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덕열린포럼 개최,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소장 사례 발표
잘하는 사람 아닌 하고싶은 사람 모여···"협업 없이 기술 진전 無"
"출연연, 모두연 게임의 룰 다르지만, 미래 기회 어디에 있나"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소장이 23일 '대덕 열린포럼'을 찾아 공유·상생의 연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소장이 23일 '대덕 열린포럼'을 찾아 공유·상생의 연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모두의 연구소는 돈을 내면서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팀도 생기고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연구자들이 기술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23일 열린 '대덕 열린포럼'에서 김승일 '모두의 연구소' 소장은 공유와 상생의 연구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연구를 진전시키려는 '열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연구소(이하 모두연)는 모두 모여 함께 연구한다는 취지로 2015년 8월 설립됐다. 하고 싶은 연구 주제만 있다면 누구든 연구실을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연구실에 연구자로 참여할 수 있다. 설립 당시 3개에 불과했던 연구실은 올 7월 기준 50개 연구실이 됐고, 같은 기간 15명에 불과했던 모두연 멤버십 연구원은 400명을 돌파했다. 

모두연 연구실 중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딥러닝, 강화학습, 자연어처리, 자율주행 등이다. 김 소장은 "AI만 해도 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소스 코드는 깃허브(Github)에 공유하고, 논문은 아카이브에 올린다. 공유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기술 발전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잘하는 사람 아닌 하고 싶은 사람 모여···"협업 없이 기술 진전 無"

김승일 소장은 " 자발적인 연구자들이 모여 기술 진전을 만들어내고자 공유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승일 소장은 " 자발적인 연구자들이 모여 기술 진전을 만들어내고자 공유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 소장은 "모두연 연구자들은 못 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가진 지식을 나눈다"며 "서로 간 도움이 없으면 진도가 나갈 수 없다. 기술을 축적하고 쌓아가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공유와 상생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모두의 연구소는 곧장 연구에 투입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풀잎스쿨'을 운영 중이다. 딥러닝, 컴퓨터 비전, 선형대수, 강화학습, 파이썬 등을 위한 기초 강연 프로그램이다. 풀잎스쿨에는 강사가 따로 있지 않다. 거꾸로 학습 프로그램으로 교육생이 먼저 공부하고 공부한 내용을 기반으로 토론하는 특징을 지닌다. 또 심화 교육을 위해 딥러닝 컬리지도 운영하고 있다.

연구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도 배출되고 있다. 모두연에서 나온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드론 관련 업체 'CARTA'다. 건설 현장에서 자율비행하는 드론이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해 현장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김 소장은 "연구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위해 연구실을 자발적으로 개설하고, 팀을 꾸린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이 10개 이상 나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모두연 연구자들은 기업 데이터 분석, IoT 시스템 구축 등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저서도 9권이나 나왔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공동체 생활의 부재라는 통계가 있다. 경쟁이 아닌 상생의 힘을 믿고, 하고 싶은 연구를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열정적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나라에 보탬이 되고, 사회를 바꾸는 작은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유형 연구 문화의 사례를 듣고자 8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열린포럼을 찾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공유형 연구 문화의 사례를 듣고자 8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열린포럼을 찾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출연연, 모두연 게임의 룰 다르지만, 미래 기회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야" 

공유형 연구 문화의 사례를 듣고자 8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열린포럼을 찾았다. 송락경 KAIST 교수는 "모두연과는 양재 R&CD 혁신허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모두연이 대덕이 지향하는 가치를 민간 영역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기꺼이 놀 수 있는 환경이 모두연이라면, 대덕은 이미 환경이 형성돼 있는 면이 있다. 출연연과 모두연을 지배하는 게임의 룰은 다르다"면서도 "과연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서 더 많이 창출될 것인가는 고민해봐야 한다. 모두연이 지향하는 바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을 찾은 유지훈 대전 도마중학교 2학년 학생은 "AI가 부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포럼에서 AI를 좋은 측면에서 바라보게 하는 점이 좋았고, 강연을 들으면서 미래의 길이 열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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