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대덕上] 딥테크 창업 활발, 네트워크 도움 커
인구 대비 창업 전국서 압도적, 서울·경기 대비 8.7배 높아
전문가들 "창업 후 성공 기업 남도록 선한 펀드 등 조성 필요"

젊은 인재들의 도전은 지역과 국가 성장 동력원입니다. KAIST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포진된 대덕은 대한민국 미래로 주목돼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KAIST에서 육성된 최고 인재들은 대부분 서울을 향했습니다. 사람, 일자리, 시장, 문화 등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에서지요. KAIST와 지역은 동떨어진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KAIST생들이 대덕에서 속속 창업하며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끌며 추격을 넘어 선도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KAIST 출신 CEO들을 만나 대덕 생태계의 잠재력과 미래를 짚어보았습니다.<편집자 편지>

KAIST 출신들의 대덕 창업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곳곳에서 성장 소식이 들리며 대덕이 창업 적지(適地), 대한민국 미래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KAIST 창업원 자료에 의하면 대전에 터를 잡은 KAIST 창업기업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350개사였던 창업기업은 2017년 366개, 지난해 389개사까지 늘어났다. 

졸업 후 수도권으로 떠나는 대신 대덕에서 창업하고 자리를 잡는 KAIST 인재들이 큰 폭으로 늘면서 지역 성장 기폭제가 되고 있다. 같은 기간 KAIST생들이 서울·경기 지역에 창업하는 수치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인구수 대비 창업기업 비율로 보면 대전 대덕에서 창업하는 수치가 8.7배 높다(자세한 수치는 아래 그래픽 참고).

이공계 최고 두뇌들이 대덕에 남는 이유는 뭘까? KAIST 출신 대표들은 그 배경으로 '기술, 사람, 생태계'를 꼽는다. KAIST·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각 분야 연구개발 기관이 집적돼 있어 적시에 기술, 사람 확보가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KAIST 선배들이 딥테크 중심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며 든든한 멘토 역할을 하는 점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경이다. KITE창업가재단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그리고 KAIST 창업원은 창업 후 상장, 기업 엑시트를 실제 경험한 선배와 교수진이 창업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KAIST생들이 대덕을 창업 성지로 주목하는 이유다.

KAIST 창업원 자료에 따르면 대전에 터를 잡은 KAIST 창업기업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350개사에 불과하던 창업기업은 2017년 366개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389개사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 지역에선 617개사, 637개사, 670개사로 늘어났다. 하지만 인구수 대비 창업기업 비율로 따져보면 대덕에서 창업하는 수치가 평균 8.7배 높다. 해당 그래픽은 2016년, 2017년, 2018년에 발간된 'KAIST 창업원 성과조사집'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2016년, 2017년, 2018년 인구수를 활용했다. <그래픽=박옥경 디자이너>
KAIST 창업원 자료에 따르면 대전에 터를 잡은 KAIST 창업기업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350개사에 불과하던 창업기업은 2017년 366개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389개사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 지역에선 617개사, 637개사, 670개사로 늘어났다. 하지만 인구수 대비 창업기업 비율로 따져보면 대덕에서 창업하는 수치가 평균 8.7배 높다. 해당 그래픽은 2016년, 2017년, 2018년에 발간된 'KAIST 창업원 성과조사집'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2016년, 2017년, 2018년 인구수를 활용했다. <그래픽=박옥경 디자이너>
◆ KAIST생들 대덕서 창업, 기술 사람 확보 수월

KAIST생들은 대부분 전공, 연구 분야를 살려 딥테크 창업을 한다. 그런 이유에선지 기술 중심으로 사람이 모인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시너지를 발휘, 매출과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KAIST생들이 대덕을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트위니(대표 천영석·천홍석)는 지난해 20억원 넘게 투자를 받았다. 실내 자율주행, 장애물 인식, 제어·계측 등 고난도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 자문이 필요할 땐 KAIST를 적극 활용한다. 연구 인력 대부분이 KAIST 출신이다. 교수, 선후배와 소통이 한층 수월하다. 

김재성 로봇개발본부 선임연구원은 "로봇 제작에는 다양한 파트 기술이 필요한데, KAIST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있다"며 "전문 분야가 아닌 기술은 자문을 요청한다. 작은 수정이 이뤄지지만 전체 로봇 개발 과정에선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beflex(대표 정주호)도 KAIST생이 창업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머리의 모션 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이 올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정주호 대표는 "KAIST 연구실에 기술 자문을 받고 있다. 대덕은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교수와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자문해 준다. 초기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과의 협업 사례도 있다. 딩브로(대표 조재영)는 스마트폰으로 눈의 홍채를 촬영해 당뇨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 전에 당뇨위험도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역 의료 기관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니 로봇개발본부 연구원들. 왼쪽부터 이재훈 연구원, 김재성 선임연구원, 김태형 연구소장. <사진=대덕넷>
트위니 로봇개발본부 연구원들. 왼쪽부터 이재훈 연구원, 김재성 선임연구원, 김태형 연구소장. <사진=대덕넷>

 

딩브로 조재영 대표(오른쪽)와 김승수 CTO. <사진=대덕넷>
딩브로 조재영 대표(오른쪽)와 김승수 CTO. <사진=대덕넷>
◆ 밀어주고 끌어주는 창업 생태계 조성

대덕에는 KAIST 창업원,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KITE창업가재단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이들은 창업 생태계 조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시장 분석, 문제 정의, 비즈니스 모델 설정까지 사업 기획 단계부터 조율하고 지원하면서다.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3년간 투자한 기업 95곳 중 36곳이 대전 대덕에 있는 딥테크 기업이다. 지역 창업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동윤 페리지항공우주 대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수시로 드나든다. 창업 전부터 함께 호흡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관련 동향 등을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KAIST 창업원(좌측 상단),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좌측 하단), 블루포인트파트너스(우측)는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KAIST 창업원(좌측 상단),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좌측 하단), 블루포인트파트너스(우측)는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브이픽스메디칼은 초소형 현미경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황경민 대표가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브이픽스메디칼은 초소형 현미경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황경민 대표가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초소형 현미경을 개발하는 브이픽스메디칼 황경민 대표는 최근 KAIST 총동문회가 주최한 창업 어워드를 거쳐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9'에 다녀왔다. 황 대표는 이곳에서 KAIST 교수를 만나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소개받았다. 그는 "선배들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고 관심을 보내주신다"며 "개발은 우리 몫이지만 나머지는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기술기업이 모여 있는 특성상 자연스레 모이기도 쉽다. 트위니, 어썸텍(대표 황상연), 루센트블록(대표 허세영), 촉(대표 여수아) 등 지역 기업 대표들은 매달 대전에서 30분 거리 휴양지에서 모인다. 이들은 근교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연스레 최신 기술 동향과 정보 등을 공유한다. 지역이라 가능한 끈끈함이다.

◆ 아이디어 실증 공간, CTO 외 타 전문가 육성 방안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대덕의 창업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되고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선배, 교수, 지역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철환 KITE창업가재단 이사장은 "대덕의 창업 생태계는 정보통신기술(IT)에 국한돼 있지 않고, 하드웨어 관련 기업도 많다"며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학생들이 창업하기 전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해봐야 하는데, 현재 자금도 부족하고 아이디어에서 회사 만들기까지 간격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이나 학교 선배들이 이 간격을 메꾸는 선한 펀드 등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대전시가 100억원 펀드를 만들어 대덕연구단지 안에 창업 집적 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8년째 KAIST 학생 창업가 멘토로 활동하는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창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교수가 도와주고 학생들이 주도하는 형태의 창업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며 "대전에 좋은 기업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도 이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대전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많은 편"이라며 "기업을 경영하려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에 만들어진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고급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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