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직원기자단' 발족···소속·직급 다양한 21명 활동
교내 2000명 '직원' 조명, 홈페이지·디자인 등 100% 자체 제작

숨겨진 보석 같은 직원을 찾아 인터뷰 하고 기사를 쓴다.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어도 잘하고 싶은 열정은 넘친다. 가끔 마감에 쫓겨 야근을 하기도 한다. 힘들어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KAIST 직원기자단. (왼쪽부터) 이혜미 간사, 송미선·최은진·김건웅 기자. 이 밖에도 입학전형팀, 중앙분석센터, 국제협력팀, 시설인력지원팀 등 17개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기자단으로 활동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KAIST 직원기자단. (왼쪽부터) 이혜미 간사, 송미선·최은진·김건웅 기자. 이 밖에도 입학전형팀, 중앙분석센터, 국제협력팀, 시설인력지원팀 등 17개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기자단으로 활동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KAIST에서 제2의 업(?)을 찾은 '직원기자단'의 이야기다. 본업은 교내 여러 부처의 행정원, 기술원, 위촉연구원, 위촉행정원. 소속과 계약 형태가 다양하다. 이들은 업무 외 시간을 쪼개 온라인 소식지 'News KAISTaff(이하 KAISTaff)'를 매월 발행한다.

자기 일하기도 바쁜 직원들이 기자단에 자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뚫고, 작년 3월 단원 11명이 모였다. 올해는 1기 인원만큼 신입 기자가 합류해, 21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 캠퍼스에 특파원도 있다. 

방진섭 행정부장.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 자발적으로 모인 20~30대 젊은 기자단들의 이야기를 교내에만 가둬두기 아까워 올해 4월 책(교직원 K의 이중생활)으로 냈다. <사진=한효정 기자>
방진섭 행정부장.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 자발적으로 모인 20~30대 젊은 기자단들의 이야기를 교내에만 가둬두기 아까워 올해 4월 책(교직원 K의 이중생활)으로 냈다. <사진=한효정 기자>
직원기자단을 또 하나의 행정 부서로 본다면 오해다. 추가 수당이나 혜택 없이 단원들이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꾸려간다.

편집국장을 맡은 방진섭 행정부장은 "KAIST를 대표하는 연구성과를 얻기까지 묵묵히 뒤에서 지원하는 2000여명 직원의 존재를 비추고 박수 쳐주는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며 "총장님께 보고도 하지 않고 만들어진 직원들의 독립적인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소식지 9호 작업이 시작될 무렵, 직원기자단의 김건웅(홍보실)·최은진(공과대학교학팀)·송미선(화학과) 기자, 이혜미(총무팀) 간사, 방 국장을 한 자리서 만났다.

◆ "교내 부서들 잇는다는 사명감···취미 이상의 의미"

글쓰기가 좋아서 지원했다는 세 기자는 우여곡절 속에 1년을 보냈다. 기자가 되기 위한 특별한 준비 과정은 없었다. 기자 출신 직원에게 간단한 '개론'만 듣고 '맨땅에 헤딩' 하듯 현장에 나갔다.

이제는 각자의 끼와 능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다. 기사 작성은 물론이고 KAISTaff 홈페이지 개발, 디자인, 동영상 촬영·편집 등 모든 작업이 외부 도움 없이 단원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Q. 기자단에서 맡은 역할은?

최은진(이하 최) : 웹툰과 카드뉴스 등을 만들며 전공인 시각디자인을 써먹고 있다. 결과물의 수준이 어떻든 동료들이 좋아해 줘서 힘을 얻는다.

송미선(이하 송) : 소소하게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기사 컨셉은 '인간극장'이다. 직원들이 좌충우돌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냄새나는 기사를 쓰고 있다.

김건웅(이하 김) : 홍보실에서 연구성과 보도자료를 써오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구석구석 재밌는 이야기를 말랑하게 전한다.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캠퍼스 폴리스 강성돈·오창석씨 인터뷰 기사가 대표적이다. 많은 분이 이 기사에 공감을 해주셨다.

7호 소식지 일부. 6호가 나온 작년 12월까지는 시범호였고, 올해 4월 발행된 7호가 첫 정식 소식지다. <사진=KAISTaff 홈페이지>
7호 소식지 일부. 6호가 나온 작년 12월까지는 시범호였고, 올해 4월 발행된 7호가 첫 정식 소식지다. <사진=KAISTaff 홈페이지>
기자들의 특색만큼 기사 형식도 다양하다. 식당에서 인터뷰하는 동영상 '밥 한번 먹자!', 사진과 재밌는 멘트를 덧붙이는 화보, 행정 이슈를 대화체로 쉽게 푸는 '알고있슈? 여기있슈!', 부서탐방 등 5~6개 글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지면을 채운다.  

자유로운 글과 이색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데는 방 국장의 '방목형' 운영 방식도 한몫했다. 그는 "아이템 발굴이나 작성 형식 등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기자의 재량을 마음껏 펼치게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기자단 모집 '웹툰'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이혜미 간사는 "친구들 사이에서나 공유될 만한 자유분방한 웹툰이 전직원 메일로 보내져 당시 굉장히 놀랐다"고 떠올렸다. 

이 웹툰 덕에 소식지는 직원뿐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주목을 받게 됐다. 최근 기사를 제보하거나 기자단 근황을 묻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높아지는 관심만큼 구성원들도 한 단계 성장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최은진 기자가 만든 직원기자단 모집 웹툰 일부. <그림=KAIST 직원기자단 제공>
최은진 기자가 만든 직원기자단 모집 웹툰 일부. <그림=KAIST 직원기자단 제공>
Q. 어떤 노력을 하는지?

김 : 기자단이 직원 사회에 개선될 점을 발굴해 공론화하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 공부 중이다. 요즘 인터뷰 기사 작성법에 한계를 느껴 새로운 방향도 찾고 있다.

송 : 일기 수준의 기사를 넘어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 노력한다. 영상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아 방송 기자로 변신도 꿈꾼다. 

최 :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를 되살려 태블릿PC로 인물 스케치를 연습 중이다. 사진 촬영도 개선하고 싶어 직원분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자기 개발에 매달 4번 편집회의와 취재까지 기자단 활동으로 이들의 하루는 더 바빠졌지만, 그만큼 보람은 커진다.

김 기자는 "구성원들의 흥과 에너지가 적극적으로 발산되는 곳이 기자단"이라며 "서로를 잘 모르는 부서들을 이어 조직이 더 잘 굴러갈 수 있게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 취미 이상의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송 기자는 "힘들면서 즐겁다. 기사에 교수와 학생들의 댓글이 달릴 때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특히 기쁘다"고 말했다.

방 국장은 "자발적으로 모인 젊은 직원들의 열정에 KAIST 30년 생활 중 가장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조직문화는 누가 만들어주지도 않고 지금 우리가 만든다. KAIST가 학문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향함과 더불어 공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구성원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직원 'K'를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방 국장은 "어벤져스 군단같은 직원기자단은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밤을 지새우면서도 열정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없던 에너지를 만든다"고 말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교직원 'K'를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방 국장은 "어벤져스 군단같은 직원기자단은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밤을 지새우면서도 열정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없던 에너지를 만든다"고 말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