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모인다고 산업단지 성공?···"혁신주체 뛰놀게 해야"

정인화 산업혁신파트너스 대표, 12일 마곡산업단지 'CEO-biz포럼'서 이같이 강조
"新산업단지도 언젠간 노후화...설립단계부터 전략적 준비 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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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9.06.13

LG 사옥에서 바라본 서울식물원. 마곡산업단지의 연구인력과 주거 인력들의 문화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LG 사옥에서 바라본 서울식물원. 마곡산업단지의 연구인력과 주거 인력들의 문화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마곡산업단지가 글로벌 R&D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 단순히 토지를 공급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출연연, 스타트업이 뛰어놀며 교류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한다."
 
R&D 중심 기업들이 서울 서쪽에 위치해 낙후한 지역이었던 마곡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곡산업단지가 한국 최초 R&D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LG그룹은 마곡산업단지에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해 LG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하우시스, 생활건강, CNS 등 8개 계열사를 입주시켰다. 연면적 33만 5200평 규모로 20개의 연구동을 세우는 중이다. 16개동 입주는 완료됐으며, 4개동은 건물을 올리는 중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1만6506명, 20개동이 모두 세워지면 2만 2000명이 이곳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이 외에도 코오롱, 롯데, 이랜드, 에쓰오일 등이 마곡산업단지에 R&D센터를 착공했고, 국내외 R&D기업 130여개가 입주를 확정했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김포공항과 2km, 인천공항과 40km 떨어져 있어 해외바이어들과 만남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산업단지의 3분의 1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 서울식물원은 마곡산업단지의 연구인력과 주거 인력들의 문화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말만 되면 식물원을 구경하기 위해 인근 주차장이 꽉 찬다. 산업단지 대부분이 근무시간 외 활기를 잃어 문제가 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마곡산업단지 기업 코비젼에서 열린 'CEO-biz포럼'. 이날 정인화 산업혁신파트너스 대표는 마곡 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12일 마곡산업단지 기업 코비젼에서 열린 'CEO-biz포럼'. 이날 정인화 산업혁신파트너스 대표는 마곡 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좋은 입지조건에 마곡산업단지가 R&D산업단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려되는 목소리도 있다. 초기 단계 산업단지가 대부분 그렇듯 장점들을 내세워 기업들을 불러모으지만 노후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된 사례들이 여럿 있다는 것. 

이에 정인화 산업혁신파트너스 대표는 마곡산업단지가 오랜시간 첨단 글로벌 R&D단지로 자리 잡기 위해 생태계를 강조했다. 지역혁신 주체들이 장기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12일 마곡산업단지 기업 코비젼에서 열린 'CEO-biz포럼'에서 마곡 산업단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산업정책이나 지역개발정책 기획 및 자문 활동을 하는 산업혁신파트너스 대표로 활동 중이다. 작년에는 마곡산업단지 육성방안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 및 육성방법 등을 고민했다.
 
정 대표는 마곡산업단지가 단순 R&D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입주한 기업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기술혁신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와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마곡산업단지는 연구소만 입주할 수 있도록 땅이 공급되고 있다. 서울시 동의 없이 매매나 양도, 임대가 불가능해 기술혁신을 위한 인프라나 기반시설이 들어오기는 어려워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규정을 정한 데는 과거 많은 기업이 산업단지가 조성될 토지를 헐값으로 사들여 건물을 짓고 일부만 활용하며 임대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나 대덕연구개발특구, G밸리 등 대부분의 산업단지는 임대를 허용하고 있다.
 
마곡산업단지에서는 기업의 임대업을 막기 위해 기업이 지은 건물의 100%를 해당 기업이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해놓은 상태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앞으로 사업확장 등을 고려해 사무실을 넓게 짓긴했지만 활용할 방안이 없어 공실률이 높다.
 
이런 고민에 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 입주기업이 융·복합 연구를 함께할 강소기업 등에 임대료 대신 전기료 등 최소한의 이용료만 받고 빈 사무실을 대여하거나 나눠 쓰는 공실 공유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시행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정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연구소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마곡산업단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혁신은 기업 혼자가 아니라 국책연구원, 대학의 연구소, 스타트업이 함께 교류하며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들이 같이 들어와 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함께 쓰게 해줘야 하는데 지금 여건에서는 힘들다. 기업 간 교류 활동을 위한 공간과 신산업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오픈랩을 만드는 등 경제주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토지개발정책과 산업진흥정책이 분리되어 움직이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적인 도시개발을 위해 토지개발정책과 산업진흥정책을 같이 움직이며 땅공급은 물론이고 필요한 대학, 출연연, 해당 지역에 맞는 전략업종 등을 고민해 산학연이라는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같은 고민을 통해 신도시건설을 추진한다.
 
그는 "판교택지를 만들 때 경기도가 LH에 개발이익을 땅으로 받아 판교 IT 밸리를 만들었다. 만약 그런 제안이 없었다면 판교도 단순히 주택만 들어선 신도시의 기능만 했을 것"이라며 "신도시를 만들 때 산업이 함께 포함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그는 "산업단지를 첨단 메카로 성장시키기 위해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서 장기적인 비전 공유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수대학과 연구기관 등 입주기업 간 연계 협력 부족과 중소기업 경기 부진에 따라 20% 내외의 공실 사태를 겪고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사례를 예로 들며 "성공하면 떠나는 곳이 아닌 '정착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로단지의 기존 공장들이 땅을 팔아 이득을 챙겨 지방으로 간 후 당시 강남 테헤란로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급했던 기업들이 건물을 지어 G밸리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IT,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들어왔지만 기업이 집적화됐을 뿐 벤처캐피털이 놀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G밸리가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방향을 놓친 것"이라며 "산업단지 조성 10년 안에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마곡산업단지도 수십 년 후 노후화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전략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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