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청회서 체외진단 기기 기업인들 규제 문제점과 해법 제안
빠른 인체 샘플 수급, 출연연 협력해 新의료기기용 샘플 처리법 만들자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어도 과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치매 조기진단 기기 개발에 필요한 인체 샘플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체유래시료를 추출, 보관, 전처리할 때 신의료기기에 맞는 기법을 도입할 때다."

지난 26일 '대전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 공청회'에서 대전 체외진단 기기 개발 기업인들이 밝힌 의견이다. 대전시(시장 허태정)와 대전테크노파크(원장 최수만)는 11월 규제자유특구 최종 지정을 앞두고 공청회를 열었다.

규제자유특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규제 특례를 허용해주는 구역을 말한다. 촘촘한 규제나 모호한 규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혁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다.

대전을 포함해 우선협의 대상 10개 지역은 수소그린모빌리티·무인선박·무인저속특장차 등을 규제자유특구 적용 사업으로 제시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일원에 밀집된 260여 개 기술선도형 바이오벤처를 고려해 '바이오메디컬'을 사업 분야로 선정했다. 규제자유특구 추진 기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다.

대전시가 제안한 특례 중 하나는 바이오기업에 검체를 공급해주는 인체유래물은행이다. 검체는 혈액·소변·대변 등 검사에 필요한 재료를 말한다. 임상시험이 필요한 기업들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업화 여부를 결정하려면 소규모 임상 샘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빠르게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시는 충남대·건양대·을지대가 인체유래물은행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인체유래물 연구의 심의를 신속하게 수행할 '대전 바이오뱅크 공동분양심의위원회(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대전시가 제안한 또 다른 실증특례는 '체외진단 제품의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임시허가'다. 현재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는 식약처에서 안전성·유효성 허가를 받았어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요양급여가 결정되어야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 대전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 시장에 먼저 진입하게 하는 특례를 추진 중이다.

26일 대전테크노파크 대강당에서 '대전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 공청회가 열렸다. 임춘화 을지대학교병원 교수,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팀장, 최두선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지호 대전광역시 과장, 이한우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연구소장, 김대훈 바이오오케스트라 연구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26일 대전테크노파크 대강당에서 '대전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 공청회가 열렸다. 임춘화 을지대학교병원 교수,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팀장, 최두선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지호 대전광역시 과장, 이한우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연구소장, 김대훈 바이오오케스트라 연구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이한우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연구소장은 "시제품을 개발할 때 검체가 필요한데 임상윤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밝혔다. 그는 "체외진단 의료기기에는 기존 규제 대신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면서 "대전 내에서 규제를 풀어줘서 체외진단 기기에 대한 신뢰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추후 법적 개정 등으로 이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조기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김대훈 연구소장은 인체 샘플을 수급받는 것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제품 개발의 소스가 되는 바이오마커 발굴이 관건"이라며 "다양한 인체 샘플에서 먼저 검증을 한 다음 임상에 진입하면 위험성이 줄어들고 빠른 제품 출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대장암 진단기기를 만드는 지노믹트리의 안성환 대표는 신의료기기 수준에 맞는 인체유래물의 추출·보관 방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안 대표는 "기존처럼 인체유래물을 뽑는 데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진단기기 용도에 맞는 수준으로 보관하고 전처리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 인체유래물에서 알부민뿐만 아니라 DNA 조각 등도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보관할 용액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공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전의 연구기관들도 참여하면 대전발 글로벌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체외진단 신의료기기가 병원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기 위해 '코드'를 부여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는 "보험공단에서 보험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인정받는 것을 '급여인증'이라고 하는데 인증코드가 있다"며 "신의료기기에도 코드를 주면 의사들도 이를 이용하고 처방도 내려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기업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춘화 을지대학교병원 진단검사학과 교수는 인체유래물은행 운영에 필요한 비용, 시설, 장비, 검체 전처리 인력 등을 갖춰야 검체의 질이 높아지고 마지막 사용자가 국산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에 관한 의견은 10월 3일까지 우편이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문의처 : 대전시 미래성장산업과(042-270-0361, yjh1003@korea.kr), 대전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042-930-3250, swlim@djtp.or.kr)

박지호 대전시 과장이 규제자유특구와 대전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박지호 대전시 과장이 규제자유특구와 대전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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