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과 의료기기, 의학, 생명공학 등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산업의 중심지를 꼽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보스턴(Boston)’을 꼽을 것이다.

보스턴 클러스터는 1978년 제약사 ‘Biogen’이 케임브리지에 자리를 잡은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으며, 특히 최근 10년 간 관련 분야 취업률은 2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쟁력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매스 바이오(Mass Bio)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보스턴 대도시권엔 상위권 18개의 제약회사와 10개의 의료기기 회사가 위치하고 있다. 바이오텍 기업만 1,000개 이상이다. 이중에서 약 500여 개의 기업이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한 배경엔 우수한 인적자원과 연구 네트워크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 대학인 하버드 대학,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보스턴 대학, 터프스 대학 등이 위치해 있으며, 생명공학의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다. 2017~2018 학년도를 기준으로 보스턴 29개의 대학교의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 재학했던 학생만 약 13만 9,000명 이상이다. 보스턴 전체로 확장했을 때 25세 이상 거주자 중 46%가 학사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평균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보스턴의 인적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및 대학, 병원이 집중되어 있는 Kendall Square.<이미지=MIT Technology Review>
글로벌 대형 제약사 및 대학, 병원이 집중되어 있는 Kendall Square.<이미지=MIT Technology Review>
우수한 병원이 함께 위치해있다는 것 역시 보스턴의 강점이다. 세계적 의료캠퍼스인 LMA(LongWood Medical Area)에선 Harvard Medical School,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Brigham and Women’s Hospital, Children’s Hospital, Dana-Farber Cancer Institute,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Joslin Diabetes Center 등 병원과 보건의료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활발한 활동은 미국국립보건원(NIH)의 기금 확보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스턴은 2018년 24억 5,700만 달러 규모의 NIH 기금을 확보했다. 이는 1992년 이후 24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NIH 기금을 확보한 것이며, 이 기반엔 LMA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보스턴의 기금 분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NIH 기금을 받는 미국의 기관은 대학이 72.5%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다. 이어서 연구소(9.4%), 병원(8.9%), 민간기업(6.9%) 순이었다. 보스턴은 이런 양상과는 달리 병원이 66%로 가장 많은 기금을 수령하고, 다음으로 대학이 30.9%의 기금을 가져간다.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Brigham and Women’s Hospital,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는 미국 내 병원 중에서 가장 많은 NIH 기금을 수령하는 Top 3 병원이다. 특히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경우 미국 전역의 수령금 상위 20개 기관에 포함되는 병원이다. 즉 보스턴은 앞서 언급한 병원과 대학 중심 연구에 NIH 기금이 더해져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막강한 자본 투자에 따른 바이오벤처의 성장 역시 돋보인다. 먼저 최근 10년 보스턴을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준 건 매사추세츠 주 정부였다. 전 주지사였던 디벌 패트릭(Deval Patrick)이 바이오 단지 조성을 위해 10년 간 10억 달러를 투자한 ‘매사추세츠 생명과학 이니셔티브(Massachusetts Life Science Initiative)’는 매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Mass Life Science Center, MLSC)와 매스 바이오(Mass Bio)를 축으로 보스턴의 바이오 역량을 한 층 더 끌어올렸다. 현재 주지사인 찰리 베이커(Charlie Baker)도 이를 이어 지난해 6월 매사추세츠 생명과학 이니셔티브를 재승인하며 보스턴 클러스터의 성장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자본의 투자도 이어진다. 지난해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의 규모는 61억 6200만 달러다. NIH 기금과 합치면 총 10조 원이 넘어가는 규모다. 
 

 

 

LabCentral에선 활발한 교류활동 및 공용장비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하다.<이미지=LabCentral>
LabCentral에선 활발한 교류활동 및 공용장비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하다.<이미지=LabCentral>

연구환경과 인력, 그리고 지원에 이어 공간 역시 돋보인다. 2014년 문을 연 랩센트럴(LabCentral)은 현재 각국 바이오산업계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랩센트럴에 입주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개별 공간에서의 연구는 물론, 공유 공간의 고가 연구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교류 공간에선 입주 기업 간 아이디어 공유부터 주변의 제약사, 병원, 대학, 벤처캐피탈 등과 네트워크를 쌓아나간다.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에선 MIT의 밥 랜거(Bob Langer) 교수의 사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랜거 교수는 제약사와 병원, 대학, 벤처캐피탈, 정부 등 관련 분야 종사자와 수시로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랜거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 수가 1,250건, 특허는 1,050건이다. 이는 랜거 교수를 비롯해 보스턴 클러스터 내부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업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보스턴 클러스터에서 작년 한해 출원된 특허 수는 7,565건으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병원 중심의 메디클러스터에 맞는 전략과 육성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각 병원에서 매년 의료 정보가 DB화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MIT, 보스턴 대학 등 대학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진다. 또한 임상실험 연계와 공동연구 등을 진행하기 적합하고, 신규 창업에 있어선 랩센트럴이라는 최적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창업 생태계가 활발해지며 신규 일자리 창출 및 수익은 다시 연구비로 활용되거나 클러스터 생태계 확장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다.

보스턴은 기업과 병원, 대학 등 단일기관부터 지역, 그리고 국가에까지 바이오경제 시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종합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필수불가결하다. 물론 보스턴 클러스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카피가 아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바이오 생태계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대한민국을 이끌 바이오 클러스터의 모습을 그려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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