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을 식수로" 水연구 40년 '마이크로 단위'도 잡는다

[대한민국 대표 연구실④]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하수고도처리부터 미세플라스틱 등 미량 유해물질 제거까지
물 연구 인력 산실 "KIST정신 이어받아 국민 위한 연구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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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9.05.07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는 물연구만 40년 이상하며 대한민국의 물안전을 책임지고 있다.<영상=대덕넷 뉴미디어팀>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 한 달을 버틸 수 있지만 물 없이는 3일도 버티기 힘들다. 약 66%가 물로 이뤄진 우리는 매일 적당량의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
 
깨끗한 물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염된 물은 복통과 설사, 메스꺼움 등을 동반하는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질산염이 많이 들어있는 물은 혈액 속 산소운반을 방해해 청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로 어린 아기에게 나타나는 청색증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앗아간다.
 
생명과 직결된 물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물 연구역사를 가진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다. 1970년 도시계획연구실을 모태로 KIST에 설치된 센터는 초창기 산업단지 기본계획을 위한 환경조사와 향후 계획을 세우는 연구를 시작했다. 화력발전소와 화학단지 등이 미치는 대기오염과 폐수관리 등 KIST가 도맡았다.
 
그러다 90년대에는 축산분뇨와 오염토양 세척기술, 하수고도처리 공정개발(KSBNR, KIDEA 등)에 매진했다. 똥통에 빠져가며 연구하는 등 분뇨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고. 이때 개발한 질소와 인을 처리하는 하수고도처리 공정 법은 센터가 꼽는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다. 현재 다수의 건설사에 기술 이전돼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현재 센터는 사전 오염방지기술과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신종 오염물질 대응기술, 물 부족 사태 해결과 해수 담수화 시스템 등 환경 전반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과거 분석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혹은 잘 몰라 검출할 수 없었던 오염물질을 검출해 독성과 유해성을 처리함과 동시에 오염물질을 모아 가치 있는 물질을 가공하는 원천기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생활폐수를 비롯해 바닷물과 빗물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센터의 주역들을 만나봤다. 인터뷰에는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의 홍석원 센터장과 송경근 책임연구원, 김은주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 햇빛 못보고 모기와 싸우고 "힘들었지만 상용화 뿌듯"
 
"하수처리장, 지하시설 등 수처리하는 현장에도 많이 갔었죠." 연구자들이 모기와의 싸움부터 머리카락 때문에 하수처리 시설을 직접 청소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공유하고 있다. (왼쪽부터)홍석원 센터장, 송경근 책임연구원, 김은주 선임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하수처리장, 지하시설 등 수처리하는 현장에도 많이 갔었죠." 연구자들이 모기와의 싸움부터 머리카락 때문에 하수처리 시설을 직접 청소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공유하고 있다. (왼쪽부터)홍석원 센터장, 송경근 책임연구원, 김은주 선임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서울의 하수처리장에 많이 갔죠. 하수처리시설 청소 중 반응조에 빗자루를 떨어뜨려서 물 빼고 빗자루 꺼내고 웃지 못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홍석원 센터장)
 
"재이용 중수도 연구를 위해 롯데월드 지하 시설에 갔는데 어둡고 습하다 보니 모기가 많아요. 결혼식 전전날까지 햇빛도 못 보고 일 한 기억이 나네요. (웃음)" (송경근 책임연구원)
 
송경근 책임연구원은 30여 년간 센터에 몸담은 연구고참이다. 그는 생물학적 수처리와 멤브레인을 통한 하수 및 슬러지(침전물) 처리 관련 기술과 하수를 한 번 더 이용하는 중수도 기술을 실용화하는 등 국내 수자원 절약에 공헌한 연구자다.
 
그가 막 입사해 연구할 시기에는 하수처리장 등 현장에 가야 할 일이 많았다. 송 책임연구원은 "80년대 초 우리나라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보니 주로 유기물을 제거하는 슬러지 처리 관련 연구가 많았다"며 "집마다 정화조를 설치해 생활폐수를 내보내는 개별정화조에 관한 연구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자체적으로 재처리해 화장실 변기 등에 재사용하는 중수도 연구를 하며 며칠 동안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연구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송 책임연구원은 "중수도 재이용 연구를 위해 롯데월드 지하 시설에 간 적이 있는데 어둡고 습도가 높아 모기가 많더라. 에프킬라와 모기향을 10개 정도 둘러놓고 일을 했다"면서 "아침에 들어가서 밤에 나오니 해를 잘 못 봤다. 결혼식 전전날까지 그렇게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홍석원 센터장도 물을 연구하는데 머리카락 등 오물을 치워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원내에서 파일럿연구를 하는데 하수가 들어오는 배관의 펌프가 머리카락 때문에 고장 나는 일이 있었다. 공구를 사다가 직접 청소를 했는데 반응기에 빗자루를 떨어뜨려 물을 다 빼고 건져냈다"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센터는 과거 집중했던 오염토양과 축산분뇨 등을 넘어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을 하수처리장에서 제거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센터는 과거 집중했던 오염토양과 축산분뇨 등을 넘어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을 하수처리장에서 제거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축산분뇨나 오염토양을 연구했던 과학자들은 실제 오물에 빠지는 사고도 태반이었다. 그러나 두 연구자는 "우리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어 제대로 수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 미세플라스틱 꼼짝마! 미량 유해물질 제거로 깨끗한 물을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 종류는 수십만 종에 이를겁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 않아도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죠. 마이크로 수준까지 수처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김은주 선임연구원)
 
수처리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센터는 프로세스 개발을 넘어 그간 축적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사전오염방지기술과 신종오염물질, 특정 산업폐수 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폐수의 경우 분리한 오염물질 속 가치 있는 재료들을 가공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홍 센터장은 "반도체폐수를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는데, 폐수에서 구리를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역난방에 활용되는 물 관리 및 배관관리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센터는 해수 담수화를 앞당길 연구와 신종오염물질 및 사전오염방지기술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하수처리시설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제조되거나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되기도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치약이나 세정제, 스크럽 등에도 함유돼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크기가 매우 작아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강과 바다의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해 그대로 섭취하고, 우리는 그 바다생물들을 먹는다. 수돗물과 시판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정도라니 오염현황이 심각하다.
 
센터는 이런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부터 하수처리시설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나노기술을 활용해 물속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나노 흡착제 소재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량 유해물질 중 하나인 카페인과 물약에 들어있는 항생제 등을 처리하는 소재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은주 선임연구원은 "물약의 경우 하수구로 버리는 경우가 흔한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모르게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하수처리장을 모니터링해 미량의 유해물질 처리 연구를 추진하기 위한 협약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정수 하수 시설은 고도화가 되어있어 웬만한 오염물질은 다 제거가 되지만 기존에 처리되지 못했던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수처리 소재기술을 후배들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를 이끄는 주역들.<사진=김지영 기자>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를 이끄는 주역들.<사진=김지영 기자>

그렇다면 이전에는 왜 미량 유해물질을 제거하지 못했던 걸까. 송 책임연구원은 분석기술의 발달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는 오염물질이 많았는데, 산업과 화학공업의 발전 등으로 잠재적인 독성이나 유해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은주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 종류는 수십만 종에 이를 것이다. 이 폐수들이 당장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10년, 20년 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마이크로한 수준까지 수처리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융합연구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센터는 타 분야 연구자들과의 융합연구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도 다양하게 추진한다. 최근 KIST 광전소재팀과 함께 멤브레인을 활용한 정수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그 예다. 물을 정수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광전소재팀이 보유한 태양열 흡수체 소재를 활용해 얻겠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VKIST(베트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통해 베트남 현지 적용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전력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나 고립지역에 소형 담수화 장치를 설치하고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물을 정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적용이 성공하면 이후 미얀마, 캄보디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센터는 환경복지연구단과 함께 항균 복합체 개발에도 성공한 바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포도당을 이용해 수질 세균을 안정화하고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친환경 항균 소재로 인체 무해한 친환경 무약품 항균 제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이 다른 연구자끼리의 융합은 쉬운 것은 아니다. 소재보다 수자원이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연구 규모도 달라서 의견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송 책임연구원은 "타 전공자들과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자리를 마련해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계속 자리를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연연은 개별이 아닌 힘을 합쳐 연구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심장은 조국에 물은 KIST가!"
 
"개인적 안위나 명성도 중요하지만, KIST 자체가 국가의 과학기술 기반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연구소거든요. KIST의 시작처럼 어떻게 하면 조국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연구하겠습니다."(송경근 책임연구원)
 
프로세스개발부터 신종오염물질까지 다양한 수처리 연구를 하는 센터지만 연구자들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녹조 관련 연구다.
 
센터는 녹조 해결을 위한 과제를 지난 3년간 수행해왔다. 앞으로도 후속과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녹조해결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센터는 녹조 해결을 위한 과제를 지난 3년간 수행해왔다. 앞으로도 후속과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녹조해결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센터는 3년 과제를 통해 녹조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연구를 해왔다. 과망간산염과 분말활성탄의 순차적 적용을 통해 ▲녹조 유래 독소물질 제거 ▲소독 부산물 최소화 ▲맛·냄새·색도(color) 물질 처리 ▲잔류 망간 문제 등을 해결하는 공정 조건을 확보했지만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홍 센터장은 "우리가 연구하면서 미해결됐다고 보는 부분이 녹조연구"라면서 "미세먼지나 녹조 등 자연의 원리와 싸워야 하는 연구들을 너무 단기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후속 과제를 준비해서 장기적으로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근 책임연구원도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적용이 될 때 느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개인적 안위나 명성보다 KIST의 시작처럼 어떻게 하면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며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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