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원 화학연 박사팀 연구···대면적화로 성능도 확인

"새로운 개념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박막기술을 개발하고, 대면적화를 통해 상용화에 근접한 성능을 확인했습니다."(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화학연 연구진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진은 신개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기술을 개발한데 이어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빛을 받아 발생한 정공(+)을 전극으로 이동시키는 정공수송층에 사용하는 '전도성 상용 고분자' 활용을 극대화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성수)는 서장원 화학소재연구본부 박사팀이 지난 2017년 10월 NREL 차트에 22.7%의 인증 효율을 등재하고, 상용화에 전환점이 될 기술을 적용해 고효율, 고안정성, 대면적 모듈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보다 제조가 쉽고, 제작원가가 평균 5배 저렴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소개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었다. 기존 정공수송소재는 가격이 비싸고 높은 전도도 확보를 위한 첨가제가 필요한하고, 안정성도 취약했다. 기존 정공수송소재로는 대면적 인쇄 코팅을 하려면 소재 대량생산과 일정·균일한 성능 확보를 함께 달성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공수송소재로 '전도성 상용 고분자' P3HT에 주목했다. 이미 유기태양전지와 유기트랜지스터에서 활용되고 있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도 활용하고자 했으나 단위소자 기준 16% 수준의 낮은 전력변환효율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연구진은 태양광을 흡수하는 3차원 결정구조를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 박막 표면에 신규 할로겐화물 박막을 형성시켜 DHA(Double-layered Halide Architecture․이중층 할로겐화물)라는 새로운 구조의 박막기술을 개발했다.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광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 박막표면과 P3HT 사이에 HTAB 분자를 도입해 DHA를 만든 것이다. 
 
P3HT와 페로브스카이트를 강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P3HT의 알킬체인과 같은 크기의 알킬체인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계면에 HTAB을 도포해 반더발스인력을 유도했다. HTAB의 알킬체인과 P3HT의 알킬체인을 지퍼처럼 맞물리게 했다.

그 결과, 새로 형성된 할로겐화물 박막에 의해 페로브스카이트 계면의 물리적․전기적 특성이 향상되고, P3HT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바탕으로 정공수송효과를 높였다.

또한 기존 정공수송소재는 정공수송능력 향상을 위해 친수성 첨가제가 필수적으로 쓰였는데,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성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켰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수분에 취약한 탓에 태양전지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첨가제 없이 자기조립이 유도된 P3HT 고분자의 특성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요한 장기안정성과 대면적화 모듈 적용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대습도 85%에서 1000시간 이상 보관했을 때, 초기효율 대비 80%의 성능을 유지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DHA 기술을 적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와 달리 높은 수분 안정성을 보였다. 

실제 태양전지가 쓰이는 조건에서 1300시간 이상 구동했을 때, 초기효율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유지해 장기 구동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처럼 높은 수분 안정성과 장기 구동 안정성은 실제 태양전지가 구동되는 외부환경에서도 장시간 고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수조건인 대면적화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기존에 단위소자인 0.1㎠ 크기에서 확인한 기술을 대면적 모듈인 25㎠ 크기에 동일하게 적용한 결과 세계 수준의 고효율인 16%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서장원 화학연 박사는 "전도성 상용 고분자를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효율과 고안정성을 확보한 신개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다양한 전도성 고분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면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의 성능 향상을 기대하며, 최적화된 공정을 통해 고효율 대면적 모듈 개발도 가능하기에 상용화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노준홍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능성이 확인됐으나 어떠한 기술로 이를 구현할지가 상용화의 관건이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상용화에 근접한 새로운 기술로 구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Efficient, stable and scalable perovskite solar cells using poly(3-hexylthiophene)(P3HT를 이용한 효율적․안정적․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8일자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UNIST-PAL 빔라인에서 스침각 X선 회절기법도 활용했다.

서장원 화학연 박사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박막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서장원 화학연 박사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박막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대면적 모듈.<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대면적 모듈.<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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