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에 '창업 씨앗' 심은 美친 두 공무원 7년 분투기

도룡벤처포럼 2012년부터 민·관 지원없이 자발적 운영
"꾸준함 기반으로 지역사회 위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창업 생태계 구축 위해 30년 정진할 것···축적의 힘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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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 2019.05.09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즈음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안내 메시지. 내용은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 소개, 중소벤처기업 트렌드, 글로벌 시장 동향, 기업 성장 스토리, 네트워킹 등 창업 관련 스케줄로 빼곡하다. 

저녁 6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지만 이곳에는 매달 수십명이 찾는다. 대학생, 연구원, 은퇴 과학자, 투자자 등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네트워킹하기 좋은 곳', '공부하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참석자들은 이슈 토론, 네트워킹은 물론 포럼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주변 정리정돈까지 한다.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도룡벤처포럼' 이야기다. 

창업 포럼 롤모델로 거듭나기까진 김채광 회장, 윤세명 간사의 꾸준한 발걸음이 있었다. 두 사람은 민·관 지원 없이 포럼을 자체적으로 꾸려왔다.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창업과 관련한 포럼 본연에 충실할 수 있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쓸 수 있는 기금이 없었다. 첫 포럼에는 회장, 간사와 발표자만 참석하기도 했다. 시련도 있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자, 투자자들이 수시로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 구축'이란 일념으로 매달 포럼을 개최해 왔다. 이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작은 도움들이 쌓이며 7년이 지났다. 

김 회장(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 조정협력과장)과 윤 간사(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육성과장)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공무원으로 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제도, 엔젤매칭펀드 제도 마련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포럼에선 회장과 간사 직함만 사용한다. 공무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연결' '네트워킹' '모임'이 필요해 포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000만원 가량 지원하겠다는 기관도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도룡벤처포럼은 2012년부터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초기 포럼에는 참석자가 1~2명 밖에 없기도 했지만, 날짜 변경도 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다. 지금껏 민·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창업 본연 프로그램에 충실할 수 있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업 생태계 구축이란 일념으로 도룡벤처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채광 회장(좌)과 윤세명 간사(우). <사진=김인한 기자>도룡벤처포럼은 2012년부터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초기 포럼에는 참석자가 1~2명 밖에 없기도 했지만, 날짜 변경도 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다. 지금껏 민·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창업 본연 프로그램에 충실할 수 있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업 생태계 구축이란 일념으로 도룡벤처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채광 회장(좌)과 윤세명 간사(우). <사진=김인한 기자>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잘 할 수 있는 일 찾아···"축적의 힘 믿어"

"사람이 태어나면 알게 모르게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죠. 지역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창업과 관련한 일을 해왔고, 창업 포럼을 만들어 사람들을 엮어주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채광 회장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도룡벤처포럼이 태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덕에서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커피 한 잔, 술 한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과 관련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모임을 추구해왔다.

윤세명 간사는 KAIST 물리학과 출신으로 민간 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느껴 공무를 택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깊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실리콘밸리는 투자자, 창업가가 자주 모이고 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곳이란 걸 알게 됐다"며 "대덕은 잠재력이 뛰어난 기술, 인재가 있는 곳으로 '연결'이 필요했다"고 포럼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윤 간사는 축적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거창하게 만들지 말고, 준비도 너무 힘들이지 말자고 했다"며 "'대신 계속 가자', 가다 보면 축적의 힘으로 굴러간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어찌 보면 그렇게 부담 없이 7년을 왔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도룡벤처포럼의 운영 철학을 꽃으로 비유했다. 그는 "자질은 민들레인데 장미가 보기 좋다고 장미로 키우려고 하면 꽃이 크질 못하지만, 그대로 두면 스스로 아름다운 민들레로 커간다"며 "도룡벤처포럼도 '여기로 가자' '저기로 가자'고 하기보단 시대와 지역과 사람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간섭을 최소화해 생태계를 구축해온 게 벌써 7년"이라고 언급했다. 

◆"현장 無경험 땐 전문가로 착각···도룡포럼 7년 하며 착각 깨달아"

김채광 도룡벤처포럼 회장은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최소 30년은 가야 한다"며 도룡벤처포럼도 꾸준히 나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채광 도룡벤처포럼 회장은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최소 30년은 가야 한다"며 도룡벤처포럼도 꾸준히 나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김인한 기자>
"도룡벤처포럼 시작 전엔 창업에 대해 안다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포럼을 이끌어오며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김 회장의 고백이다. 그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착각할 수 있다"면서 "돈 없이도 무엇을 할 수 있을 때가 진짜 능력"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어떤 생태계든 구축되려면 30년은 해야 한다"며 "일단 30년은 꾸준히 가야 지역에 창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기술벤처를 발굴해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창업이 활성화 돼야 국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첨언했다. 지역과 국가에 '창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사명을 위해 꾸준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가 살려면 창업이 핵심이에요. 창업이 활성화돼야 좋은 기업이 나옵니다. 창업 활성화가 되려면 먼저 분위기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동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창업이 활성화 되도록 꾸준히 나아갈 예정입니다. 국가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외부 평가···"도룡포럼은 창업 백과사전"

경험이 축적되며 도룡벤처포럼은 창업 백과사전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도룡벤처포럼에서 만난 안병준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도룡벤처포럼은 일종의 창업 백과사전 역할을 한다"며 "스타트업 소개는 물론 시장, 글로벌 트렌드, 법률 스터디, 네트워킹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룡벤처포럼 초창기 연사로 참여했던 이민화 KAIST 교수는 "초창기 시절은 지역의 혁신생태계에 씨앗이 뿌려지는 과정이었다"며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성숙한 단계가 됐다. 지금은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포럼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룡벤처포럼은 매달 셋째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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