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밥 굶는 시대 올 수도··· "식량안보 科技로"

곽상수 생명연 박사 '식량 안보, 과학자 몫' 기고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필수"
과총 공동 '과기혁신정책포럼' 개최 '식량안보 혁신정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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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9.06.11

우리는 배 고프면 돈을 들고 가게로 가서 음식을 사 먹는다. 나가는게 귀찮으면 배달해 먹으면 되고, 집에서 손님을 대접하고 싶으면 마트에서 장을 보면 된다.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 넣고 상하면 버리고, 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 그만이다. 돈만 있으면 먹을거리는 인터넷이던 집 주변이던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요즘 세상에 식량 안보에 대해 고민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24%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다.

세계 평균 곡물 자급률은 102%다. '수입해서 먹으면 되잖아?'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식량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하게 만들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만 봐도 식량 자주율이 100%를 웃돈다.
 
늘어나는 인구, 전 세계적 기후변화로 식량 안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과학기술로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특히 우리 식량 사정과 실효성 있는 식량 안보법 제정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곽상수 생명연 박사는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필수"라고 강조한다. .<사진=대덕넷 DB>곽상수 생명연 박사는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필수"라고 강조한다. .<사진=대덕넷 DB>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곽상수 생명연 박사,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공동으로 실효성 있는 국가 식량정책을 다루기 위해 지난해 과기혁신정책포럼을 3차에 걸쳐 개최한 바 있다. 시리즈 포럼을 개최하며 ▲국가 농업과 식량 안보 정책 ▲농업과학 혁신기술 ▲해외농업개발 및 발전 전략 등을 다뤘다.
 
지난해에 이어 과총은 올해도 곽 박사와 함께 식량 안보법 제정과 국가 식량 안보 혁신정책 제안 등 구체적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11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시대 식량 안보법 제정 방안 모색'을 주제로 '과총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곽 박사는 '식량 안보법 제정 필요성과 추진 방향 제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식량자원이 단순 전략자원의 개념을 뛰어넘는, 국가 생존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
 
곽 박사가 지난해 과학과 기술' 12월호 과기정론에 '식량 안보, 과학자의 몫이다' 기고를 통해 ▲법적 실효성과 구속력이 있는 국가 식량 자급률 목표치 설정 ▲(가칭)식량안보법 제정을 통한 식량 안보 문제 해결 ▲대통령 직속 (가칭) 식량안보 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한 세계 식량 수급 사정의 심도있는 분석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필수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그의 기고내용을 하단에 일부 소개한다.
 
◆ 식량안보, 과학자의 몫…2050년 인구 97억 명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재 세계 인구 75억 명 가운데 약 10억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에는 지금의 1.7배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우리에게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너지 자급률 3%이고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2030년 총 배출량의 37%를 줄이겠다고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하였다. 에너지절약과 과학기술의 혁신 없이는 목표치 달성은 불가능한 일이다.

◆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사료용 곡물을 포함)은 24%에 불과하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21세기보릿고개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60년대에 비하면 다수확 품종 개발, 충분한 농약과 비료 공급 등 농업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비되어 있음에도 어쩌다 자급률이 24%로 뚝 떨어졌을까? 

그 이유로는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고 두번째는 농지 훼손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농지면적은 약 230만㏊이었으나 농지가 산업단지, 택지, 도로건설 등으로 전용되어 현재는 163만㏊로 크게 감소하였다. 지금도 매년 약 2만㏊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국가는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과학자는 높은 수준의 연구철학에 입각하여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본질적인 문제해결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

◆ 3차례 과학기술혁신포럼 통해 식량정책 부재 확인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미래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돈만 있으면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식량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 

일본과 중국의 식량안보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해법은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곡물 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내 생산분과 해외에서 조달하는 식량을 합한 식량 자주율은 100%를 웃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해외농업을 추진하여 미쓰비시물산 등이 해외에서 직간접으로 가용하는 농지면적은 자국 농지의 3배(1200만㏊)에 달한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안보를 국가정책에 최우선시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농산물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던 2004년부터 매년 초 국무원과 공산당이 국가 현안으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15년 연속 3농(농촌, 농업, 농민)을 다루면서 식량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약 50조 원으로 매수하여,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을 비롯한 농업 전반에 대한 연구는 농업부, 농업과학 연구원이 주도하지만 과학기술부와 중국과학원 연구소에서도 농업 분야에 많이 노력하고 있어 우리와 대조적이다.

필자는 한·중·일 식물생명공학 연구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2015년 중국 식물과학학회 연차대회에 참석하면서 즈홍 쉬(Xu Zhihong) 박사(전 북경대학교 총장)의 기조강연 '중국 농업이 당면한 문제와 식물과학자의 책임'을 매우 감명 깊게 들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과 책임이 절실한 때다. 또한 한·중·일은 환경, 에너지, 식량, 보건문제에 있어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법' 제정 시급하다

이처럼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특화된 농업 R&D 추진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설정되어 있지만, 법적 실효성이 없이 유명무실하다. 

국민, 정치인, 전문가 등이 사실(현실)을 토대로 모두가 공감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가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빨리 설정해야 한다. 국가 생존과 관련된 식량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가칭) 식량안보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여 세계 식량 수급사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식량 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
력양성, R&D 추진, 해외농업 등의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과총은 올해 개최한 식량·농업 관련 과학기술혁신포럼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 식량안보 혁신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생존의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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