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 생체기능 조절물질 사업단장 임명

8일 21세기 프론티어 연구사업의 생체기능 조절물질 사업단장에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사장(53)이 선정됐다. 조중명 사장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어떤 회사인지를 알아본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려한 휴먼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선장인 조중명 사장은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장(전무) 출신으로 국내 최초의 신약으로 꼽히는 퀴놀론계 항생제인 팩티브 개발을 총괄했고, 공동창업자인 김성호 교수(버클리대)는 전달리보핵산(tRNA)의 3차 구조를 발견, 생체내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는지를 밝혔으며 암의 원인 물질 중의 하나인 Ras 단백질의 입체구조도 밝혀내 노벨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대덕밸리 바이오커뮤니티인 인바이오넷에 자리잡은 크리스탈지노믹스에는 직원 16명 중 14명이 연구인력이다. 여기다 강철희(워싱턴대), 최승현(미 솔트연구소), 서세원(서울대 화학), 오병하(포항공대 생명공학), 정진하(서울대 분자생물) 등 10여명이 기술자문단으로 참여, 연구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종전에는 신약개발에 있어 시행착오(trial & error)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경쟁력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구조유전체학(structural chemogenomics)으로 단백질의 3차 구조를 밝히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구조유전체학은 IT기술을 활용,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3차원으로 분석함과 동시에 그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물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 현재 미국 내에서도 막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을 만큼 초기 단계에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이미 X선 방사선 결정 기술, 핵자기공명학 기술 등 기초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연구원들의 직관력과 상상력을 동원 신물질의 구조를 찾아내는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당 2천억원이나 하는 씽크로트론과 NMR 장비(15억원), 엑스레이 등의 실험장비가 필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포항공대에 만들어 놓은 씽크로트론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고 과학기술원과 서울농대의 NMR, 엑스레이 장비까지 활용해도 연간 1천5백만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독자적으로 혹은 SK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연구과제는 1백여개 정도. 대부분 연간 3천2백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의료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들이다. 지놈프로젝트에 의해 인체 내 30억개에 달하는 염기서열이 밝혀졌지만 이 중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맥은 3천~1만 종으로 추정되는 질환유전자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다.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게 되면 질환이 있는 부위에 작용하는 새로운 단백질(신약)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예컨데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이를 회피하는 구조를 갖는 신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5백여개 단백질의 기능 정도가 알려져 있는 상태인 만큼 먼저 구조를 파악하는 기업이 최소 연 1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벤처기업이 10년 이상의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을 내놓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는 만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3차원 구조 파악, 선도물질(신약 직전의 물질)과 신약개발 등 다양한 단계에서 대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은 크리스탈지노믹스가 하고 생산과 판매는 SK 등 대기업에 넘기는 방식이다.

조사장은 "나스닥에 상장된 버텍스(Vertex)사의 경우 10개의 단백질 구조를 밝혀 냈을 뿐 매출이 거의 없는데도 자산가치가 46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크리스탈지노믹스도 내년 상반기 중에 단백질 2종에 대한 3차 구조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백60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대기업 바이오연구소장직을 버리고 벤처기업을 창업,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조사장은 "대기업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어 합류시키고 싶어도 예산확보 등 결재시간 때문에 연구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경우가 많았다"면서 "벤처기업에서는 의사결정이 빨라 최소 2~3배 이상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지놈프로젝트에서 미국 등 15개 국가가 컨소시엄을 통해 인체 염기서열을 파악하는 데 30억 달러의 예산이 들었지만 셀레라사는 2억5천만 달러를 쓰고도 기간을 2~3년 단축시켰다는 점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조사장은 이 말로 대신했다.

<대덕넷 유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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