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국가기술 정보 공개 '논란'..."누구를 위한 공개?"

지난 1일, 우리나라 인공위성의 기술이전 핵심 정보가 언론 지상을 통해 발표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00㎏급 소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는데 필요한 발사체 기술(KSLV-I)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이계경(국회 정무위)과 김석준(과학기술정보통신위) 의원은 항우연의 발사체 기술 이전 핵심정보를 면밀하게 파헤치며 대 언론을 상대로 일반 대중들에게 국가 우주개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 의원들은 "항우연이 이전받는 기술은 소형위성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위성 발사 기술을 이전받은 인도보다 2배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주개발 국가들 사이 민감한 정보사항인 기술이전 계약금액과 일정, 기술 개발 계획까지 공개하면서 우리나라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 이전에 대해 귀추를 주목하고 있던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 고스란히 맛있는 미끼를 던져줬다. '

기술이전국으로부터 바가지를 썼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주요 언론에 공개되자 우주과학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국가 과학기술 중요 정보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국익에 반하는 정보인지 아닌지는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

국내 유명 우주과학자중 한 사람은 "한국의 우주기술 발전을 국회가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상징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강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특히 발사체 기술이전을 경험한 바 있는 A 과학자는 이계경 의원과 김석준 의원의 '바가지 썼다'는 주장은 신뢰성있는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여년간 인공위성 관련 정보를 수집해 온 그는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1억불을 들여 이전받은 로켓 기술은 항우연이 이전받고자 하는 기술보다 수십분의 일 정도 규모"라고 주장한다. 항우연이 이전받는 기술은 로켓 1단을 중심으로 한 발사체 전체적인 기술이지만 인도가 이전받은 기술은 로켓 상단의 소규모 기술이전에 해당한다는 설명.

또 인도가 기술이전 받은 시점은 10여년 전 일어난 일로 현재의 기술이전 가치를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덧붙인다. 인공위성 발사체 핵심기술을 이전받는 항우연 연구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 이번 기술 이전 추진에 대해 높은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원자력 기술개발이 세계적으로 감시가 심한 것처럼 국가 우주개발 기술 정보도 국가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 기술이전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첨단 벤처기술도 中에 일방적 공개...기술 카피, 종속 '우려'

국내 과학기술 정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국익에 반하는 사례가 유독 항우연 인공위성 기술 이전 사례에만 해당하진 않는다. 산업계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핵심 정보기술 유출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달 중국 중관촌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첨단 IT 벤처기업들이 만나는 기술교류전이 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중국 칭화대학 입주 및 출신기업들이 만나 각자의 제품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이 전시회에서 KAIST측 30여개 기업들은 자사의 최첨단 IT 제품들을 상세히 발표하며 중국의 희망 거래업체를 찾았다. 한국의 핵심기술 샘플을 가지고 중국에 기술을 팔러 간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측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자기 기술을 공개한 사례는 전무하다.

한국과의 단순한 기술교류는 선호하지만 기술 정보의 무분별한 교류는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채환 대덕밸리정책자문관은 "주변 아시아 열강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기술을 순진하게 공개하는 행위는 국가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특히 기술 복제가 심한 중국으로의 기술정보 유출은 기술 종속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기술정보 유출 정부가 막는다...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지난해 세계에서 3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우주로 쏘아올린 중국이 인공위성 기술개발 정보를 다뤘던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모든 우주선 개발기술 정보를 국익 차원에서 보호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15일 중국이 세계 3번째로 유인 우주선(선저우 5호) 발사를 성공했다. '우주강국 중국'을 선포하는 이 사실은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우주선을 탄 인민해방군 소속 양리웨이도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러나 선저우 5호가 수십년간에 거쳐 개발됐지만 개발 과정에서 관련 기술들이 어떻게 개발됐고, 또 어디서 기술을 이전받아 왔는지에 대한 소식은 외국은 물론이고 중국 내부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몇몇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만 있었을 뿐이었다.

중국 정부는 추측성 보도에 대해 아예 대응하지도 않았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에 정보를 유출당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정보 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국익을 좀 더 생각하며 우주 기술개발을 비롯한 전체적인 국가 과학기술 정보를 보호하려는 의식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익 우선 科技정보 마인드 緊要..."주변 경쟁국 보는 시각을"

항우연은 발사체 핵심 기술을 도입, 수년 내 '우리의 위성을 우리의 발사체로 쏘아올린다'는 인공위성 국산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기술 개발과 연관된 유일한 정부출연연구 기관으로 해외에서 도입한 기술을 최대로 활용, 자력으로 기술 국산화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항우연 과학자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각계 각층의 인사들은 머지 않아 우리나라도 우주 과학기술의 부국(富國)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항우연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정부출연연구소와 민간연구소, 대학, 그리고 상당수 중소벤처기업들도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해 내는 등 나름대로 국가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데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첨단기술의 전투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의 현실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의존을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시기에 열강국가들 사이에서 무분별한 국가 과학기술 핵심 정보 유출은 국가경제의 장래를 좌우할 과학기술 개발에 사기를 꺾고 후손과 국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

연구단지 한 과학자는 "열강국들은 실용화에 필요한 기초기술이나 2류기술은 팔지 모르나 첨단기술은 보여주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한국도 이제 아시아 주변 경쟁국들을 염두하는 과학기술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