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연구실②]원자력연 SMART 연구실
'안전성↑ 단가↓' 소형 원전···"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의 시스템 완성"
2012년 세계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사우디에 20억 달러 수출 눈앞


소형원전을 개발하고 있는 SMART 원자로계통 고도화 연구실의 뒷이야기. <영상=뉴미디어팀>

원전의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경제 단가까지 낮춘 소형 원자로가 주목받고 있다. 소형 원전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주인이 없는 상황으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중소형 원자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독자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표준설계인가를 받기 위해선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수천건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표준설계인가 획득은 세계 기준에 맞는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미국, 프랑스, 중국 등 기존 원전 강국을 제치고 사우디와 2015년 3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 체결 후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받아 사우디에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재 사우디 내 SMART 원전 2기 건설을 목표하고 있으며 수출로 약 2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소형 원전은 국가 전력망 규모가 작은 나라에 쓰임새가 높고, 땅은 크지만 인구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곳에 적합하다. SMART 원전 수출은 다양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탈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 원전 산업계에도 커다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원전은 노심,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가 대형 배관으로 연결된 구조지만, SMART 원전은 원자로 주요 기기를 원자로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은 일체형원자로다. 또 기기제작공장에서 제작·조립해 현장에 모듈단위로 설치하는 방법을 채택해 안전성을 향상하고, 건설기간을 단축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집약적 원자로다. 사고 발생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특히 SMART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극대화한 시스템이 장착돼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피동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이 장착돼 원자로 사고 시 전력 공급이나 운전원의 개입 없이 원자로가 자동으로 셧다운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다. 소형 원전은 표준화를 통해 다수의 원전을 지을 수 있어 전력 효율은 기존 원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1958년 '원자력법'을 공표하고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배워왔다. 1978년 4월 첫 원전을 가동시켰고, 2009년에는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해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했다. 이후 기술 개발이 지속되며 소형 원전 시장에선 미국을 넘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당초 일체형원자로에 대한 개념은 미국에서 제안했지만, 실질적으로 설계를 구현해 최초 인허가를 받은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SMART 원자로 계통 고도화 연구실을 찾아 과거 연구 시작 배경부터 현재의 연구문화, 성과를 되짚어봤다. 또 SMART 원자로가 미래에 성장을 거듭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연구자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SMART 연구실의 과거이자 현재인 김긍구 SMART 사업단장, 현재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영인 책임연구원, 향후 SMART 연구를 짊어질 배영민 선임연구원, SMART 사업관리를 맡고 있는 강한옥 박사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긍구 SMART 사업단장, 김영인 책임연구원, 강한옥 부장, 배영민 선임연구원. <사진=윤병철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긍구 SMART 사업단장, 김영인 책임연구원, 강한옥 부장, 배영민 선임연구원. <사진=윤병철 기자>
◆원자력 발전소는 공학 총집결판···"협력 없인 유기적 시스템 설계 불가능해"

"저는 항상 한 컴포넌트만 연구했기 때문에 제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숲을 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은 화학, 기계, 재료, 건설, 생물 등 공학이 총집결돼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어떻게 연계돼 돌아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배영민 선임연구원)

"원자력은 종합 엔지니어링입니다. 정규 연구원 중 약 20% 남짓한 인원이 원자력과 관련한 전공을 했고 나머지는 타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이런 특성상 수평적인 문화가 존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허 등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김영인 책임연구원)

"우리는 시스템을 합니다.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은 동료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쪽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변 동료, 옆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SMART 개발에는 다양한 기관이 함께하기 때문에 기관까지 협력이 돼야 합니다." (김긍구 단장)

SMART 사업단의 과거, 현재, 미래 연구자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자력, 기계, 화학, 재료, 생물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김긍구 단장은 "SMART 개발은 연구실, 연구원을 넘어 국내 원자력 산업계가 참여해 완성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협력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협력과 수평 문화를 통해 SMART 사업단에선 다양한 아이디어와 특허가 나온다. 김영인 책임연구원은 관련 특허만 주저자 139건, 공저자 포함 181건을 보유하고 있다. 김영인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것을 개발할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하나의 합일점을 찾아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며 "협력과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영민 선임연구원은 "선배 연구자들의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 선배들이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데도 짬짬이 특허를 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기술적으로도 성숙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22년 기술 축적한 SMART', 성과 드디어 눈앞···"연구개발에 긴 안목 필요" 

김긍구 단장은 "원자로 개발은 긴 사이클을 지닌다"라며 "SMART 개발이 시작된지도 22년이 넘었고, 이제 성과가 눈앞에 보인다. 1년, 2년 연구개발해서 되는 것이 아닌만큼 길게 보고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김긍구 단장은 "원자로 개발은 긴 사이클을 지닌다"라며 "SMART 개발이 시작된지도 22년이 넘었고, 이제 성과가 눈앞에 보인다. 1년, 2년 연구개발해서 되는 것이 아닌만큼 길게 보고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원자로 개발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긍구 단장은 "원자로 개발은 긴 사이클을 지닌다"라며 "SMART 개발이 시작된지도 22년이 넘었고, 이제 성과가 눈앞에 보인다. 1년, 2년 연구개발해서 되는 것이 아닌만큼 길게 보고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 성과는 안 나오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후속 개발에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SMART가 상용화된 이후에 후속 모델들이 계속 나와 해외 시장을 석권하면 좋겠다. SMART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후속 모델 개발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인 책임연구원도 "원자력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생각을 바로 시제품으로 만들어 검증할 수 없다"며 "개념을 설계하고 검증하는데 10년~20년이 걸리는 분야"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한국은 1958년 원자력 발전 도입 이후 20년 후인 1978년 첫 원전의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AP-1000의 경우도 약 30여 년에 걸친 연구개발을 통해 원전을 건설했다. 에너지를 바라보는 정부, 연구기관 등 의사결정권자의 긴 안목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폰처럼 세계 시장 석권 꿈꾸는 'SMART 연구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소형 원전 수출을 통해 국내외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국내에선 타격을 입은 원자력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해외에선 수출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SMART 연구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래는 연구자들이 SMART 연구실을 설명한 내용.
 

김긍구 단장 = "원자력을 필요로 하는 나라는 많지만, 모든 나라가 원자력을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별 에너지 밀도, 전력 수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등에 우리가 개발한 소형 원자로 기술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 에너지 해결은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산업계의 성장을 이끌겠죠. 소형 원전 첫 호기가 10억 달러를 예상하지만, 이걸 표준화하고 여러 번 지으면 가격은 자동으로 낮아집니다. 소형 원전 수출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원전 산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영인 책임연구원 = "원자력은 종합엔지니어링입니다. 이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기술이 아닙니다. 원자로 설계 기술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술 축적이 이뤄졌습니다. 소형 원자로에 대한 기술이 무너지면 다시 구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미래 수출 동력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 산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소형 원전에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배영민 선임연구원 = "소형 원전은 97년부터 20년 넘게 기술 축적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스마트폰을 보면 국민들이 세계 어디를 가든 자부심·자긍심을 갖는 것처럼 'SMART'라는 이름을 보면 국민들이 자부심·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300개의 소형 원자로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제2의 반도체, 제2의 스마트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한옥 박사 = "원전 개발은 혁신과 검증의 조화입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려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도입한 것을 검증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를 우리 연구소는 20년 동안 해왔습니다. 이런 축적된 기술, 노하우들이 있습니다. 부침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수천건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곳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수천건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곳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종합 열수력 실험시설에선 다중고장사고 실험, 차세대 안전계통 실험 등 다양한 안전 실험이 이뤄진다. <사진=김인한 기자>
종합 열수력 실험시설에선 다중고장사고 실험, 차세대 안전계통 실험 등 다양한 안전 실험이 이뤄진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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