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IBS서 '사이언스 슬램 D' 개최
미세먼지·뇌신경·지하수·에너지 하베스팅·미래 직업 주제 호응

강재승 박사가 시냅스 강연 중 샴푸 사진으로 퀴즈를 냈다. <사진=강재승 박사 제공>
강재승 박사가 시냅스 강연 중 샴푸 사진으로 퀴즈를 냈다. <사진=강재승 박사 제공>
"이게 뭘까요? 네, 샴푸입니다."
 
시냅스를 설명하던 강재승 IBS(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박사가 스크린에 샴푸 하나를 띄웠다. 뜬금없는 샴푸 등장에 어리둥절한 청중들.

 "제가 2~3년을 같은 샴푸와 바디크린저만 썼습니다. 실험 쥐들은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함부로 체취를 바꾸면 안되거든요. 최근에 한 연구가 끝나서 기념으로 바꾼 샴푸입니다."
 
연구에 방해될까 3년을 같은 샴푸를 쓰기도 한다는 연구 덕후들.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고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지난 20일 IBS 문화센터에서 열린 '사이언스 슬램 D' 무대에 올랐다.
 
15회를 맞이한 이번 슬램 D는 미세먼지·뇌신경·지하수·에너지 하베스팅·미래 직업을 주제로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에서 온 연구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물 박사'라 불린다는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센터 박사는 지하수의 활용을 소개했다. 지하수는 지표면 수량의 30%를 차지하며 건조기나 상수도 불량지역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물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지하수 활용이 중요하다.

지하수를 주로 사용하는 첨부대수층은 주변 하천의 수위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는 추적자를 통해 배출과 흐름, 수위를 파악하며 쓸 만한 지하수 확보와 보호에 집중한다. 최 박사는 "물 박사는 원래 연구력이 부족한 연구자를 비유하는 말이지만, 물을 연구하는 나에겐 최고의 애칭"이라고 밝혔다.
 
강재승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박사는 뇌신경세포 말단인 시냅스를 설명했다. 시냅스는 전기신호를 신경전달물질로, 다시 물질을 전기신호로 바꾼다. 한 시냅스에는 4000개 가량의 신경단백질들이 저마다 역할이 있다.

시냅스 연구는 이런 단백질 중 하나를 유전자 조작으로 '유전자 결손' 생쥐를 통해 뇌의 동작원리를 규명한다. 유전자 하나가 다친 쥐는 먹이나 동료를 찾는 일반적인 쥐와 다른 독립 행동을 보인다. 강 박사는 "400여명의 연구단이 샴푸도 조심하며 연구한 끝에 자폐와 관련있는 시냅스 조절 단백질을 찾았다"고 자부했다. 

'에너지 줍는 자'로 스스로를 소개한 김미소 한국표준연구원 안전측정센터 박사는 소리나 진동, 움직임 등 일상 에너지를 모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을 설명했다. 수술로 교체하는 심장박동기 배터리를 걷는 에너지로도 일상적 충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던지, 교량의 흔들리는 힘을 전기로 바꿔 위험진단을 하는 교량부착 센서에 자가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매질을 간섭하는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에너지를 더 밀도있게 모아준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소자와 소재, 물질공학 등 학제간 융합연구가 필요해 4개의 연구소와 4개 대학의 70여명이 융합연구단으로 움직인다. 김 박사는 "현재 기술로 스마트워치 정도는 팔을 흔드는 평소 움직임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연전극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황석준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의 직업을 그려보였다. 그가 보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통해 나가는 지출을 '0'으로 만드는 제조혁신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 판사와 의사, 회계사 등 지식 직종도 2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

한편 중력을 발견한 16세기 인간 '뉴턴'은 천문학·수학·철학 등을 다양하게 익힌 융합전공자였고, 그 덕분에 떨어지는 사과를 예사로 지나치지 않았다. 로봇 의사를 만들려면 의사의 경험이 필요하고, 로봇 댄서도 인간의 춤을 모방하며 시작한다. 황 연구원은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본인이 좋아하는 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것을 접할 때 새로운 직업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을 밝힌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원 호흡기질환연구단 박사는 현재 미세먼지 독성을 연구한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오기도 하지만, 자동차 매연과 도로의 타이어 조각, 청소와 요리 등 일상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발생한다. 미세먼지의 농도에 따라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것은 오염물질이 오존 등 대기물질과 결합하는 2차 미세먼지. 이 농도는 해마다 증가추세로 다양한 경로와 반응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박사는 이를 위해 인공적으로 표준화한 미세먼지 모델을 만들어 독성을 분석하고 이를 막는 기술을 만든다. 그는 "과학자들이 여러분들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겨울에 에너지소비가 높으면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학자들의 발표에 대해 청중은 한층 개선된 블록체인 디앱 '슬램스쿨'로 질문을 올리고 우승자를 가렸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구권빈 중학생은 "평소 창의성을 키우는 비결이 궁금했는데, 황석준 연구원이 밝힌 융합적 자세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표예원 초등생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만 건너오는 줄 알았는데, 생활 곳곳에서 발생하는 줄은 이제 알았다"며 이규홍 박사를 우승자로 선택했다.
  
이날 우승자는 이규홍 박사. 그는 "다른 분들이 발표를 더 잘했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발표해 여러분에게 여운을 남긴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다음 사이언스 슬램 D는 오는 7월 18일 열릴 예정이다. 슬램 D는 네이버TV유튜브를 통해 지난 회 실황을 볼 수 있다. 

레크카펫 위로 등장하는 최한나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레크카펫 위로 등장하는 최한나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블록체인 투표로 우승자를 가리는 청중들 <사진=윤병철 기자>
블록체인 투표로 우승자를 가리는 청중들 <사진=윤병철 기자>

행사가 끝나도 질문은 이어진다 <사진=윤병철 기자>
행사가 끝나도 질문은 이어진다 <사진=윤병철 기자>

(왼쪽부터 곰인형 들고있는 순서대로) 최한나 박사, 황석준 연구원, 이규홍 박사, 강재승 박사, 김미소 박사가 팬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윤병철 기자>
(왼쪽부터 곰인형 들고있는 순서대로) 최한나 박사, 황석준 연구원, 이규홍 박사, 강재승 박사, 김미소 박사가 팬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윤병철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