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PET보다 잘 썩는 PEF 원료 뽑아내는 촉매 개발
다양한 폐기물 이용 계획···더 빠르게 PEF 분해 목표로 후속 연구

페트병 소재인 페트(PET)보다 더 빨리 썩는 페프(PEF)를 쉽게 만들 방법이 나왔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성수)은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차현길·황성연 박사 연구팀이 PEF의 원료인 2,5-FDCA(이하 FDCA)를 생산하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PEF는 석유 원료로 만든 PET와 달리,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FDCA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PEF는 PET보다 빠르게 분해된다. 그러면서도 PET만큼 산소·이산화탄소를 차단하고 열을 견딜 수 있어 탄산음료 용기와 식품 포장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과 노바연구소의 2017년 바이오플라스틱 자료에 따르면, PEF 생산량은 0%지만, 2020년부터 시장에 진입해 점차 PET를 대체할 전망이다.

5-HMF가 2,5-FDCA로 전환되는 과정(왼쪽)과 PET병과 PEF 제품의 성분 차이. <그림=화학연 제공>
5-HMF가 2,5-FDCA로 전환되는 과정(왼쪽)과 PET병과 PEF 제품의 성분 차이. <그림=화학연 제공>
PEF는 에틸렌글리콜과 FDCA를 합성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주 원료인 FDCA를 얻기가 어렵다. FDCA는 목재에서 유래한 5-HMF를 변환해 얻어지는데 이때 FDCA 이외에 원치 않는 부산물들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연구자들은 FDCA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촉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화학연 연구팀은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은 '키토산 바이오매스'로 촉매를 만들었다. 탄소로 구성된 키토산은 촉매에서 지지체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키토산을 그래핀처럼 구멍이 많은 구조로 변형하고 금속입자를 더해 분말 형태 촉매를 합성했다.

키토산 탄소 지지체에 금속 입자(Pt)가 결합된 촉매의 작용 모식도(왼쪽)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한 키토산 탄소 지지체. <그림=화학연 제공>
키토산 탄소 지지체에 금속 입자(Pt)가 결합된 촉매의 작용 모식도(왼쪽)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한 키토산 탄소 지지체. <그림=화학연 제공>
차현길 박사는 "키토산은 건강식품으로는 쓰이고 있긴 하지만 해양 폐기물로 분류된다"며 "목재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해양 바이오매스를 활용하고자 키토산을 선택했다. 다양한 폐기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플라스틱 저감 효과까지 내는 게 우리 센터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개발된 키토산 유래 촉매의 전환 효율은 110℃에서 99%에 달하며, 촉매를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다. 또, 금과 납 촉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자연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져 유해성도 낮다.

현재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다. 연구팀은 PET처럼 물성이 단단하면서도 분해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도전한다. 차 박사는 "이 소재는 최근 개발한 생분해성 필름보다 분해 속도가 느리겠지만, 다양한 기작을 추가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반대로 PEF를 분해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차 박사팀은 이번에 개발한 촉매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PEF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분해되게 만들 계획이다.

차 박사는 기업과 협력 의지도 밝혔다. 그는 "바이오플라스틱 연구가 상당히 활발한 미국·유럽·일본과 달리 국내 연구자와 기업은 아직 여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충분히 상업화할 수 있다. 국내 기업과 함께 대량 생산과 테스트까지 확장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 'Carbon Support with Tunable Porosity Prepared by Carbonizing Chitosan for Catalytic Oxidation of 5-Hydroxylmethylfurfural'은 촉매 화학 분야 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Engineering' 2월호에 게재됐다.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연구진. 맨 오른쪽이 차현길 박사, 맨 왼쪽이 황성연 센터장. <사진=화학연 제공>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연구진. 맨 오른쪽이 차현길 박사, 맨 왼쪽이 황성연 센터장. <사진=화학연 제공>
*약어 풀이
PEF=Polyethylene furandicarboxylate/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2,5-FDCA=2,5-Furandicarboxylic acid/ HMF=Hydroxymethylfurf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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