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ADC기술 밀레니엄사에 4500억원 규모 이전
김용주 대표 "이제부터 시작, 유럽·미국 기업과 사업화 속도낼 것"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서류 확인을 하던 김용주 대표 모습.<사진=대덕넷 DB>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서류 확인을 하던 김용주 대표 모습.<사진=대덕넷 DB>
"항체 약물접합(ADC) 플랫폼 기술 개발 후 100개도 넘는 회사를 만났어요. 밀레니엄사는 ADC 선두기업인 다케다의 자회사로 처음부터 접촉을 시도해 왔는데 2년여간의 실험끝에 링커기술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화에 본격 나서게 됐죠."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로 기술이전에 따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자신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2일 ADC 원천기술인 'ConjuALL'을 ADC 선두기업 다케다의 100% 자회사인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에 이전했다. 기술료는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 725만 달러(약80억원)와 개발 및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 3억9675만 달러를 포함해 전체 4억400만 달러(4500억원) 규모다. 또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추가적으로 받게 된다.

이번 기술 이전은 세계 시장 진출 시작점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을 이전받게 되면서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은 다양한 타깃으로 개발 가능하고 상업화 플랫폼 기술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주 대표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김용주 대표는 "바이오분야 기술이전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실증이 필요하다. 기술이전까지 몇년씩 걸리는데 2년전부터 밀레니엄과 실증연구를 지속해왔다"면서 "모회사인 다케다는 ADC 선두기업으로 이번 기술이전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 'ADC 기술' 한국 신약개발의 새로운 물꼬

항체 약물접합(ADC) 기술은 암 퇴치의 신기술로 알려진다. 항암효과가 뛰어난 항암약물을 타깃 치료제인 항체의약품과 접합해 효능이 뛰어난 항암약물이 암의 근본 요인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특히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은 무수히 많은 항체와 약물을 접합하는데 적용 가능한 링커 기술로 향후 시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레고켐바이오는 2017년 1월 다케다사 자회사인 밀레니엄과 ADC원천기술인 'ConjuALL'의 리서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물질 도출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며 기술이전도 더뎠다. 2년여의 실증끝에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확고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밀레니엄사는 타깃 3개까지 레고켐바이오의 링커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우선 밀레니엄사가 연내 타깃 3가지를 확정하며 단기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기술이전이 있기까지 김용주 대표는 100개 이상의 회사를 만났다고 고백했다. 대덕의 벤처에서 개발한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100개도 넘는 제약사와 미팅하며 공동연구를 추진해왔다. 기업에서 기술을 잘못도입하면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깐깐하다. 그들은 정말 하나하나 확인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기술이전으로 우리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 받은 것"이라며 지난 시간을 소회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기술로 다른 글로벌제약사와 기술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미국 등 제약사와도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바이오 유럽 스프링 컨퍼런스을 앞두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용주 대표는 "이번 기술이전으로 상업화 가능한 플랫폼 기술로 인정받는 확실한 레퍼런스가 생긴것"이라면서 "앞으로 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사업화를 성공시켜 세계시장에서 레고켐바이오의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용주 대표, 바이오 벤처 인재사관학교 'LG 화학' 출신

김용주 대표는 KAIST에서 학위를 마치고 LG화학에 입사했다. 신약개발 총책임자로 항생제 개발을 맡았다. 5명의 연구원으로 시작, 맨땅에서 시작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연구개발에 집중, 1991년 국내 1호 신약인 팩티브를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레고켐바이오는 김용주 대표를 비롯해 LG화학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다. 2006년 5월에 창업했다. 당시 국내 바이오분야는 2005년말 터진 황우석 교수 사태로 누구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 혹한기였다. 신생벤처였던 레고켐바이오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이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 입사 후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에 빠져 살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일이 재미있었고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그는 신약개발에 매진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겁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자신감에서다.

2013년 5월 레고켐바이오는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축사를 했던 최남석 전LG화학기술연구원장은 "김 대표는 신약개발을 본인의 평생 숙원사업으로 알고 매진하고 있다. 그가 LG에 기여한 업적도 다 말할 수 없다"면서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은 한국 신약 개발의 새로운 물꼬를 틀 기술"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최 박사의 신뢰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셈이다.

최남석 박사는 LG화학 연구개발(R&D)부문, 바이오와 신소재 글로벌 성과와 인재양성에 기여하며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그의 리더십을 따르고 있다. 그는 연구개발과정을 '비행기에는 백미러가 없다'는 회고록을 통해 앞만보고 가는 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대덕바이오벤처 중 LG 화학 출신이 다수 포진됐다. 레고켐바이오를 비롯해 알테오젠(대표 박순재), 파멥신(대표 유진산) 등 바이오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바이오 분야 커뮤니티인 바이오헬스케어협회에서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는 50개 정도 벤처가 포함돼 있으며 시가총액 5조원 규모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원사들은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전에 아낌없이 축하를 보내며 글로벌 바이오의약벤처로의 도약을 응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ADC 시장 규모에 대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허가받은 기술이 4개뿐으로 시장은 무궁무진할 수도 있다. 그는 이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국내를 넘어 세계를 주름잡는 신약벤처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의 다짐이 하나씩 현실화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ADC 플랫폼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 10년간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시간도 오래걸렸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10년이상 30년은 해야 갈까말까한 길"이라며 신약벤처의 어려움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고유 링커, 톡신 플랫폼 기술을 비롯해 ADC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추가 이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이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이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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