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탐방·과학강연 등 즐겨···블로그로 소식 전파도
과학 프로그램 통해 진로 구체화하기도

5월 가족의 달이다. 이즈음 놀이동산, 공원, 축제 현장은 가족들로 붐빈다. 그런데 과학으로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 혼자 또는 가족들과 함께 과학관, 연구소를 놀이터(?)로 삼으며, 과학을 즐기고 대회, 캠프, 강연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과학 정보를 상시 찾고, 참가 신청일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필수. 매년 진행되는 행사들은 사전에 이들의 달력에 표시된다. SNS, 채팅앱, 행사 안내앱 등의 수단도 총동원한다.

행사장을 찾는 가족들이 유사하다보니 서로 친해지기도 한다. 과학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은 대덕에 거주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과학 매니아'이다. 이들에게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 이상으로 과학 대중화 프로그램이 더 고맙고, 소중하다. 

각양각색으로 과학을 즐기는 선명희씨 가족, 안현숙씨 가족, 안혜경씨 가족, 안세용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선명희씨 "가족 함께 과학 즐겨, 현장 교육으로 대회 수상까지"

대전 목동의 선명희씨 가족은 과학을 즐기다보니 수상 등의 성과도 따라온 사례이다. 선 씨 가족 일행은 9년전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당시 지인 추천으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중앙과학관에 데리고 가서 놀게 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초등학생인 형(전준영)과 동생(전준하)은 둘다 장래희망이 과학자이다. 형은 항공우주분야 엔지니어, 동생은 바이오제약분야 연구자를 꿈꾸고 있다. 

평소 집에서도 아빠와 아이들은 함께 레고블록, 아두이노,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제작하고 작동해 본다. 교육과학원, 중앙과학관 등도 종종 찾는다. 

선씨에 의하면 평범했던 아이들은 과학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즐겨오면서 과학 영재로 성장했다. 형은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는 형 못지 않게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형제는 그동안 주니어닥터, 모형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 기계제작대회 등에 참가하면서 수상까지 휩쓸었다. 지난해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에 나란히 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대전광역시 시장상을 함께 받았다. 

종종 형제는 중앙과학관 일대에서 열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즐기고, 무한상상실에서 드론, 3D 프린터와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몸소 체험했다. 과학대중 소통프로그램인 'Science Slam D' 행사도 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선씨는 "주니어닥터는 특히 평소 가기 어려운 연구소를 개방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과학분야를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면서 "학원을 다니거나 교과서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덕특구의 연구소나 공간들을 찾아 참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준하 학생의 주니어닥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소감문 중 일부. 

주니어닥터 수업을 듣다보면 나의 꿈이 조금씩 바뀐다. 다양한 과학을 만날 수 있어서 주니어닥터가 좋다. 여름방학 때면 과학 수업만으로 꽉 찬 스케줄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게 참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과학만을 만날 수 있는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이 겨울방학때도 생겼으면 좋겠다. 주니어닥터에 참여하고 만든 과학과제물을 여름방학 숙제로 제출했다. 작년처럼 방학과제물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선명희씨 가족은 모두가 함께 과학 프로그램을 즐긴다.<사진=선명희씨 제공>
선명희씨 가족은 모두가 함께 과학 프로그램을 즐긴다.<사진=선명희씨 제공>

지난해 주니어닥터 우수감상문 발표대회에서 나란히 수상한 전준하 학생(왼쪽)과 전준영 학생(오른쪽).<사진=선명희씨 제공>
지난해 주니어닥터 우수감상문 발표대회에서 나란히 수상한 전준하 학생(왼쪽)과 전준영 학생(오른쪽).<사진=선명희씨 제공>
◆안현숙씨 "내성적인 아이들도 변화···블로그로 대중과 과학소통"

블로그로 과학행사 체험 소감 등을 올리며 대중프로그램을 확산하는 이들도 있다. 안현숙씨는 약 1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지구사랑 삼남매' 블로그를 운영한다.

승혜, 승호, 건호 엄마로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살았던 안씨 가족은 과학이 좋아 대전 가수원에서 유성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안 씨는 지난 2013년경부터 아이들과 문화원, 도서관에 다니며 일기 형식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다소 내성적이었던 아이들이 앞에 나서지 못하고 집에 와서 "나도 할 걸"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과학에 매력을 느껴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안씨의 고향은 충주. 충주와 달리 대덕에는 과학 체험이 풍부해 그 어느 곳 부럽지 않단다. 과학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내성적인 아이들이 보다 외향적으로 변하고, 과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안씨는 "워킹맘인 엄마가 퇴근 후 아이들의 과학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도 보다 열심히 과학을 즐긴다"면서 "아이들의 성격도 바뀌고, 작은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아빠는 문과, 엄마는 간호학과를 나와 이공계와 거리가 있고, 저 자신도 과포자(과학포기자)였다"면서 "부모가 과학지식을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를 과학관, 연구소 등에서 해결하고, 가족들과 과학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덕이 좋다"고 덧붙였다.  

안현숙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사진=안현숙씨 블로그>
안현숙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사진=안현숙씨 블로그>
◆안세용씨 "과학캠프·연구소 투어 접하며 항공분야 전문가 꿈꿔"

안세용씨는 타지에 있지만 대덕에서 과학프로그램 수혜를 받은 사례이다. 안씨는 현재 경상대  항공우주·소프트웨어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으로 내년 2월 공군장교 임관을 앞두고 있다. 군복무 이후 항공·기계분야 대학원에 진학해 방위산업체 또는 항우연과 같은 연구기관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안씨는 '달님이 아파요'라는 동화책을 보고 항공우주 분야에 호기심을 가졌다. 항공기 모형을 취미로 수집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의 꿈이 보다 구체화된 것은 중3 이후부터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진행하는 우주캠프, 청소년 진로캠프에 다니면서 항공우주개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소연 박사 등을 만났다.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며 꿈을 구체화하며, 항공우주 로켓 추진 분야로 진로를 택했다. 

안씨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의 수혜자라고 생각하며, 나로우주센터나 항우연 풍동실험실을 직접 가보며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면서 "막연히 항공기가 좋았던 것에서 벗어나 로켓 추진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항우연 홍보담당자들과 지속 소통하며 누리호 엔진 클러스터링 등 궁금한 내용들을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용 학생은 중3때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했다.<사진=안세용 학생 제공>
안세용 학생은 중3때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했다.<사진=안세용 학생 제공>

대학생항공우주비전캠프, 통합항공기 경진대회, 한국기계공학회 캡스톤디자인 발표 등.<사진=안세용 학생 제공>
대학생항공우주비전캠프, 통합항공기 경진대회, 한국기계공학회 캡스톤디자인 발표 등.<사진=안세용 학생 제공>
이 밖에 가족들과 함께 과학 행사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안혜경씨는 중앙과학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1주일에 2번 가량 아이들과 금요일의 과학터치, 사이언스 슬램D 등의 대중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안혜경씨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다양한 체험을 하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해 함께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미술관, 음악회도 종종 찾지만 과학은 이보다 특별한 매력이 있어 함께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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