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의원, 5년간 93건 중단 세금 610억원 투입
"새로운 분야 위해 필요 vs 정량적·정치적 개입 우려"

"출연연 연구 과제 모두 결승선까지 통과하도록 한다면 주어진 예산, 인력으로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어렵다. 불성실이나 평가성적표가 낮은 과제는 중단해야 건전한 연구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불성실이나 표절 등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사전에 기획돼 진행되는 연구과제를 중간평가로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 더구나 신임원장이나 정권 교체로 연구가 중단되는 것은 연구 환경을 황폐화 시키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진행되는 연구개발 과제 중 최근 5년간 93건이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며 연구 현장의 공방이 뜨겁다. 진행되는 과제를 평가 성적표로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과 새로운 분야를 위해 과감히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과제는 기관 주요사업·정부수탁·민간수탁 세가지로 구분된다. 과제별로 연구비 규모는 다르지만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김성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출연연 기관별 수행 중단 연구 사례'를 통해 25개 출연연에서 주요사업 18건, 정부수탁 72건, 민간수탁 3건의 과제가 중단되면서 610억원(연구비 환수금액제외) 규모의 세금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국가과하기술연구회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연구회 소관 출연연의 최근 5년간 연구과제 중단 사례를 발표했다.<사진= 김성수 의원실>
김성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국가과하기술연구회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연구회 소관 출연연의 최근 5년간 연구과제 중단 사례를 발표했다.<사진= 김성수 의원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25개 중 중단 과제가 많은 출연연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세 기관의 손실 연구비는 400억원에 이른다.

에너지연은 전체 321개 과제 중 주요사업 14건(210억원), 정부수탁과제 988건 중 8건(80억원)이 중단됐다. 전기연은 정부수탁 355건 중 11건(약 100억원), 식품연은 정부수탁 244건 중 5건(17억원)이 중단됐다. 에너지연은 주요사업 14건이 중단돼 다른 기관에 비해 중단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수탁과제 중 가장 많은 과제가 중단된 기관은 23건을 기록한 ETRI, 전체 2204건중 1.04%를 차지한다.

연구과제가 중단된 데는 연구부정행위, 연구결과 미흡도 있지만 정부수탁과제 중단 사유는 주관기관의 경영악화가 다수다. 에너지연은 중단 정부수탁과제 8건 중 6건이 주관기관에서 경영악화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중단됐다. 주요과제는 평가결과는 보통이상을 받았으나 상대평가 결과 하위 10%에 해당되며 연구가 중단된 상황이다. 식품연과 전기연의 연구과제 중단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에너지연 관계자는 "2017년 이전까지는 매년 내외부 평가위원을 구성해 연구과제를 평가하고 10~20%선에서 중단 연구과제가 결정됐다. 평가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현장에서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연구부정이나 표절은 심각한 상황으로 중단이 필요하다. 또 중간평가 성적이 좋지 않은데 끝까지 가는 것도 문제가 크다. 올바른 연구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단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연구과제 의사결정 체계인 '스테이지 게이트'를 도입해 점검하고 있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과제 자체를 평가하는 것으로 모두 통과할수도, 모두 중단될 수도 있다"면서 "2017년부터 도입한 스테이지 게이트 시행 후 기관차원의 기술료 수입은 늘었다. 새로운 연구와 연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 평가 후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부정이나 불성실 등 심각한 오류가 아닌 경우 연구과제는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연구 중요도보다 정량적 평가 등으로 상대평가 후 과제별로 줄세우기하고 중단하는 것은 연구개발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특히 평가자의 역량이나 원장의 정치적 입김이 배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제를 중단시킨다는 것은 파장도 크고 내부적으로도 복잡하다. 외부에서 온 원장의 경우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과제나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려면 의지를 가지고 할 필요도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자료를 발표한 김성수 의원은 "중단 과제 중 90% 이상 진행된 과제도 5건에 이른다. 상당기간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과제들이 멈춘 것"이라면서 "연구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할 수는 있지만 결과물도 못내고 중단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연의 주요사업과 정부수탁 과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보다 정교한 과제 기획, 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와 연구부정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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