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감 20여일간의 대장정 마무리
과학기술 이슈 대신 조국 전 장관·KIST 핫이슈
과학기술 더이상 들러리 돼선 안돼

과학기술계 관련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를 끝으로 2일부터 열린 긴 국감이 종료됐다. 하지만 과학기술 이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장 발등의 불인 일본수출 규제, 출연연 R&R 등 연구현장의 문제는 잠시 언급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가 과방위 국감장을 채웠을 뿐이다.
 
조 전 장관 이슈는 지난 2일 열린 첫 과기부 국감부터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공식 질의 시간 전부터 조 전 장관 문제에 매달렸다. 야당의 한 의원은 조국 전 장관 딸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KIST의 자료제출 거부가 과기부의 압박 때문이라며 과기부에서 입장을 밝히라고 나섰다.
 
문미옥 과기부 제1 차관 자녀에 대한 부정 인턴의혹도 이날 제기되며 의원 간 찬반 논의가 핑퐁처럼 오갔다.
 
문 차관은 이날 여러 의원으로부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 재임시 대부분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던 온라인 멘토링 사업에 딸이 참여했고 멘티 장려상 포상을 받아 서울대 입시에 활용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자녀에 대한 개인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의원도 있었다. 일부 의원은 국감장에서 인사 청문하듯 개인신상정보를 달라는 것에 불편함을 표시했다. 특히 자녀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니냐, 무작정 요구했다가 아니면 어찌할 것이냐는 의견을 냈다. 사생활 관련해 거부할 권한이 있다며 법 조항까지 들고 나서는 의원도 있었다.
 
이런 반응에 한 의원은 "동료의원 질의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이 어떤 중증을 앓는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그 중증을 꼭 과기계 국감장에서 찾아야 했을지 의문이다.
 
10일, 11일 25개 출연연과 과기부 직할기관 대상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10일 국감 취재를 담당했던 후배 기자는 지난 2일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차이점을 묻기까지 했다. TV 재방송을 보듯 똑같은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좀 다른 점을 찾자면 조 전 장관 딸의 인턴십 확인서가 발급된 KIST를 향한 집중 질의였을까. 이날 이병권 KIST 원장은 국무위원석 가운데에 앉아 KIST 출입, 인턴확인서를 쓴 연구자에 대한 징계, KIST 조형물에 새겨진 조 전 장관 딸 이름 삭제 등 집중 질의를 받았다.

질의하는 의원들은 달랐지만, 묻는 내용은 거기서 거기였다. 이병권 원장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도 똑같았다.
 
물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발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당 의원들은 현 정권과 연관있는 조 전 장관 이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니 전혀 과학기술이 거론 안 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조 장관 이슈로 과방위 뿐 아니라 다른 국감장도 풀어가야 할 현안이 도마 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듯 하다. 국감장을 빠져나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타 부서 관계자들이 소근대며 "올해는 조국 사태 덕에 큰 이슈 없이 무사히 넘긴다"고 한 말은 더욱 씁쓸하게 한다.
 
조국 장관은 결국 지난 14일 사퇴를 발표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는 현 대한민국의 연구비 남용, 연구 부정과 연관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한가지 이슈, 정치적 공방에 풀어야 할 많은 사안이 거론조차 안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무엇을 위한 국감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이유다.
 
2019년도 국감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해묵은 과제는 그대로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외쳐온 PBS 개선, 출연연 R&R, 연구행정 효율화 그리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다뤄야 하는 소재 부품 장비 이슈 등. 내년엔 과학기술 이슈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까. 더는 과학기술이 한 인물, 정치적 공방으로 들러리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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