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이야기]윤주용‧최석원‧김대지‧김성일 KINS 책임연구원···"과학적 논리로 대응"
한국,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승소···1심 패소서 역전승까지

왼쪽부터 최석원, 윤주용, 김대지, 김성일 책임연구원. <사진=KINS 제공>
왼쪽부터 최석원, 윤주용, 김대지, 김성일 책임연구원. <사진=KINS 제공>
"후쿠시마 수산물로부터 우리의 식탁은 안전한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당연히 'YES'. 

세계무역기구(이하 WTO)는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1심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지난달 11일 판정했다. 

WTO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계속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쾌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이들이 많다. 범정부 차원의 소송대응단에 참여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송을 지원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윤주용, 최석원, 김대지, 김성일 네 명의 책임연구원도 그들 중 하나다.

승소 판결의 공식 발표가 있기 직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저희가 이긴거 같아요"라는 조심스럽지만 흥분한 목소리만 생각하면 여전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4년 넘는 긴 싸움에서 승자가 된 그들을 만나 수산물 한·일 분쟁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Q. KINS 내 소송 지원 인력은 어떻게 구성됐나?

윤주용 책임연구원(이하 윤주용): "방사능과 관련한 분쟁이라 전문가가 필요했어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요청에 따라 KINS를 비롯해 원자력연구원, 원자력의학원 등의 전문가들이 대응단에 함께 하게 됐죠."
김대지 책임연구원(이하 김대지): "윤 박사님은 과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분석 관련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고요. 최 박사님은 국내 해양 방사능 조사를 20년 넘게 한 전문가입니다. 저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아태지역 해양 방사능 영향 평가 책임자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김성일 책임연구원(이하 김성일): "저는 방사선평가실에서 국내 원전의 방사선 폐기물 규제를 담당하고 있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는 원전 오염수가 해양으로 나가는지 모니터링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전 내 오염수에 대해 연구하면, 다른 세 분은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거죠."

  Q. 방사능 전문가로서 중점을 둔 부분은? 

최석원 책임연구원(이하 최석원): "일본은 환경오염과 식품오염은 별개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방사능 오염수로 인한 해양 오염과 수산물 오염 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 등과는 달리 세슘 검출량 만으로 다른 핵종을 단순 추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어요."
김성일: "일본은 오염수가 유출되고 이를 인정하며 대책 방안을 내놨어요. 하지만 여전히 오염수 관리가 완벽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본이 제시한 자료를 분석하니 사건 사고는 이어지고, 장비 고장도 있고, 언제든 오염수가 해양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죠.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어요."

네 명의 전문가는 이번 수산물 분쟁에 대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를 소송팀에 합류시켜 치밀한 과학적 논리를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의한 식품 및 환경오염 측정 결과 등 소송의 기반이 되는 자료마저 소송 상대방인 일본 측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결국 1심에서 패소했다. 

  Q. 1심 당시에는 어떠했나?

최석원: "프로야구로 비유하면 몸값이 100억 넘는 선수와 국내 선수와 대결이라고 할까요.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를 용병으로 내세웠고, 우리는 국내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응을 해야 했어요."
김성일: "양국이 준비한 패널 보고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각각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재판관은 배석한 패널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판단을 합니다. 일본 측은 자료가 많았고 치밀하게 준비는 했지만 분명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1심 당시에는 우리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WTO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후쿠시마현 인근 8개 해역에서 채집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역 제한적이며,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일본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상소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상소심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WTO 위생·식물위생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소 소식을 처음으로 들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그들. 바쁜 일정에 축하 파티도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사진=KINS 제공>
승소 소식을 처음으로 들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그들. 바쁜 일정에 축하 파티도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사진=KINS 제공>
  Q. 상소심은 어떠했나?  

김대지: "1심에 지고는 처참한 마음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분위기가 이미 일본 측으로 기우는 게 보였죠. 하지만 상소심은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고 법적인 부분만 따집니다. 우리는 일본이 놓치고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김성일: "상소심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1심 때 제출했던 자료에서 논리 등을 보강하여 제출하게 됩니다. 기존 보고서도 오류가 없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다시 꼼꼼히 오류를 찾아내고 논리를 보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최석원: "상소심에 양국을 제외한 제3국이 참관자로 참석을 하는데, 당시 EU 관계자가 우리나라의 논리와 같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주장했어요. 이 발언도 상소심의 분위기를 이끌었어요."
윤주용: "사실 이길 거라는 기대는 못 했어요. 최선을 다해 잘 싸웠지만, 우리가 졌을 때를 대비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패소하면 수산물 수입 금지를 풀어야 하니, 수입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어요."

  Q. 분쟁 중 어려웠던 점은? 

최석원: "본래 수행하고 있는 안전규제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준비를 해야 하니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자료를 만들고 회의를 하고, 자료를 만들고 다시 회의하는 시간이 수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주말에도 공부해서 보고서 작성하고요."
김대지: "양국은 보고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반대 측 보고서를 볼 수 있어요. 이를 근거로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반대로 공격당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반박할 증거자료를 만들어야 했죠."
김성일: "일본이 제공한 자료만 활용을 해야 하니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너무 답답했어요. 궁금한 게 정말 많은데 후쿠시마 원전 관계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잖아요.(웃음)"

  Q. 승소가 갖는 의미는?

김성일: "이번 승소는 잠재적 위험성, 즉 환경 위험성이 처음으로 인정받은 거예요.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권리를 갖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거죠."
김대지: "1심에서 패소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몇 년간 주말도 없이 소송에 매달렸지만 혹시 어떤 부분에서 내가 부족했나, 준비가 소홀해서 패소한 건 아닌가 그동안의 자료들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막상 이기고 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혹시 앞으로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최석원: "많은 자료를 준비하며 느낀게 많습니다. 그동안 자료를 만들며 수치적인 정확한 계산 등 정량적인 내용을 중시해 왔는데, 이 과학적인 자료를 보는 사람들은 정성적 의미를 중시하는 것도 알게 됐죠." 
윤주용: "진리는 승리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중요한 진실은 사고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우리 원전이 사고가 났을 때 일본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Q. 감사 인사를 전하면?

김성일: "저희와 함께 고생하셨던 원안위 김상 사무관님에게 정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송을 위해 스위스에 함께 갔었고, 소송 대응 자료를 밤낮없이 작성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주 많은 힘이 됐어요."
최석원: "부처 관계자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자료작성과 소송 준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도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고, 각자의 개성이 강한 과학자들의 역량이 합쳐져 최고의 시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김대지: "책임감 강한 KINS 전문가들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들 책임감은 강한데 겸손해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려 하지 않아요. 이번 긴 소송 과정에서 아무리 바빠도 자료 요청이 오면 단 한 번도 못 한다고 한 적이 없어요. 어떤 자료를 요청 받아도 무조건 해내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윤주용: "원전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에도 있어요. 안전이 최우선이겠지만 사고 시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방사능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방사능 안전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승소에 주요 역할을 수행한 구성원들. 최석원 책임연구원(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대지 책임연구원(중간줄 왼쪽에서 첫번째), 김상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출처=이낙연 총리 트위터>
이번 승소에 주요 역할을 수행한 구성원들. 최석원 책임연구원(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대지 책임연구원(중간줄 왼쪽에서 첫번째), 김상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출처=이낙연 총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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