서 속도전을 벌여나가는 것이 현대사회의 기업이다.

투명경영의 중요성 기존의 기업은 투명성을 가질 수 없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벤처는 펀딩을 받기 때문에 투명성을 가질 수 있다. 한컴에서 7천7백만불의 해외투자를 받아오면서 많은 외국 투자자들을 만나봤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겉모습을 보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외상 매출금부터 본다.

즉 외국투자자들은 X-레이를 들이내고 그 속을 보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겉옷을 본다는 말이다. 투자를 얻기 위해서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투명경영은 중요하다. 외국투자자에게는 신뢰가 한 번 어긋나면 끝장이다. 우리나라의 CFO들은 회사가 어려우면 편법도 마다하지 않지만 이런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는 마인드다.

CEO여! 혁신가가 되라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CEO의 임금을 보자. 중국은 대졸초임의 2배, 한국은 5배, 일본은 7배, 미국은 160배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CEO들은 품질관리, 생산성향상, 기술개발 등을 하는데 반해 미국의 CEO는 혁신을 한다. 꿈을 갖고 혁신가가 되어보라. 그리고 꿈과 현실의 차이를 에너지로 메워보라.

사장이 꿈을 크게 갖고 있으면 현실과의 갭이 생기지만 이 부분은 에너지로 메울 수 있다. 하지만 꿈조차 없다면 회사는 에너지가 없고 조직원도 비전을 가질 수 없다. 꿈을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하라. 이 꿈은 반드시 직원과 주주 등이 함께 해야 하며 이 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조자가 주변에서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개 엔지니어들은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만 그 기술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또한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마음을 열고 내 기술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빠른 시일내에 시장을 찾아서 그것을 현금화할 수 있는가를 고심하라.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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