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이창영 교수 "분자 탐지 효율 3배···인간 유전체 해독기로 응용 가능"

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한 번에 수백 개 '나노포어 박막'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이창영 교수팀이 '탄소나노튜브의 내부 채널을 이용한 나노포어(nanopore) 분석법'으로 이온 하나를 탐지했다고 10일 밝혔다. 

나노포어는 수 나노미터(㎚, 10억 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다. 이 구멍이 가득한 얇은 막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분자가 통과하면서 구멍 크기가 줄어드는 '막힘 현상'이 전기 신호를 바꾸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나노포어 기반 탐지 기술이 있었지만, 널리 쓰이지 못했다. 나노포어로 이뤄진 박막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생산성이 낮았고, 각 박막에 똑같은 나노포어를 구현하는 재현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창영 교수팀은 탄소 원자가 원기둥으로 모인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생산성과 재현성이 높은 나노포어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원하는 크기의 구멍을 가진 수 센티미터(㎝) 탄소나노튜브 여러 개를 플라스틱 '에폭시'에 가로로 가지런히 올려 굳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폭시 덩어리를 세로로 얇게 자르면 동일한 나노포어가 뚫린 탄소나노튜브 막이 수백 개 생긴다. 이 막을 유리관 끝에 부착해 분석할 용액에 담가 전압을 가하면 시료를 분석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 박막 대량 생산 과정. a) 센티미터 길이로 합성된 탄소나노튜브를 PMMA 전사기법을 이용해 에폭시 블록에 전사한다. 추가로 에폭시를 부어 탄소나노튜브를 완전하게 감싼 다음 마이크로톰을 이용해 블록을 얇게 잘라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을 제작한다. b) 제작한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의 사진. <사진=UNIST 제공>
탄소나노튜브 박막 대량 생산 과정. a) 센티미터 길이로 합성된 탄소나노튜브를 PMMA 전사기법을 이용해 에폭시 블록에 전사한다. 추가로 에폭시를 부어 탄소나노튜브를 완전하게 감싼 다음 마이크로톰을 이용해 블록을 얇게 잘라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을 제작한다. b) 제작한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의 사진. <사진=UNIST 제공>
연구팀은 나노포어에 반복적인 전기적 자극을 더해 탐지 효율도 높였다. 전기 충격이 구멍 입구를 덮고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동시에 채널 내부에 물을 채워 분자가 통과할 길을 만들어준 덕분이다. 기존에 알려진 막힘 현상을 이용한 연구는 탐지 효율이 10%에 그쳤지만, 연구팀의 탐지법은 탐지 효율을 33% 정도로 끌어올렸다.

또한 연구팀은 이온의 종류에 따라 탄소나노튜브 막에 나타나는 막힘 현상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분자가 물에 녹으면서 생긴 이온을 감싸는 물 분자 껍질의 크기가 이온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응용하면 나노포어 기반 탐지 기술을 DNA 센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민혜기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단순한 원리로 제작했지만 다양한 시료를 손쉽게 분석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데이터를 수집하면 단분자 질량분석 기술과 같은 응용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창영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나노포어 막을 이용해 시료를 분석해보니 물질에 따라 전기신호가 달라졌다"며 "이를 응용한 기술은 차세대 인간 유전체 해독기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4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High-Yield Fabrication, Activ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Carbon Nanotube Ion Channels by Repeated Voltage-Ramping of Membrane-Capillary Assembl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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