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생 호기心·보직자 연구感 "선천 뇌 장애 근원 찾아"

KIST 오우택 박사팀, '아녹타민1' 태아 뇌 형성 역할 규명
"다양한 연구위해 他 실험실 연구기법 배워"
후배들에 조언 "돈 좇다 전문영역 놓쳐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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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9.07.04

2015년 어느 연구실, 한 학생 연구원이 태아의 뇌에서 다량의 염소이온채널 '아녹타민1(Anoctamin1)'을 발견했다. 성인의 뇌와 갓 태어난 아기의 뇌에 거의 없는 염소이온채널이 태아의 뇌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아녹타민1'은 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이 2008년 최초로 발견한 염소이온채널이다. 동물의 피부나 내부 장기의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침, 땀, 눈물 분비 등 수분과 전해질 분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알려졌지만, 뇌에서의 기능은 잘 알지 못했다.
 
"태아의 뇌를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었는데 성인의 뇌에는 없는 '아녹타민1'이 태아의 뇌에 대량으로 발견되어 흥미를 갖게 됐죠."<사진=김지영 기자>"태아의 뇌를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었는데 성인의 뇌에는 없는 '아녹타민1'이 태아의 뇌에 대량으로 발견되어 흥미를 갖게 됐죠."<사진=김지영 기자>
"태아의 뇌를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어 관심을 안 두고 있었는데 홍규상 박사(당시 학생 연구원)가 태아의 뇌 속에서 '아녹타민1'을 대량으로 발견했다는 겁니다. '아녹타민1'은 태아 말기쯤 사라지기 시작해 출생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태아에 많은 이유가 있겠다... 흥미로웠죠." (오우택 KIST 소장)
 
호기심 반으로 연구를 시작한 과학자들은 4년 후 '아녹타민1'이 태아의 신경발달과정에서 대뇌의 뇌세포를 특정 위치로 이동시키고 두뇌 크기를 조절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하게 조절되고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인자가 관여하는 대뇌 발달과정의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KIST 뇌과학연구소의 오우택 소장과 홍규상 박사팀은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 호에 게재했다.
 
선천적 뇌 신경세포의 발달 장애는 인지능력 저하, 운동기능 저하, 틱장애, 자폐증과 같은 다양한 뇌 관련 질병을 일으킨다. 이번 성과는 신경 발달 장애의 근원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자 치료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새로운 시도로 얻은 결과 "더 뿌듯"
 
"생리학, 면역학, 생화학적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 다른 연구실에 가서 연구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죠."
 
연구를 위해 오 박사팀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연구했다. 생화학적 실험은 오랫동안 해온 분야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생리학실험은 특수한 도구가 필요한 데다 해본 적이 거의 없어 애를 먹기도 했다.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쥐의 뇌 신경 절편을 사용해 '아녹타민1'의 실제 작동원리를 규명하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뇌 신경 절편으로 연구를 한 적이 없어 곤란한 적도 있다. 결국 국내서 관련 연구 잘하는 랩을 찾아 연구원들이 직접 배워서 실험했다.
 
오 소장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얻은 데이터라 더 귀했고 결과가 나오면 모두 함께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홍규상 박사가 태아(EMBRYO) 실험 쥐의 뇌 신경 절편에 유리관을 삽입, 염소이온채널 '아녹타민 1'의 활성화를 측정하고 있다.<사진=KIST 제공>홍규상 박사가 태아(EMBRYO) 실험 쥐의 뇌 신경 절편에 유리관을 삽입, 염소이온채널 '아녹타민 1'의 활성화를 측정하고 있다.<사진=KIST 제공>

습득한 실험방법을 통해 연구팀은 '아녹타민1' 유전자가 뇌 신경세포의 발달과정 중 신경 줄기세포에서 발현이 많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아녹타민1'채널이 활성화되면 그 신호 때문에 신경 줄기세포의 증식뿐만 아니라, 긴 섬모의 길이가 연장되고, 뇌 신경 발달과정에서 대뇌 피질 내에 존재하는 뉴런들의 위치와 두뇌의 크기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KIST 연구진은 '아녹타민1’이 결핍된 생쥐의 신경 줄기세포의 섬모의 길이가 정상 생쥐보다 짧은 것을 확인했고, 신경세포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여 최종 두뇌의 크기도 정상 생쥐에 비해 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오 소장은 "'아녹타민1'이 없으면 신경 줄기세포가 성장을 제대로 못 하는 것으로 보아 뇌 생성에 '아녹타민1'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며 "뇌 신경세포의 형성 과정 중 신경 줄기세포에서 '아녹타민1' 이온 채널의 역할을 재조명하였고, 동물의 뇌 신경 형성 과정에서 생리학적인 이해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녹타민1' 이온 채널 유전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밝힌 연구를 통하여 두뇌 형성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한 자폐증, 조현병 그리고 간질과 같은 뇌 질병을 이해하고, 그 치료를 위한 초석이 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 "돈 좇다 전문영역 놓친다, 전문분야 잊지 않아야"
 
"모든 실험에는 난제가 있습니다. 엄청난 노력과 기대를 했지만 좋은 결과를 못 얻는 경우도,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훌륭한 성과가 나오기도 하죠. 쉬운 길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지 말고 한 분야를 꾸준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만의 전문영역이 생깁니다."
 
실험하며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오 소장은 "모든 실험에는 난제가 존재한다. 연구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 고민하는 후배연구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과학에도 유행이 있다. 한 예로 몇 년 전 줄기세포연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온 천지가 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더라. 그런데 유행을 좇다 보면 연구비는 수월하게 딸 수 있어도 나의 학식과 깊이는 없어지는 거다. 내세울 게 없는 연구자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연구비를 많이 가지는 것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나도 연구비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렸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돈을 좇다가는 전문영역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진짜 내 메이저가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보직하면서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오 소장이 서울대 교수에서 KIST로 자리를 옮긴 지 2년 반. 많은 연구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매일 실험실에 연구원들과 이야기하고 실험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보직자에서 연구자 모드로 스위치를 전환하는게 아직도 쉽진 않아요. 하지만 연구리더가 연구 감이 없어서 되겠습니까. 연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사진=김지영 기자>"보직자에서 연구자 모드로 스위치를 전환하는게 아직도 쉽진 않아요. 하지만 연구리더가 연구 감이 없어서 되겠습니까. 연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를 잘하던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이 보직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에 손을 떼는 모습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해보니 행정이나 행사 등 연구 외에 할 일이 수두룩해 쉬운 일이 아니란 게 이해가 되기도 해요(웃음)."
 
오 소장은 "보직자 모드에서 연구자 모드로 스위치를 전환하는 게 아직도 쉽지는 않다"라고 말하면서도 "연구소의 리더가 연구에 감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뇌과학연구 퍼스트 무버? 연구자 중심환경 만들어져야"
 
"뇌과학이 많이 발달했지만,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뇌 질환 치료와 인간 지능, 기억 능력, 신경계가 가진 능력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은 복잡하기 때문에 혼자서의 힘으론 어렵습니다. 뇌과학은 여러 이론이 있고 모르는 분야가 많기에 종합적으로 연구하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뇌과학연구소는 2010년 문길주 전 KIST 원장이 KIST의 강점이 되는 연구를 전문연구소 형태로 개편하자는 안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다. 연구소에는 화학자, 엔지니어, 심리학자, 의사, 물리, 화학, 기계 전자 등 200여 명의 학문적 배경과 전문분야가 다른 연구자들이 모여 협업하고 있다.
 
뇌과학연구소 연구원들. 가운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오우택 소장이 보인다.<사진=뇌과학연구소 제공>뇌과학연구소 연구원들. 가운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오우택 소장이 보인다.<사진=뇌과학연구소 제공>

역사가 짧은 만큼 세계적 리딩그룹과 어깨를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있는 만큼 시너지가 크다는 것이 오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뇌과학연구소가 세계적 연구그룹과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짧은 역사 동안 많은 것을 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단지 선두 주자로 가기 위해 좀 더 연구자 중심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과학자가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배우고 온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우리는 아직 세컨드 무버라 할 수 있겠다"라며 "우리 연구소가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서 사람도 영입하고 연구 분위기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두가 연구하고 싶어 하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꿈이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험은 과학자가 하지만 과학은 과학자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연구비가 없으면 할 수 없기에 정부의 적당한 지원도 필요하고, 국민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언론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 결과 우수한 사람들이 과학계로 영입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연구 성과)은 없다. 언론에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정부에서 규율을 잘 잡아주면 과학자들도 자유롭게 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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