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해결에 '과학계 어벤져스' 나선다

연구회 소관 출연연·과출협 기관장, 번개 모임 연이어 갖고 논의
33개 기술과 아이디어 도출, 감지 등 적용 가능성 커
원광연 이사장 "과학계 역할 리마인드하고 체계적 협업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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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 2019.04.09

"원자력연은 방사능 사고시 가장 빨리 감지하고 조기에 대처하는게 중요한데 바람모델을 적용해 어떻게 확산될지 분석한다. 이를 화재에 적용하면 어떻게 산불이 확산되는지, 지역마다 어떻게 전개될지를 알 수 있다. 컨트롤타워에 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박원석 원자력연 원장)

"산불 화재는 이차 피해로 산사태 등이 발생한다. 2차, 3차 피해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한데 지질자원연은 산사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설악산과 지리산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지원이 논의되면 자료 등 가능하다."(김복철 지질자원연 원장)

"산불은 그동안 산림과학원과 기상청만의 문제였다. 실효습도를 예보하며 예방하고 있지만 3일정도로 섬세한 지원은 안되는게 사실이다.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는 무척 고무적이고 기대된다. 출연연이 가진 과학기술을 들어본적이 없는데 공개되면 좋겠다."(대전기상청 허복행 과장)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회장 박상열, 이하 과출협)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와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과학계는 강원도 산불 피해 지역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해 과학기술 적용 필요성에 공감하며 연이은 번개 모임을 가졌다.

9일 국립중앙과학관(오전 9시 20분),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오후 2시)에서 모임을 가진 과학계는 시급한 지원책부터 향후 재난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과학기술분야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오전 모임은 한국원자력연구원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중앙과학관을 찾은 이상목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도 참석해 지원을 약속했다.

강원도 화재는 4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며 피해면적이 강릉과 동해 250ha, 인제 25ha, 고성 250ha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2.9km²)의 두배와 맞먹는 면적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됐다. 재산과 이재민 피해로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에 의하면 산불 예측, 진화 등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아직 초보수준이다. 그는 과학계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과출협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출연연 기관장은 6일 열린 과학마을 어울림 걷기행사에서 번개좌담을 갖고 산불예측 시뮬레이션, 전기설비 피해 재발 방지 등 기여할 부분을 모색했다. 이후 각 출연연별 보유 기술을 조사하고 9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구체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과출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양성광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강원도 산불 발생시 주유소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애쓰는 소방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봤다"면서 "지형 등 패턴 방어존을 두거나 산림 구성과 조림시 과학적 접근도 가능해 보인다. 확산 예방과 진화단계 감지 모델, 전문가 자문 체계화, 복구면에서 출연연의 지원과 예산 등 방법론도 논의하며 협력할 것"이라고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오후에는 화학연 디딤돌프라자 2층 회의실에서 원광연 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해 출연연 기관장이 모임을 갖고 출연연별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사진=길애경 기자>오후에는 화학연 디딤돌프라자 2층 회의실에서 원광연 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해 출연연 기관장이 모임을 갖고 출연연별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사진=길애경 기자>

◆ 산불 예측, 진화, 사후 지원 필요···"출연연별 기술 접목 가능"

연구회 자료에 의하면 대형산불 지원은 사전예측과 모니터링, 진화, 국민보호 등 3단계 지원이 필요하다. 출연연별로 제시한 아이디어는 33개정도로 단계별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예측과 모니터링 기술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 위성영상 기반 광역산불탐지와 분석기술, 한국전기연구원의 드론을 활용한 항공감시, 한국기계연구원의 조기경보 시스템과 무인카메라 자동경보시스템 구축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인공위성은 산불을 미리 감지할수는 없다. 그러나 화재 발생 후 인공위성, 무인기 적용으로 화재 발생과 전파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연기입자 등 센서를 활용한 사전 모니터링 기술을 제안했다. 전기연은 가공송전선 온도측정 기술을 이용한 산불 관측과 개폐기와 진단센서 개발 가능성을 들었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지난해 11월 개통된 슈퍼컴 5호기의 적극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이 데이터를 제공해 주면 고해상도의 모델링으로 예측이 가능하고 슈퍼컴 환경에 맞게 고도화하면 산불예측 시스템 개발도 적용할 수 있을것"이라면서 "기관차원에서 적극 제공하겠다. 남북접경지역에서도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불화재는 바람에 의한 확산으로 큰 피해를 입게된다. 이번 강원도 산불도 양간지풍 등 강풍을 따라 불길이 번지며 피해가 커졌다. 따라서 산불 진행 방향 예측은 피해를 줄이는데 중요하다. 관련 기술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형적 바람 특성, 건조도와 화재가능 시설물 설치 현황을 반영한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예측기술, KIST는 극한 환경 속 작동하는 센서를 드론에 장착해 화재 진행 방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계연은 산불화재 발생시 당장 필요한 진압장비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산림지역 소방용수 공급시스템을 통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 활용 할수 있다는 것. 또 기계연은 분사거리를 100m이상 확장할 수 있는 소형 고압펌프 접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동력이동식 호스 연장기와 연동이 가능하다.

진화기술로 KIST는 대형 물폭탄 투척을 제안했다. 투석기에 터지지 않는 실리콘 재질의 대형 물풍선을 개발해 접목하면 산불 진화에 도움을 줄수 있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대형 산불은 순간 국지적으로 산소를 없애서 차단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도 김 원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ETRI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명준 원장은 "아직 원장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논의가 필요하지만 CPS 시스템은 화재 현장에 구슬을 뿌리면서 들어가는데 이 구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통신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현장 소방관에서 보내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진행 과정을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산불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한의학적 마스크, 안연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출연연 특성상 정보를 찾고 이를 통해 대응 모델을 만드는 일을 잘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공유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천홍 원장은 "시뮬레이션 툴보다 데이터 영역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예측 시스템을 갖출지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드론안에 열상 센서 등을 장착하며 현실적으로 더 빠른 지원이 될것이다"고 강조했다.

의견을 들은 원광연 이사장은 "우리가 당장 솔루션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과학계의 역할을 리마인드하고 체계적으로 협업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책임의식을 갖고 부처를 설득하며 접근해보자. 이를 중심으로 전문가 모임 등 이후 진행도 해 나갈 예정"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원 이사장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과학계도 당장 할 수 있는 성금 모금도 필요하다. 각각의 출연연별로 진행하면 좋겠다"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과학기술계도 적극 나서는 모습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각각의 출연연은 기관차원에서 성금 모금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각 기관장들은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진행 방향을 제시하고 속도감있게 현장 대응까지 적극 만들어갈 것을  다짐했다.

과출협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기관장들은 강원도 산불피해에 과학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며 지난 6일에 이어 9일 오전과 오후 번개 모임을 갖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사진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오전 번개모임 모습.<사진=특구진흥재단>과출협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기관장들은 강원도 산불피해에 과학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며 지난 6일에 이어 9일 오전과 오후 번개 모임을 갖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사진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오전 번개모임 모습.<사진=특구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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