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합성고무' 생산업체에서 '반도체 소재' 넘버원차기 수익모델 '생명과학' 주목…외국인 CEO 선임 등 파격인사도

 

JSR은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규제품목으로 지정한 소재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1957년 합성 고무산업육성을 위해 민간과 정부가 지분을 나눠 세운 국책회사가 모태다. 합성 고무를 넘어 반도체, 앞으로는 생명과학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사진=JSR 홈페이지>
JSR은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규제품목으로 지정한 소재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1957년 합성 고무산업육성을 위해 민간과 정부가 지분을 나눠 세운 국책회사가 모태다. 합성 고무를 넘어 반도체, 앞으로는 생명과학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사진=JSR 홈페이지>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3개 품목의 소재에 대해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며 수출시장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의 소재개발 기술력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좋은 기회죠. 하지만 소재개발은 장기전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연구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으로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 판매하는 '도쿄오카공업' 'JSR', 불화수소를 생산 판매하는 '스텔라 케미파', '쇼와덴코', '모리타 화학 공업', 플루오린폴리이미드를 생산 판매하는 '가네카', '다이 킨 공업' 순입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편집자 편지>

일본 JSR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세계 No.1을 자랑하는 제품목록을 볼 수 있다. 제일 상단에 올라온 제품이 '포토 레지스트(감광제)'다. '글로벌 점유율 No.1 클래스'라고 자랑스럽게 적힌 이 제품은 일본이 최근 우리나라 수출규제품목으로 지정한 소재 중 하나다.
 
JSR은 도쿄에 위치해있다. 종업원 수는 8700명으로 일본과 해외에 거점을 두고 ▲엘라스토머 사업(합성고무, 기능성 화학소재 등) ▲디지털 솔루션사업(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료) ▲생명 과학산업 등 총 3개 분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지만 어중간한 제품은 거의 없다. 특히 오랫동안 매진해온 합성 고무와 반도체 재료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들이다.
 
JSR의 시작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합성 고무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 60%, 일본 정부 40%의 지분비율로 국책회사 '일본합성고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요카이치(四日市)에 라텍스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건설비로 당시 금액 155억 5500만엔을 투자했다. 합성 고무 기술력이 전혀 없던 일본은 미국 3개기업(Houdry Process, Esso Research Enginieering, Goodyear)에 약 4억 3000만엔을 지급하고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당시 일본 국민 평균 초봉이 1만6000엔 정도인걸 고려하면 합성 고무의 일본 자체 산업화를 위한 의지와 공격적인 투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1960년 1월 요카이치 공장의 첫 시운전이 시작됐다. 수입 고무의 가격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일시적인 어려움도 잠시, 일본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자동차용 타이어에 고무 소비가 늘어났다. 이 성장곡선에 JSR도 합류했다. 기세를 몰아 제2, 3공장 건설에 착수한 JSR은 44만 3000t이라는 세계 2위 생산 규모를 실현하게 된다.
 

 

JSR은 1960년 요카이치 공장의 첫 시운전을 시작으로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의 흐름에 따라 자동차용 타이어 고무 생산에 주력하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제2, 3 건설에도 착수해 합성고무 세계2위 생산규모를 실현했다. <사진=JSR 홈페이지>
JSR은 1960년 요카이치 공장의 첫 시운전을 시작으로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의 흐름에 따라 자동차용 타이어 고무 생산에 주력하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제2, 3 건설에도 착수해 합성고무 세계2위 생산규모를 실현했다. <사진=JSR 홈페이지>
공장을 건설하면서 JSR은 연구개발에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합성 고무의 독자 중합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 동독에 기술료와 기초 설계료 약 7억 엔을 받고 기술이전 했다. 일본의 합성 고무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였다.
 
수입에 의존했던 합성 고무의 일본 자체 산업화를 실현하면서 승승장구한 JSR은 1969년 완전 민영화가 됐다. 하지만 1971년 달러 쇼크의 영향과 1973년 석유 위기로 일본 내 경제가 크게 흔들리며 기업 불황이 시작됐다. JSR도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전년 대비 19% 판매 수량 감소라는 치명타를 맞았다. 여기에 1975년 원료비 인상에 따라 경영 손익 적자까지 발생했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절전, 에너지 절약, 비용 절감 등 감량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 달러 쇼크와 석유 파동 위기시 신사업 반도체 소재로
 
 

합성 고무를 생산 판매하던 JSR은 달러쇼크와 석유위기 등으로 일본 경제가 흔들리며 기업불황이 시작됐다. 신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사가 보유한 고분자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 재료와 디스플레이 재료 등은 JSR에 수익을 안기며 위기를 극복하게 해줬다.<사진=JSR 홈페이지>
합성 고무를 생산 판매하던 JSR은 달러쇼크와 석유위기 등으로 일본 경제가 흔들리며 기업불황이 시작됐다. 신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사가 보유한 고분자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 재료와 디스플레이 재료 등은 JSR에 수익을 안기며 위기를 극복하게 해줬다.<사진=JSR 홈페이지>
JSR은 1978년 사업기획실을 설립하고 신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반도체 제조용 재료다.
 
자사가 보유한 고분자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재료 · 디스플레이 재료 · 광학 재료 등으로 사업 내용을 확대한 JSR은 포토 레지스트와 디스플레이, 광각 재료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1977년 컴퓨터 주요 부품인 반도체 제조용 재료 포토 레지스트 CBR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실용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JRS이 전자재료업체로 인정받는 첫 계기가 된 제품이었다.
 
이후 반도체 제조용 재료 연구개발에 매진하게 된 JSR은 보유한 고분자 기술을 활용해 컬러액정 TV 개발의 난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고온이 아니더라도 배향막의 폴리이미드를 녹일 수 있는 용제를 개발해 컬러 LED 실현의 병목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여기에는 JSR이 과거 개발한 연구성과가 돌파구가 됐다. JSR은 1988년 '옵토마'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를 시작, 이를 계기로 신규사업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시장에 뒤늦게 진입해 개량을 통해 시장을 점유하는 패턴은 JSR에게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JSR은 반도체 소재 선두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Innovation One -on –On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치열했던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레지스트 개발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업체와 차별된 공동 개발 체계구축에 노력한 JSR은 차세대 ArF용 레지스트 개발에 성공, 세계 최초로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반도체 재료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은 JSR은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최근 CEO 교체, 새로운 수익모델은 '생명과학'
 

 

JSR은 새로운 신사업분야로 에너지와 생명과학분야를 선정했다. 신사업모델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JSR은 CEO로 의약품 관련 사업 책임자인 에릭 존슨을 선임했다. <사진=JSR 홈페이지>
JSR은 새로운 신사업분야로 에너지와 생명과학분야를 선정했다. 신사업모델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JSR은 CEO로 의약품 관련 사업 책임자인 에릭 존슨을 선임했다. <사진=JSR 홈페이지>
이미 세계 선두그룹으로 꼽히는 JSR이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최근에는 에너지와 생명과학분야를 차기 수익모델로 내세웠다. 2012년 'JSR생명과학'을 설립해 항체 의약품 정제에 사용되는 바이오 프로세스재료와 연구, 진단시약 등 새로운 비지니스를 개척 중이다.

JSR이 의약관련 연구를 본격화 한 것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다. 합성고무와 반도체 재료 등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안정성장하는 분야로 의약을 주목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JSR은 지난 6월 최고 경영자(CEO)로 의약품 관련 사업 책임자 외국인인 에릭 존슨을 선임했다. 외국인 리더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거주하며 일본어도 못하는 외국인을 채용한 파격인사에 일본 언론도 주목했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 대표이사인 고시바 미츠노부(小柴満信) 씨는 CEO로 에릭 존슨을 발탁했지만 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JSR에 의하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일어를 못 하는 외국인 CEO를 대신해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계속 활동하며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JSR은 인수·합병 (인수 합병) 등을 활용해 매출액을 현재의 약 2배인 1000억 엔으로 확대해 합성 고무와 반도체 재료의 뒤를 잇는 수익모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에릭 존슨 CEO는 지난 3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면서 의약 관련 성장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JSR 연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사진=JSR 홈페이지>
JSR 연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사진=JS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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