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땅에서 즉석 북미 정상회담···일본과 중국의 신밀월 시대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일 접근 가져올 결과 촉각 곤두세울 필요
과학계도 국제관계, 외교 등에 관심 갖고 주도적 역할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남·북·미 정상이 만난 건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이다. 이날 북미 정상은 4시 4분부터 4시 52분까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을 통해 향후 남북미 간 파급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선 일본과 중국이 밀착하면서 동북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Fox News>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남·북·미 정상이 만난 건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이다. 이날 북미 정상은 4시 4분부터 4시 52분까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을 통해 향후 남북미 간 파급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선 일본과 중국이 밀착하면서 동북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Fox News>
세기의 이벤트가 열렸다. 트위터로 시작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이 현실로 이뤄졌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의 파급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가져올 결과가 실제적인 교류 혹은 발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에 앞서 오사카 G20 정상회담은 당장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담에는 세계 주요국 20개국을 비롯해 세계 GDP의 90%를 점하고 있는 38개국 정상들이 만났다.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우리로서 가장 주목해야할 화제 가운데 하나는 일본과 중국의 접근이다. 미중간의 교섭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기는 했지만 동북아란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한 우리로서는 일본과 중국의 접근을 한층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은 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나라는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이래 갈등 관계를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리커창 총리의 방일이 있고 이어 아베 수상이 지난해 10월 5백여 명의 경제인을 대동하고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어 시 주석이 답방한 것.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내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시 주석을 내년 봄 일본에 국빈 초청했다. 시 주석이 즉각 승낙했고, 중일 두 나라 정상간 셔틀 외교의 시작으로도 전망된다.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아베 두 정상은 회담을 갖고 두 나라간의 새로운 관계 발전에 합의했다. <사진=NHK 뉴스>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아베 두 정상은 회담을 갖고 두 나라간의 새로운 관계 발전에 합의했다. <사진=NHK 뉴스>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아베 수상의 시 주석 접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각별했다. G20 전날 다른 외국 정상 접대로 바쁜 가운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늦은 오후로 잡았다. 회담 후 바로 만찬까지 함께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 대접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G20 개막 환영식장에서 8초간의 만남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 나라간 만남의 형식이나 시간도 그렇지만 우리로서는 더욱 관심 가져야할 대목은 내용이다. 아베 수상은 내년 중국 건국 70년을 맞아 중일 신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두 나라 관계가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새로운 역사의 스타트 라인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영원한 이웃 나라로서 두 나라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가기로 합의했다. 언론에서는 양국관계의 '밀월'이란 표현도 쓸 정도의 관계 강화다. 이어 두 나라는 경제와 안전보장 분야 등에서의 교류와 관련해 의미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의 일본 접근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미국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자 그 대안으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 강화는 우리 입장에서 희소식만은 아니다. 세계 경제 2위와 3위의 연계일 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가진 나라와 거대 시장의 만남으로 중간 지대에 속한 우리로서는 여러 기회의 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아베 수상과 대담에서 직전에 가진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소식도 전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아베 수상과의 만남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건넸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도 아베 수상과의 회담을 톱으로 올리고, 오사카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은 그 밑으로 배치했다. 내용도 일본과의 회담은 10가지 중요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화웨이와 사드 문제를 해결하란 식으로 고압적 자세를 취했다.

일본은 한국과는 8초 만남에 이어 7월에 반도체 관련 재료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등 규제를 취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웃 국가로서 안전 보장상의 우호국으로 인정해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 받았으나 앞으로는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질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일본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각각 개입해 왔다. 삼국 통일 때 백촌강 전투와 임진왜란, 청일전쟁 등에서는 직접적으로 한반도에서 부딪혔다. 병자호란과 6.25 등에서는 중국군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특히 임진왜란 때는 전쟁 당사자인 우리를 빼놓고 두 나라만이 휴전 협상을 진행했던 선례도 있다.

우리가 오늘날의 성취를 이룬 가장 큰 여건 가운데 하나는 자유민주주의란 가치를 미국 일본 등과 같이해온 것이다. 냉전 시대에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진영에 섬으로서 기술과 시장을 제공 받았고, 특유의 근면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일본도 그에 기반해 한국과 여러 협력을 해왔고, 특히 우리 기술력의 많은 부분은 일본의 제공에서 비롯됐다. 그러던 것이 박근혜 정부 이후 과거사 문제로 악화되기 시작해 가치를 같이한다는 구절이 일본측에 의해 삭제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현 정부 들어 징용 노동자 문제의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본 기업들의 재산 압류 등 후속 조치가 취해지며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일설에는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그 전인 1995년 '김영상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이라고 이야기한다. 중국 장쩌민 주석과의 만남에서 남경 사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계속되는데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말한 것이 출발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중앙일보]문재인 정부발 한·일 관계 파탄의 공포

한일간의 거리는 계속 멀어지고, 중국과 일본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는 결과는 무엇일까? 동북아에서 상상을 초월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때 과학자들은 결과만 보고 상부의 지시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故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모든 것은 과학이라고 말했다. 정치·종교·교육·사회·문화·외교 등등 모든 사안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북한 비핵화나 남북 통일, 동북아 평화 체제 구상 등등에 있어 세부 사항은 결국 경제인과 과학자들이 풀어야 한다.정치인들은 문제를 내는 사람들이고, 계산서 세부 내용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이어 바로 오산으로 날아가 미군들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음을 자랑하는 것과 국방 예산을 늘렸다는 등 미국 제일주의였다. 어메리칸 퍼스트 정책은 경제력과 과학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깨달아야 한다. 이벤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제력과 과학력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이벤트의 이면까지 헤아리는 디테일은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 판을 읽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난세에는 과학자들도 변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시만 따르는 종속적이고 수동적 존재가 아니고 미래 의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주도적 존재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도 정치, 국제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웃 나라로부터 패싱 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될 방안을 과학자들도 사회 일원으로서 이제는 고민할 때가 된 듯하다. 모든 과학자는 아니더라도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과학자라면,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연대를 하고,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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