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벤처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 9일 혁신신약살롱서 발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 과정과 교훈 짚어

"생물학자, 화학자, 약사. 같은 분야 사람끼리만 매번 만나면 발전이 있을까요?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게 신약 개발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죠."

미국 보스턴에 있는 신약 벤처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가 '혁신신약살롱'에서 던진 첫 마디다. 고 대표는 지난 9일 저녁 6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개발 과정을 공유했다. 이날 신약 벤처인, 연구원, 투자자, 교수, 대학원생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왼쪽부터)고종성 제노스코(GENOSCO) 대표,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사진=한효정 기자>
(왼쪽부터)고종성 제노스코(GENOSCO) 대표,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사진=한효정 기자>
고 대표는 대전과 인연이 깊다. 1991년부터 16년간 LG화학에서 여러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국산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Zemiglo)의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화학연에서 1년간 항암연구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고 대표는 미국에 건너가 2008년 제노스코를 설립하고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개발했다. 비(非)소세포폐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지 않은 암을 말한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중 하나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를 막는다. 

그는 2013년부터 여러 전문가를 만나며 레이저티닙의 치료제 가능성을 검증했고, 2015년 유한양행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어 전임상을 시작했다. 현재 레이저티닙은 국내 임상 2상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이날 고 대표는 레이저티닙 프로젝트 선정, 후보도출, 임상 협업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임상까지 진출하면서 그가 얻은 교훈은 ▲시간이 걸려도 서두르지 않고 정밀하게 준비한다 ▲후보물질의 개발 목표를 최상으로 설정한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교류한다 ▲기술수출 파트너는 해당 기술을 여러 개 중 하나가 아닌 중심축으로 삼고 키울 곳이어야 한다 등이다.

그는 "외부 전문가, 임상을 진행할 의사들과 자주 상담을 해야 하며, 과학자들은 문제가 안 풀릴 때는 왜 안되는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화학과 생물학의 조합도 강조했다. 그는 "LG화학에 있을 당시, 생물학자와 함께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생물학자와 화학자는 서로가 너무나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누가 잘하느냐를 따지지 말고 장벽을 없애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이자 생물학자인 배진건 박사는 "우리나라 신약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는 두 분야의 분리와 교류 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신약 개발 과제를 시작하기에 늦은 건지 적절한지 어떻게 판단하냐"고 물었다. 이에 고 대표는 "앞서가는 경쟁 약의 약점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다면 늦은 때란 없다. 이미 있는 약과는 다른 선택성(selectivity)을 갖추면 새로운 약이 된다"면서 "경쟁 약의 잘못된 방향을 쫒아가다 실격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답했다. 

혁신신약살롱은 신약 관련 기업,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2012년 자발적으로 만든 대덕연구단지의 바이오 교류회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30분간 피자·맥주를 먹고 인사를 나누며 시작된다. 연사 발표에 앞서, 참가자 전원이 자기소개하는 문화가 있다. 뒤풀이도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한국화학연구원, IMM인베스트먼트의 후원을 받았다. 혁신신약살롱은 매월 열리며, 일정은 공식 페이스북에 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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