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연구실③]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2000년대 광통신연구센터부터···틱톡으로 '촉각 인터넷' 제공
광엑세스 기반 기술 개발 박차···"5G 시대 주역으로"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연구실의 이야기.<영상= 대덕넷 뉴미디어팀>

"삼광이라고 할 수 있죠. 빛광(光), 넓을광(廣), 미칠광(狂). 넓은 광통신망의 빛을 다루고, 우리는 그 일에 열광합니다.(웃음)"(정환석 ETRI 박사)

"실제 사용자들은 가까이 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배후 분야 핵심 기술입니다. 우리 연구 그룹은 글로벌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이한협 ETRI 박사)

정부는 지난 8일 5G 시대를 선포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5G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러한 전략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유·무선 통신기술의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5G 장비를 활용하면 주파수가 점점 높아지고,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져 광섬유와 통신 기반 시설이 집이나 건물까지 이어져 지연없는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은 약 2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할 유무선 광액세스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 이 그룹은 속칭 ETRI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그룹 중 하나이다. 

그룹은 5G 시대 실감미디어,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차 등 대용량 서비스와 초저지연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한 광엑세스 기반 촉각 인터넷 기술인 'TIC-TOC' 기술을 개발해 지난 5일 '올해의 ETRI 기술'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세계 최초 분산안테나 기술 평창올림픽 실증, 세계 최고 TIC-TOC 기술 코랜망 실환경 시험을 비롯해 유무선 광액세스 분야 표준도 선도하고 있다. 

그룹명 답게 이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일은 '후다닥', 회의는 속전속결이다. 미팅이나 세미나 시간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질문이 있으면 구체적인 내용이나 의사를 확인하면서 세밀한 부분을 챙기고, 오해를 방지한다.  

연구실의 과거를 경험한 정환석 박사, 두경환 박사와 현 연구의 주역인 이한협 박사, 미래를 이끌 박찬성 박사가 연구실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연구진들의 모습.(왼쪽부터)박찬성 박사, 두경환 박사, 이한협 박사, 정환석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연구진들의 모습.(왼쪽부터)박찬성 박사, 두경환 박사, 이한협 박사, 정환석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연구진들이 활용하는 연구장비.<사진=강민구 기자>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연구진들이 활용하는 연구장비.<사진=강민구 기자>
◆광통신연구센터가 모태···'25Gbps' 시대 열다

광통신네트워크 연구그룹의 모태는 광통신연구센터이다. 센터의 시작은 지난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신 서비스는 지금과 대비해 열악했다. 전화선 모뎀을 활용한 통신이 주로 활용되다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 등의 유선통신 발전이 이뤄졌다.

그런 가운데 당시 진행된 정부 주도 5개년 계획으로 광통신 분야 선행 연구가 개시됐고, 이때 개발된 기술이 인프라 구축에 활용됐다. 

벤처기업 거쳐 ETRI에 합류한 두경환 박사는 전자신호처리를 전공하고, 광통신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두 박사는 "광통신 서비스의 본격화는 2004년으로 보면 될 것"이라면서 "2000년초부터  2~3가지 기술을 후보군으로 놓고 원내에서 선행연구를 실행했으며, 광랜을 활용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주로 연구하며 제반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ETRI 호남권연구센터가 설립되고, ETRI를 중심으로 시제품 도입과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한때 연구개발이 과열되면서 '닷컴버블'과 유사한 '광버블'에 직면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열기가 과열되면서 기업체가 어려워지고, 인력수급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환석 박사는 "2000년대 초반 기술 핵심은 광통신으로 창업 펀딩을 받기도 쉬웠고, 인재 유치를 위한 각축전도 펼쳐졌으나 2000년대 후반 관련 사업 등이 침체되면서 암흑기가 한동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암흑기를 거쳐 이한협 박사와 박찬성 박사 등이 합류했다. 미국 AT&T에서 포스닥 연구를 하던 이한협 박사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광통신 학회 참가에서 만난 ETRI 연구진들의 기술력을 보고 귀국을 결심했다.  

이 박사는 "세계적인 광통신학회에 'Post deadline paper'라고 불리는 즉석 연구 성과 발표에서 ETRI 연구진의 설명을 듣고, 감명받았고, 귀국 5일만에 연구원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막내 박찬성 박사도 2012년 ETRI 입사 이후, 다른 부서를 거쳐 최근 합류했다. 원내 유망한 연구그룹에서 전공한 소프트웨어 지식을 활용해 광네트워크연구그룹에서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연구진은 그동안 전화국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보다 빠른 인터넷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광액세스망, 광트랜시버, 광모듈 등의 기술도 확보했다.

지난해 개발한 촉각인터넷 기술 '틱톡'은 그룹을 대표할 성과이다. 기존 인터넷 통신망에 추가 광섬유 설치 없이 장비 개선만으로 인터넷 용량을 10배 키우고, 지연시간을 십분의 일(1/10)로 감소시켰다.

개발한 광트랜시버와 광섬유를 활용하면 통상적으로 집에 연결되는 인터넷 속도가 1Gbps 이하 보다 10~25배 빠른 속도로 광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이는 5G 시대 지연 없고,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성이 높다.

◆시간도 효율적으로 활용···질문은 구체적으로

광통신네트워크 연구그룹의 문화 중 하나는 '속전속결'과 '목표의식'. 가장 빠른 통신을 구현하는 연구진 답게 회의도 빨리 마무리한다.

회의록을 꼼꼼히 작성하고, 중복된 회의나 논의 주제는 배제한다. 결과 없이 끝내는 회의도 지양한다. 과제 서버를 통해 서로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최대한 백업을 가능케 한다.

이한협 박사는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연구실 성과 창출의 원동력이라고 본다"면서 "단순히 그 일을 했다고 빈칸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더 잘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선배와 후배 입장에서 포부와 기대하는 마음도 이어졌다. 

두경환 박사는 "광통신네트워크 연구 분야는 앞으로 10~20년 지속발전할 분야라고 본다"면서 "젊은 후배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이 분야에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성 박사는 "전공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광통신네트워크 기술에 접목해 보다 나은 광네트워크 연구기술 확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직막으로 이들은 레이저, 광섬유 기술 등을 통해 보다 빠른 인터넷 구현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정환석 박사는 "기업, 대학과 달리 ETRI 광통신연구그룹은 관련 연구를 선행적으로 수행하면서 광네트워크 분야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대중들이 빠르게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초지능화사회에 대응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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