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기후변화·에너지, 핵융합 어벤저스팀 나섰다

[대한민국 대표 연구실⑥] 핵융합연 KSTAR 연구센터
"풀리지 않은 '물리' 연구 多, 해결하려면 수평·자율은 필수"
美서 본떠 온 '토카막'···"이제는 미국에서 연구하자고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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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 2019.05.27

핵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KSTAR 연구센터 뒷이야기. <영상=뉴미디어팀>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핵융합에너지 연료는 바닷물로 고갈 염려가 없고, 에너지 효율이 타 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석탄 300만t으로 만드는 에너지를 중수소 100kg과 리튬 3t만으로 생산할 수 있다. 발전 과정에서 준 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수십 년 보관 과정을 거치면 자연 상태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정도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없다.  

에너지 자립은 국가가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핵융합에너지는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995년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개발 사업에 착수해 12년만인 2007년 장치를 완공했다. 이듬해인 2008년 실패 없이 첫 플라즈마를 만들어냈고, 지난해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도를 달성하고, 1.5초 동안 유지하는 등 지속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분야는 아직 어느나라도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미국, 일본, 인도, 중국 등이 참여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공동 건설하며 핵융합에너지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ER의 장치는 KSTAR를 모델로 건설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연구진의 노력과 열정으로 일궈 낸  KSTAR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것이다.

KSTAR 연구센터의 연구진은 100명에 이른다. 1993년 핵융합연에 입사해 1995년 KSTAR 사업에 기여했던 김웅채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 현재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 향후 KSTAR 연구를 짊어질 김현석 박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핵융합에너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대용량 고효율 에너지원이다. 자원이 풍부하게 나지 않는 국내 환경에 매우 적합하다. 발전 과정에서 준 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수십 년 보관 과정을 거치면 자연 상태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정도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없다. <사진=김인한 기자>핵융합에너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대용량 고효율 에너지원이다. 자원이 풍부하게 나지 않는 국내 환경에 매우 적합하다. 발전 과정에서 준 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수십 년 보관 과정을 거치면 자연 상태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정도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없다. <사진=김인한 기자>

◆美서 본떠 온 '토카막'···"이제는 미국에서 연구하자고 찾아와"

KSTAR는 한국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이라는 뜻이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진공용기 내부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다.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7국이 힘을 합쳐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핵융합로도 토카막을 사용하고 있다. 

KSTAR가 1995년 당시 참고한 설계가 미국 'TPX'(Tokamak Physics Experiment)였다. 미국에서 핵융합 연구를 위해 설계했던 TPX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당시 이경수 박사(現 ITER 사무차장)를 비롯해 선진 연구자들은 미국을 찾아가 설계 노하우를 가져왔다. 0.1초 플라즈마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현재는 90~100초를 지속하는 고성능 플라즈마 기술을 가지고 있다. 

김웅채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은 "미국에 여러 명이 가서 설계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1년 정도 배워서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다"면서 "당시 운이 따랐고, 미국에서 정리된 설계를 가져오면서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만약 TPX 장치가 상용화됐다면 KSTAR는 TPX 팔로워가 됐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윤시우 센터장은 "KSTAR는 10년 동안 안정적인 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좋은 결과를 많이 내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연구하자고 제안을 하는 편"이라며 "당시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을 했고, 정부도 과감히 투자하면서 현재 핵융합 연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박사는 "15년 전 미국이 시기를 놓치면서 오히려 우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거대 프로젝트는 시기가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장시간 운전하는 장치가 없어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예산을 대고 KSTAR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물리' 연구 多, 해결하려면 수평·자율은 필수"

"핵융합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이미 검증이 끝났지만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척해야 할 물리 연구가 생긴다. 연구센터에 있는 선·후배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하다. 한 번 만들어보자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김현석 박사는 KSTAR 연구센터의 독특함으로 '수평·자율 문화'를 꼽았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오랜 시간동안 상태 유지를 하려면 물리 연구가 필수적이다.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열려 있는 태도를 지녔다는 의미다. 

윤시우 센터장은 "핵융합은 기존에 없는 최초의 핵융합로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KSTAR 경우 조직 차원에서 해야 할 일 50%와 각 개인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는 부분이 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특성을 지닌 핵융합로 개발과 운영에는 초고온, 고진공, 극저온 등 극한 환경에 필요한 각종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핵융합로 진단·제어·시뮬레이션 등에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다. 학제 간 연구가 필수적이다. 윤 센터장은 "핵융합은 모든 종류의 지식이 다 필요해 종합과학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나라에서 하는 연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분야"라고 주장했다. 

윤시우 센터장이 KSTAR 연구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KSTAR는 최첨단 핵융합 연구를 위해 한국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이라는 뜻을 지닌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진공용기 내부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다. <사진=김인한 기자>윤시우 센터장이 KSTAR 연구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KSTAR는 최첨단 핵융합 연구를 위해 한국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이라는 뜻을 지닌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진공용기 내부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다. <사진=김인한 기자>

왼쪽부터 김웅채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과 김현석 박사가 내부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왼쪽부터 김웅채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과 김현석 박사가 내부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20~30년 이상 걸리는 연구지만 작은 성과 만들며 연구 당위성 만들 것"

윤 센터장은 "핵융합은 궁극적으로 20~30년 후를 최종 목표라고 하지만 중간중간 새로운 진보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20~30년 동안 예산만 달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정부와 계속 얘기를 나누고, 연구의 중요성을 공유할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자원으로 분류되지만, 핵융합 분야는 현재 산업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KSTAR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다수 산업체가 KSTAR 제작에서 습득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ITER 사업에까지 확대 참여하고 있다. 국내 산업체와 기관들이 ITER와 타 회원국으로부터 수주한 사업 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물리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박사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면 필요한 건 데이터"라며 "연구를 진행하며 나온 데이터를 검증해야 하는데 자원·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해선 이러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핵융합을 통해 고온을 오랜 시간동안 지속할 수 있다면 누가 먼저 기술을 구현하고 발전소를 짓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핵융합 에너지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물리연구와 공학적인 연구를 병행해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한국이 확보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핵융합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핵융합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해지는 시기는 2040년대다. 앞으로 20~3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연구자들은 대중에게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예산 지원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융합 에너지 기술이 상용화되면 에너지 수입을 넘어 에너지 수출도 꿈만은 아니다.  

왼쪽부터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 김웅채 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 김현석 KSTAR 연구센터 박사. <사진=김인한 기자>왼쪽부터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 김웅채 KSTAR 연구센터 플라즈마안정화연구부장, 김현석 KSTAR 연구센터 박사. <사진=김인한 기자>
◆KSTAR 연혁·주요 성과

1995년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개발 사업 착수
2002년 실험동 완공
2003년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 참여
2007년 KSTAR 장치 완공
20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
2010년 고성능 플라즈마(H-모드 달성)
2011년 핵융합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전 현상(ELM) 제어
2016년 고성능 플라즈마(H-모드) 70초 지속
2019년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도' 달성(1.5초 유지)
2025년 초고온 플라즈마 300초 유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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