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하원규 박사

◆ 우리는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에서 살고있지 않을까?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는 최신작 '인류의 미래(the Future of Humanity)'에서 인간을 '다중 행성 생명체(Multi-planet Species)'라고 명명했다. 미래의 인간은 지구 행성은 물론 화성 등 태양계 너머 우주 전역이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데서 설정된 개념이다.

초긍정주의자인 미치오 카쿠가 예견하는 본격적인 우주 문명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아직 과학기술적 난제가 많다. 그러나 다중 행성 생명체 개념을 지구 행성 차원으로 이입해 보면, 디지털 문명 시대의 인류는 이미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 (Multi-planet Ecosystem)'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인류의 문명 성취는 현실공간인 물리적 세계(Real Physical World)를 무대로 이루어졌다. 유발 하라리가 웅변하듯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 혁명도 지구의 물리적 공간에서 일궈낸 사피엔스의 업적이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 탄생 이후 인류는 가상공간로서의 사이버 세계(Virtual Cyber World)라는 새로운 차원의 전자적 세계를 개척하게 된다.

인터넷은 영어로 정관사 the와 대문자인 'I'를 사용해 the Internet으로 표기 한다. 세계에서 단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이고, 이를 통해 국경과 체제 그리고 종교를 초월하여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지구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터넷상에 구축된 글로벌 사이버 세계는 또 하나의 지구 행성(Cyber Planet), 제2지구의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이미지= 하원규 박사>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이미지= 하원규 박사>
인류 역사를 인터넷 혁명 이전과 인터넷 혁명 이후로 나눌 수 있다면, 전자의 세계는 물리적 문명 생태계이고, 후자는 가상적 문명 생태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스마트 혁명은 물리적 세계와 가상적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언제, 어디서나 두 개의 시스템이 초연결되는 디지털 세계(Digital World)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과 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스마트 디바이스로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를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다.  운전을 하는 동안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도, 지리산 종주 산행길에 안전 산행 알리미 앱을 통해, 자기의 위치를 가족과 공유하는 것도, 모두 물리 시스템과 가상 시스템이 상호 연계된 디지털 세계의 단면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인 상호접속성을 기축으로 웹과 앱을 통해, 활동의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에 축적하고,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적 소통(Semantic Harmony)의 세계를 확장해 간다. 그리고 사물 인터넷(IoT) 의 진화는 물리적 사물과 공간의 통신 능력, 정보처리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두 시스템의 사물들이 마치 하나의 단일 생태계에서 작동하는 사물 통합(Things Integration)의 세계를 탄생시키고 있다. 

한편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와 가상적 세계의 데이터 통합(Data Integration)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제3의 시스템을 탄생시키면서, 디지털 세계의 강화와 진화를 가져온다. 호모데우스의 미래는 물리적 원자의 세계와 가상적 비트 세계를 융합해 양자간의 상호작용 시스템으로서의 디지털 세계를 횡단하는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에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는 3개의 시스템, 3개의 생활세계, 3개의 지구행성간의 상호접속성과 상호운용성의 총체로서 다차원 복합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 인터넷 유전자는 제4공간과 제5공간의 창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라는 설계도를 갖고 있으며, 이 설계도에 따라 개체가 형성되고 적응과 진화를 거듭한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 개체 를 유전자를 운반하기 위한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고 위상을 부여했다. 도킨스는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기계"라고 단언한다. 유전자는 교차를 거듭하면서 다양성을 확장 혹은 획득함과 동시에, 한편으로 도태에 의하여 수렴되면서 설계도를 계승하고 진화해 간다.

모든 생물의 형태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 개념을 인터넷에 접목시켜 보면 '인터넷 유전자'라는 조어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인터넷의 기본 욕구는 상호접속성의 실현과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유전자로서의 그 생존 기계는 상호 접속성을 강화하면서, 자기복제와 자기진화를 계속하는데 있다. 
 

인터넷 유전자의 진화.<이미지= 하원규 박사>
인터넷 유전자의 진화.<이미지= 하원규 박사>
인터넷 유전자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신의 생태계와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한다. 인터넷 유전자는 물리적 세계의 닫힌 에코 시스템을 형성하는 사일로형 생태계를 상호 접속시켜 간다.  그러므로 인터넷 유전자는 경계를 허물면서, 사실상 하나의 초연결 생태계를 구성하는 디지털 유전자라 고 해도 좋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트래픽은 지능이 없는 '지식 인터넷'이었다. 그러나 IoT와 AI의 융합은 인터넷 트래픽에 지능을 수반하는 '지혜 인터넷'으로 바꾼다. 지혜인터넷 생태계를 가속화하는 인터넷 유전자의 속성은 초인지화이다. 2030년대의 초인지화 인터넷 유전자는 인간의 오감과 같은 능력을 품는 AI제품과 서비스들의 생태계이다. 또한 AI네트위크에 연결된 복수 AI를 총괄하며, 상호 연계와 협조가 이루어지는 초인지 추론 공간(제4공간)이기도 하다.

초생명화는 인간의 잠재적 역량이 AI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해 발굴되고, 인 간과 AI네트워크 시스템이 공진화하는 초생명 지성공간(제5공간)을 지향한다. 범용AI제품과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유기적 시스템과 비유기적 시스템이 공존‧공생 한다. 2040년대의 초생명화 인터넷 유전자는 인간의 신체적 확장과 두뇌적 진화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전망이다.  
 
◆ 인터넷 유전자의 진화와 4차‧5차산업혁명의 발전 경로

제4차산업혁명의 핵심개념이 물리적 세계의 스마트 엣지 역량과 클라우드의 자율 판단 역량이 서로 동조화되는 초연결화와 지능화라면, 제5차산업혁명의 근간 개념은 초인지화와 초생명화가 될 전망이다. 특히 201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멀티모달 학습과 멀티 에이전트 강화 학습 등과 같은 심층학습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데이터의 종류별로 특화된 알고리즘 연구, 다시 말해서 화상과 음성 등의 인지 기능과 자연어 대화 등에 특화된 알고리즘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의 심층 학습 알고리즘은 모델을 유연하게 정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상과 텍스트, 화상과 음성 그리고 수치 데이터 등 복수의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 병행적으로 해독하는 멀티 모달 학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세돌을 제압한 알파고의 심층강화학습은 몇 십만, 몇 백만 회의 가상대국을 반복하면서 학습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이러한 반복학습을 실험하여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심층 강화 학습은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에 머물렀다.

최근의 연구성과는 알파고에 사용된 심층강화 학습 모델을 현실세계와 유사한 가상공간상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둑에서는 1대1 대전이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복수의 물체와 사건이 상호작용한다. 이와 같이 복수 객체가 상호작용해 학습하는 모델이 '멀티 에이전트 모델'이다. 

이러한 멀티 모달 학습에 의하여 데이터의 종류에 구속되지 않는 복합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인간은 화상이나 음성 등 복합적인 정보를 오감으로 처리한다. 멀티 모달 학습과 멀티 에이전트 학습 모델은 인간 신경망의 정보 처리시스템에 한층 다가가는 정보처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정보처리 모델에 접근하는 인터넷 유전자를 '초인지화 유전자'라고 명명하기로 하자.
 

제4차·제5차 산업혁명의 진로.<이미지= 하원규 박사>
제4차·제5차 산업혁명의 진로.<이미지= 하원규 박사>
뿐만 아니라 2개의 AI가 서로 경쟁하는 능력을 강화해, 보다 자연적인 화상 등을 생성하는 적대적 생성 네트워크(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라고 하는 기술도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GAN은 생성 모델의 일종으로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학습해 실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존재하는 데이터의 특징에 따라 화상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가상의 반려동물 혹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생성하는 등 여러가지 화상을 제작할 수 있다.

특히 GAN은 현실세계의 3차원 물체를 그대로 가상공간상에 실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게임의 세계(가상공간)와 현실세계는 구별 가능하였다. 반면에 현실세계의 물체를 가상공간에 구축하게 되면, 가상공간이 보다 현실세계에 다가가는 유기체적 세계를 생성할 수 있게 돼 가상과 현실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앞으로 멀티모달 학습과 멀티에이전트 학습 그리고 적대적 생성 네트워크에서 가상현실 구축 기술 등 복수 기술을 조합한 심층강화 학습이 고도화될 것이다. 필자는 인간의 지성과 AI 시스템 간의 공진화가 성숙된 국면을 초인지화와 초생명화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사람이 뇌 속에서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하면서 숙달하고, 그 결과를 현실세계의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신체의 행동 메커니즘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 제5차산업혁명의 기본축 '다중지구 행성 생태계'

물리적 지구 행성은 네이티브 지구 행성이라는 관점에서 '제1지구' 행성으로 명명하여 보자. 여기에서 글로벌 근대 세계의 질서가 형성되었고, 과학기술 에너지를 축적하면서 1차, 2차산업혁명을 불러왔다.

제3차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ICT가 초융합된 지구차원의 사이버 공간에서 융성했다. 기존의 물리적 영토와 문명의 영조물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지구 행성, 제2지구행성의 탄생이었다. 모두가 사이버 바다와 초대륙을 종횡무진하며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디지털 세계의 대항해길에 동참했다. 

지금은 제4차산업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그 혁명의 본질은 디지털 지구행성, 제3의 지구행성으로의 대항해길이다. 15세기 후반 이후의 대항해 시대는 물리적 지구행성의 정복이었다. 5대양 6대주가 바닷길로 맺어지면서, 물리적 지구 행성의 완전체를 형성했다. 

제4차산업혁명은 사이버 지구 행성과 물리적 지구 행성이 교접하는 사이버ᆞ물 리적 지구 행성(Cyber Physical Planet)이다. 제1지구와 제2지구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각각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하는 제3지구행성이다. 이 행성을 플랫폼으로 인터넷 접속 인구 44억, 스마트폰 이용자 60억, 30억 SNS 가입자, 20억 게이머 를 포용하는 디지털 제국이 잇달아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제5차산업혁명의 여명은 어떤 모습으로 밝아올까? 필자는 그 실체는 사실상 범용AI혁명의 바다, 즉 AI혁신기반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에서 촉발될 것으로 본다. 다중지구행성 생태계는 무수한 특화 AI들이 네트워킹되고, 그들간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중재 가능한 보편적 AI시스템이 엔진이 된다. 

여기서 혁명이라함은 범용AI 시스템과 다중지구 행성 생태계의 융합으로 경제‧산업의 기본구조 그리고 인간의 존재 가치와 삶의 방식이 근원적으로 혁신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는 21세기 인류문명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 다.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아미지= 하원규 박사>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아미지= 하원규 박사>
범용AI혁명에 의한 다중지구행성으로의 대항해길에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 문명적 구조물, 자연과 환경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다가오는 범용AI혁명의 대항해길에는 100억명의 호모 사피엔스, 1000억개의 스마트 머신, 1조개의 지능형 칩이 초유기적으로 동원될 전망이다. 

이 붕정만리의 거대여정에는 지금까지 산업혁명을 잉태한 세 개의 지구 행성이 동시병행적으로 개입한다. 다소 낯선 개념이 될 수 있겠지만, 세 개의 지구 행성에 대한 각각의 역할이 정의되어, 전체 최적화를 지향하는 인터플래닛(InterPlanet) 시스템의 총체를 '제4지구행성'으로 부르기로 한다. 제4지구행성은 이들 지구가 하나의 거대생명체라는 전제하에서, 초유기적 지구행성(Super-organic Planet)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 제4지구행성의 고도화=제5차산업혁명의 성숙

제4지구행성의 사명은 인류가 안고 있는 거대 난제의 해결이다. 지구환경 보존과 종 다양성 확보, 수십억 단위 게놈해석기반 창약 개발, 신경망 기반 지적 프로 세서 설계, 도시 및 국가단위의 완전자율교통시스템, 6G/7G환경의 무선통신 주파수 자율 할당, 양자 인공뇌 개발 등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우주적 과제에는 수천 만개, 수억 개의 변수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더구나 국가 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현재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초월한 복수 행성의 합류와 융화에 의한 궁극의 메타 행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5차산업혁명시대의 지구 행성 생태계.<이미지= 하원규 박사>
제5차산업혁명시대의 지구 행성 생태계.<이미지= 하원규 박사>
제4지구행성, 즉 슈퍼 오개닉 지구행성이 작동하는 정보지능권(infosphere)의 작동 기제를 컴퓨터 시스템에 비유하여 본다. 입력 부분은 제1지구의 모든 구성요소가 생성하는 초대규모 데이터 자원이 될 수 있다. 처리 부분은 제2지구의 고차원 정보처리역량이다. 신경망처럼 제1지구의 정보자원을 기억하고 학습하며, 분석 과 판단에 관여한다.  

출력은 제3지구행성의 미션이다. 그것은 투입된 제1지구의 복잡계 변수, 제2지구의 협업적 판단과 연계 처리를 통해, 그 결과를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적정 초치를 취하는 일이다.

여기서 세 개의 지구행성간에 작동하는 정보처리기제의 완전체가 제4지구 행성의 실체로 간주할 수 있다. 제4지구는 멀티 지구행성간의 역동적 상호교섭을 통해 인류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진화된 지구 행성의 통일장 모델이다.

제5차산업혁명은 범용AI혁명과 제4지구가 창출하는 다이내믹한 우주적 질서이자, 초지성적 판게아(Extra-intelligent Pangaea)의 출현이다. 이 인류역사 최대의 도전은 상상적 대발견을 불러오고, 사피엔스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지구 행성 간 대항해길이 될 전망이다. 

이상에서 고찰한 필자의 제5차산업혁명 시론에 대하여 가당찮은 반응을 보이는 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30년간 제2지구와 제3지구의 탄생을 주창하여 왔다. 앞으로는 제4지구‧제5지구를 발견하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그 가당찮음의 진위 여부는 오롯이 후세의 판단으로 돌리기로 한다.

◆ 하원규 박사는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사회정보학 박사를 마쳤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보정책연구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슈퍼 IT 코리아 2020' '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현재는 퇴임후 대덕넷 등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원규 박사 손전화 010 9420 6630)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