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희 한의학연 박사·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 공동 연구
無 약물 투여···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으로 혈압 낮추는 효과 규명

류연희 한의학연 박사와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가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 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고,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 임상시험 피험자의 혈압은 평균 14% 줄었다.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류연희 한의학연 박사와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가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 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고,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 임상시험 피험자의 혈압은 평균 14% 줄었다.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약물 투여 없이 특정 혈자리 전기 자극만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은 류연희 임상의학부 박사 연구팀과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 임상 연구로 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 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고,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고혈압은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만성 질환 중 하나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6.9%다. 고혈압 환자가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고혈압 환자 수가 1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65%는 최소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고혈압의 주요 치료법은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고혈압에 활용되는 침 치료에 주목해 특정 혈자리 주변 정중신경 자극의 혈압 강하 효과와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은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했다.  

피험자들에겐 한의학에서 심장질환,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내관혈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신경 전기 자극을 줬다. 내관혈 주변 정중신경에 전극 간 거리(2cm, 4cm, 6cm)와 전극 신호(10Hz, 30Hz, 100Hz, 300Hz) 등을 달리 30분간 전기 자극을 보내며 4차례 혈압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왼팔에 전극 간 거리 4cm, 전극 신호 10Hz로 전기 자극을 줄 때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혈압이 평균 14% 떨어졌으며 피험자도 불편함을 가장 적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경혈 주변 전기 자극 시 나타나는 혈압 강하의 작용 기전을 확인하고자 미세신경기록법을 활용해 정중신경 부위의 신경섬유 활동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기 자극이 C섬유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C섬유 활성 작용제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추가 실험을 통해 C섬유가 활성화 될 때 혈압 강하가 유발된다는 작용 기전도 밝혀냈다. 

해당 치료를 주 1회 지속해서 받은 환자의 경우 4주차 때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5mmHg에서 140mmHg로 떨어졌고, 그 효과가 14주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방법인 경혈 침 치료의 고혈압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것으로 고혈압의 비(非) 약물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연희 박사는 "약물 투여 없이 일상에서 고혈압 조절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등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열 원장도 "경혈경락체계는 수천 년 간 임상에서 활용돼 온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이론"이라며 "경혈경락체계가 과학적 근거 구축을 통해 세계 속에서 생체조절 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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