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다인바이오에 2차 기술이전
장용근 단장 "'자신감'과 '끈기'가 연구 성공 가능케 해"

장용근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장. 그는 일찍부터 푸코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뛰어들었다. <사진 = 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장용근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장. 그는 일찍부터 푸코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뛰어들었다. <사진 = 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푸코스(Fucose)는 가격이 비싼 물질이기 때문에 부산물로 분리해낼 수만 있다면 주 제품인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장용근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장은 푸코스가 지닌 가치를 확신했다. 푸코스를 정제한 시약은 당시 1g당 3만원 정도로 매우 고가였기 때문에 높은 순도의 푸코스를 추출해낼 수만 있다면 상업화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기대한 것. 푸코스를 향한 그의 집착(?)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시작은 바이오연료를 만들고 버려지는 미세조류 찌꺼기를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데서 출발했다.

미세조류의 기름을 빼내고 난 찌꺼기를 분해하게 되면 다양한 종류의 단당류들이 나오게 되는데, 당시 바이오매스연구단은 이 단당류들을 먹이로 삼는 미생물들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물질들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미생물의 먹이로 이용되지 않고 남아있는 물질이 있었다. '푸코스'였다. 이후 연구단은 푸코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푸코스는 포도당이나 과당등과 같은 단당류의 일종으로, 항노화, 항암, 뇌기능향상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갈조류에 '푸코이단(Fucoidan)'이라는 다당류가 포함돼 있는데, 이 푸코이단을 이루는 단량체가 바로 푸코스다.  

고순도 푸코스를 추출해야겠다는 생각이 장 단장 머릿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미세조류에는 소량의 푸코스만이 포함돼 있었고, 고순도 푸코스 추출을 위해서는 다른 물질을 찾아야만 했다.
 
장 단장은 "푸코스가 다량 함유된 다른 물질을 찾던 중 갈조류와 그 추출물인 푸코이단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이를 이용하면 충분히 푸코스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돼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미역귀'로부터 '해답' 찾아…'자신감'과 '끈기'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단은 미역귀로부터 고순도 푸코스 추출을 위해 SMBc공정을 도입했다. <사진 = 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연구단은 미역귀로부터 고순도 푸코스 추출을 위해 SMBc공정을 도입했다. <사진 = 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연구단은 2014년 고순도 푸코스 추출 연구를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연구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푸코이단이 다량 함유된 갈조류를 찾는 일이었다. 여러 갈조류를 분석한 결과 연구단은 미역의 뿌리부분인 '미역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장 단장은 미역귀로부터 고순도 푸코스를 최대로 분리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가 생각한 방안은 연속분리·정제 과정에 효과적로 쓰이고 있는 'Simulated Moving Bed Chromatography 공정(이하 SMBc 공정)'이었다.

장 단장은 "SMBc 공정을 이용하면 연속적인 추출이 가능해 대량의 푸코스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순도 분리정제 과정에 대한 SMBc 공정 응용 성공 가능성, 대량생산에 기초한 산업화 가능성을 보며 SMBc 공정을 도입했다"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푸코스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푸코스 자체에 대한 시장은 아직 좁다. 하지만 푸코스의 글로벌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들도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활발하진 않지만 이미 푸코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상업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것.

장 단장은 "고순도 푸코스는 이미 판매되고 있지만 분리공정에서 발생하는 낮은 수율 문제 때문에 고순도로 다량 추출된 사례가 없으며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면서 "우리 연구단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푸코스 고순도 추출도 있지만, 고순도 푸코스를 고수율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푸코스 시약의 모습. <사진 = 대덕넷>
푸코스 시약의 모습. <사진 = 대덕넷>
연구단은 연속분리공정인 SMBc를 도입해 고순도, 고수율 푸코스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처리 공정을 제외하고 연속분리공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약 3%에 불과하다. 같은 양의 원료에서 더 많은 양의 고순도 푸코스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SMBc 공정을 통해 고수율의 푸코스를 얻는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연구개발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SMBc 실험은 보통 이틀에서 삼 일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밤샘이 동반되며 샘플링을 약 20분 간격으로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항상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장 단장은 연구원들의 '자신감'과 '끈기'에서 찾는다.

"야간에도 계속되는 실험이 끝나고 나면 연구원들은 며칠 동안 시차적응을 해야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랩 식구들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끈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웃음)"

◆ 22억 기술료, '마일스톤'-'노하우' 형태로 기술이전…의약, 화장품 등 기술 적용범위 확대

연구단은 2017년 푸코스 시약에 한정된 통상실시권을 국내 바이오 기업인 '다인바이오'에 이전했다. 푸코스 시약 생산·판매권을 가진 다인바이오는 동물·세포실험 등을 통해 푸코스가 가진 생리활성기전을 밝혀왔었다.

2019년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은 '노하우'와 '마일스톤'형태로 다인바이오에 2차 기술이전을 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2019년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은 '노하우'와 '마일스톤'형태로 다인바이오에 2차 기술이전을 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2년이 지난 현재, 연구단은 다인바이오에 2차 기술이전을 결정, 지난 5월 15일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번 기술이전은 기술의 적용범위를 시약 제품 생산·활용을 넘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 의약원료 개발 및 생산까지로 확장했다.

특히, 이번 기술협약에서는 기술 '노하우'를 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용도 또는 적용 제품에 따라 단계별로 총 22억의 기술사용료를 지불하는 '마일스톤' 형태를 택했다.

장 단장은 "핵심 기술인 SMBc 공정 기술 외에도 푸코스를 다량 포함한 원료와 전처리 기술을 다인바이오에 '마일스톤'과 '노하우(Know-How)' 형태로 기술이전했다"면서 "1차 기술이전 당시만 해도 푸코스 확장성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으나 양측 간의 지속적인 정보와 의견 교환을 통해 푸코스의 잠재적인 활용가치를 확인, 필요한 보완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오늘의 결과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제현 다인바이오 대표는 "다인바이오는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기술사용료를 한 번에 지불할 만큼의 자금력이 충분치 않는데, '마일스톤'형태의 기술이전으로 인해 기술개발을 조금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전받을 기술을 활용해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을 수립, 실천해 나가며 바이오 원천소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인바이오는 기초적인 생리활성 연구를 다양화해가며 적용 가능분야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통해 사업화 전략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장 단장은 "다인바이오와의 신뢰와 협력이 이번 기술이전의 절대적인 요인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전체 공정의 최적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식품의약처 개별인증허가 등 푸코스에 대한 남은 과제를 다인바이오와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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