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업자들 "대덕은 이미 혁신 중, 생태계 만든다"

[대한민국의 미래, 대덕下]인력 수급 최대 강점
"대덕에 있는 테크기업 차별성 있고, 인력 파워 지녀"
KAIST창업기업 실력↑···창업자 병역특례 예외 등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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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한효정 기자 - 2019.06.24

젊은 인재들의 도전은 지역과 국가 성장 동력원입니다. KAIST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포진된 대덕은 대한민국 미래로 주목돼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KAIST에서 육성된 최고 인재들은 대부분 서울을 향했습니다. 사람, 일자리, 시장, 문화 등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에서지요. KAIST와 지역은 동떨어진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KAIST생들이 대덕에서 속속 창업하며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끌며 추격을 넘어 선도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KAIST 출신 CEO들을 만나 대덕 생태계의 잠재력과 미래를 짚어보았습니다.<편집자 편지>

#대덕에 위치한 하드웨어 업체 A사는 기술개발이 필요한 제품 특성상 연구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이 업체는 최근 대덕에 위치한 산업체에서 3명,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4명을 스카우트했다. 분야 최고의 실력자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뜻 합류를 결정했다. 올 하반기 내로 산업체, 출연연 인력을 추가 영입할 예정이다.

대덕에서 창업한 KAIST 출신 CEO들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선도적인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적자원들이 대덕으로 옮기는 사례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KAIST 출신 대표들은 대덕이 지니는 최대 강점으로 '인적자원'을 꼽았다. 특히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확보가 수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대덕의 생태계도 추격에서 선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KAIST 선배 창업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쎄트렉아이, 알테오젠, RFsemi 등 KAIST 출신 대표들이 창업한 기업은 지역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높였고, 상장하며 회사 규모도 키웠다. 여기에 최근 KAIST생들이 개척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사이버 보안, 우주 발사체, 지식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가 어우러지고 있다.

KAIST 창업원 자료에 의하면 대전지역 상장기업 53개사 중 20개사(38%)가 KAIST 출신이다. <사진=KAIST 창업원 제공>KAIST 창업원 자료에 의하면 대전지역 상장기업 53개사 중 20개사(38%)가 KAIST 출신이다. <사진=KAIST 창업원 제공>

◆ 대덕 생태계, 각 분야 전문 인력 수급 최대 강점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연구 주제로 후배와 함께 2016년 창업했다. 현재 인력 10여 명 중 절반이 KAIST생이다. 이들은 암세포를 실시간 진단하는 초소형 내시 현미경을 개발 중이다.

황 대표가 광학 분야를 전담하고 의과학, 전기전자, 수학 등을 전공한 직원들이 각 분야에서 일을 전담한다. 황 대표는 "KAIST생은 실력을 믿을 수 있고, 동문이다보니 섭외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KAIST의 인력 자원 혜택을 보는 사례는 또 있다. 자율 주행 로봇 전문 기업 트위니.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0억원 넘게 투자를 받았다. 로봇개발본부 인력 18명 중 16명이 KAIST생들이다. 대표도 KAIST 출신이다. 이들은 로봇이 자율주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천홍석 대표는 "대덕에 남은 이유도 KAIST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트위니는 지속적인 인재 확보를 위해 지역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낮은 임대료 덕에 올 초 지상 3층 연면적 330m2 부지로 터를 옮겼다. 넓은 공간이 생기면서 로봇 실험 공간이 생겼고 휴게실, 헬스장, 탁구장, 샤워실 등 복지시설도 마련하게 됐다.

트위니는 최근 부지를 옮겨 로봇 실험 시설을 확보하고, 헬스장, 탁구장 등 직원 복지시설을 늘렸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싼 임대료 덕분이다. <사진=대덕넷>트위니는 최근 부지를 옮겨 로봇 실험 시설을 확보하고, 헬스장, 탁구장 등 직원 복지시설을 늘렸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싼 임대료 덕분이다. <사진=대덕넷>

◆ KAIST 창업기업, 업계에서도 실력 인정

페리지항공우주는 고성능 로켓 엔진을 사용해 초소형 위성 '발사체'를 개발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신동윤 대표가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 현재 이들은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시스템 설계를 끝내고 전체 조립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얀마인드는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3명이 2017년 6월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작년 6월 유튜브 기반 맞춤형 언어 학습 앱 '레드키위'를 선보였다. 사용자 실력에 맞는 영상과 퀴즈 등을 제공한다는 점이 기존 앱과 다르다.

하얀마인드는 시작부터 철저히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서비스 사용자 15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앱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는 5% 이하다. 이렇다 보니 월 매출 수천만 원 중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오 대표는 "한국에서 이 분야 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유사한 제품이 없는 국가로 계속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경기 지역 상장기업 대표도 대덕을 방문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 페리지항공우주, 트위니 대표들과 만난 김후식 뷰웍스 대표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충분한 공급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며 "그 대신 인력 파워를 지니고, 경쟁자가 손에 꼽힐 정도의 차별성을 지녀야 하는데 대덕에 있는 테크기업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창업자 병역특례, CTO 제외하곤 인력 적은 점은 숙제

대덕이 지역 창업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지만 숙제도 남아있다. 현장에서 만난 KAIST 창업 기업 대표 K씨는 '병역 특례'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KAIST생 대부분이 창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K씨는 "창업하면 입영 연기는 가능한데 어찌 됐든 군대를 가야 한다"며 "회사가 제일 빛을 발해야 하는 시기에 군 입대를 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창업을 엄두 내기가 쉽지 않다. 사업체를 만들어서 운영하는데 끝까지 책임을 못 지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K씨는 "KAIST생들이 커리어를 연장하려면 전문연구요원을 택할 수 밖에 없다"며 "KAIST생들이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창업을 안 하는 이유는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가 아니고, 창업한 다음 '내가 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를 머릿속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병역특례 제도는 자연계 석사 이상 학위취득자가 자연계 대학원, 출연연, 방위산업연구기관 등 병역특례 지정 업체에 연구 요원으로 3년간 복무 대체하는 제도다. 창업자는 이 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덕에 기술 인력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타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대덕엔 기술 인력을 제외하곤 개발자, 경영자, 마케팅 전문가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들이 대전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다. 그래야 전문가들끼리 시장은 어디에 있고, 리스크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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