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지 주요기관 감사에 노사모 등 임명...과학경쟁력 향상시킬 진정한 개혁인사 절실

"과학기술계가 전리품(戰利品)인가?"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판에서 자란 사람들을 임명해 정말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가?" "참여정부의 개혁이 과학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정계에서 소외받던 식구들의 업그레이드인가?” 지난주초 한국과학재단 신임 감사에 박재구란 분이 임명된데 대한 과학계의 반응입니다.

개인이 무자격이라서가 아니라 과학과는 무관한 인물이 연이어서 연구단지내 감사에 임명된데 대한 항의와 비판의 목소리입니다. 참여정부 출범이래 대덕연구단지에는 세 명의 감사 인사가 있었습니다. 2003년 9월 ETRI 김영완 감사, 2004년 2월 한국조폐공사 조성두 감사, 그리고 2004년 5월 과학재단 朴 감사.

과학과는 무관,노무현 캠프와는 유관

세 분이 다른 경력들을 갖고 계신 가운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그동안의 생활이 과학과는 무관하고 노사모 혹은 열린우리당과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ETRI 金 감사는 노무현대통령후보 대전충남지역 조직특보를 역임했고, 한국조폐공사 趙 감사는 열린우리당 대전 지부에 관계했으며, 과학재단 朴 감사는 열린우리당 충북 제천 지구당에 공천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朴 감사는 열린우리당 과기특위 위원 경력이 있기는 합니다만 최근의 일로 그 전에는 과학기술계와는 별다른 연고가 없으신 분입니다.

과거 공기업이나 출연연의 감사 자리는 일종의 전리품으로 선거후의 논공행상에 따라 나눠먹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은 모든 사람들이 묵인하던 일인만큼 어찌보면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과민반응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연고 인사 再版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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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여정부가 대선과 총선때 밝힌 것이 변화였고, 여기에는 기득권의 포기도 포함됩니다. 盧 대통령이 국정원의 힘을 정치에 쓰지 않은 것이나, 국고 보조금 등 돈을 갖고 지방정부를 조정하지 않은 것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러한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표를 던져주었습니다. 연고가 아니라 실력에 의해 경쟁력있는 국가를 만들어가자는 것이었죠. 여기에 참여정부는 과학기술계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바로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 많은 과학기술인들은 공감을 표했고, 침체됐던 사기도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ETRI 金 감사의 임명을 놓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변화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구두선에 그친 듯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경력으로 보아 과학과는 무관하고 집권세력과는 유관하다는 이유 외에는 그가 ETRI 감사에 임명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어 올 2월에 연구단지내에 자리잡은 조폐공사 감사에 같은 색깔의 사람이 임명됐고, 또 최근 과학재단 감사마저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참여정부의 변화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감사 역할 긴요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바라는 변화는 연고가 아닌 실력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정치색 짙은 인사가 일부 연구원 감사로 오기는 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과학기술계 출신 인사들도 감사로 와서는 국록만 축냈다는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때문에 감사들에 있어서도 단순히 자리만 지키고 대우만 받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경쟁력 향상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새로운 역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잇딴 비과학계 인사의 감사 임명을 놓고는 열린우리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과학기술중심사회의 구현은 말로는 안되는 것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기관장을 견제 혹은 협력하는 감사의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과학재단은 한국의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곳으로 여기에서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20년,30년 뒤의 한국과학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때문에 기관장과 함께 힘을 합쳐 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계를 설득도 하고, 과학계의 결속을 다지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너무 했다"

그럼에도 과학계와는 무관한 분들이 잇따라 감사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모 인사는 “어처구니 없다,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엉뚱한 사람들이 요직에 임명되는데 진실로 개혁을 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합니다. 감사란 자리는 과학자로서는 올라가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기사 딸린 승용차에 높은 연봉 등 기관장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습니다. 할 일도 적잖습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기관장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만큼 반대로 기관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성헌 의원(한나라당)은 “정보통신과는 무관한 정치적 인사가 파행적으로 임명되며 과학기술인 사기를 꺽었다”면서 이의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인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며 과학기술계 사람들은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고로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 기관 가운데 감사가 있는 기관은 ETRI, 과학재단, 한국조폐공사, 원자력연구소, KAIST 등 5곳 입니다. 앞으로 참여정부 임기내에 감사 인사가 남은 곳은 KAIST가 내년 4월에, 원자력 연구소가 내년 12월입니다.

앞으로의 인사가 어떻게 될지와 함께 감사로 선임된 인사들이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주실지를 과학인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자(庶子)지만 효자(孝子)가 됐으면 하는 것이 순둥이 과학기술자들의 순진한 바램입니다.부디 기대에 부응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석봉 · 김요셉 기자 factfind@hellodd.com

참여정부 전후의 감사 약력 비교
<과학재단 감사>
■ 신임 박재구 감사 (朴在九, 43세)
□ 학력
ㅇ 충북 제천고등학교 졸업(1981)
ㅇ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1999)
□ 주요경력
ㅇ 천일고속 노조 사무국장(1993)
ㅇ UNI 컨설팅 대표(1994)
ㅇ 공보처 전문위원(1998)
ㅇ 시민개혁포럼 사무국장(1998)
ㅇ 와우북 이사(2001) ㅇ (사)한국 인재연구원 상임연구위원(현)
□ 특기사항
ㅇ 개혁국민정당 과학기술위원회 위원
ㅇ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현)
ㅇ 열린우리당(준) 과학기술 특별위원회 위원

■ 前 정 병 옥 감사 學力
1966.3 - 69.3 : 춘천 고등학교
1970.3 - 77.2 : 동국대학교 법정대 (정치외교학)
1977.3 - 77.9 :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일반기업)
1969.5 - 69.11 : 미국 Maryland 주립대 분교 (상법, 국제법) 敎育
1980.6 - 80.7 : 원자력 행정요원 교육 (원자력 산업회의 주최)
1982.12 - 83.3 : 미국 BURNS&ROE사 파견교육 (Project Manager, Project Admin.) 主要經歷
2001. 4. 17 - 현재 한국과학재단 감사
1998. 10 - 01. 4 한국과학재단 미국주재 사무소장
1997. 9 - 98.10 한국과학재단 국제협력실장
1997. 6 - 97. 9 한국과학재단 조사역
1996. 12 - 97. 6 한국과학재단 전문위원, IAEA 사무총장 진출 선거 대책본부장
1996. 2 - 96.11 과학기술처 기술협력국 자문관
1989. 6 - 96. 2 한국과학재단 국제협력부장 (책임행정원)

■ 김영완 감사(金榮浣, 51세) - 학 력 목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 경 력 [기관경력] . - .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 - . 한겨레신문 대전지사장 . - . 새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대전충남지역 조직특보 . - .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 - . (사단)5.18 민주화운동희생자회 이사 . - . 한국수양부모협회 대전지부장 . - .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2003.09 - . [現]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감사

■ 前 안영칠 감사(安永七, 60세)
- 학 력   
- 1969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 1974 경희대학교대학원 행정학 석사   
- 1989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대학원   
- 1994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
- 경 력    
- 신민당 상무위원    
-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 창립 1986.
- 연청 중앙회 상근부회장    
- 연청 중앙회 중앙의장
- 민주당,국민회의 중앙당 부의원장 1995.
- 전라남도의회 의원 1995.
- [現] 광양권환경정책연구소 소장 1997.
- [現] 선남장학재단 이사장 1998.09
- 2003.09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감사 1978.
- 영국 캠브리지대 국제정치문제연구소 수학 <조폐공사>

■ 現 조성두 감사 (趙成斗, 50세)
학력 및 경력
1973. 2. . 대전고등학교 졸업
1974. 3.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입학
1988. 2.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항공공학과 졸업
1994. . . 공동선실천운동연합 사무국장
2001. . .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위원장(남북특위 운영)
2002. . .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사업단장
2003. .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외교통일안보분과)
2003. . .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기획단 자문위원
2004. 2. 13. ~ 2007. 2. 12. 한국조폐공사 감사

■ 前 조명구 감사(趙明九, 48세)
- 학 력 1974 청주고등학교 1981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 경 력 [기관경력]
1982. -   .  한국일보 편집부.정치부 기자
1994. -   .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1997. -   .  한국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1997. -   .  한국일보 충청권 취재본부장
1999.07 - 2000.03 한국일보 정치담당 논설위원
2001.01 - 2004.02 한국조폐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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