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외면한 '수소경제체제' 사상누각 될라

과학계 "수소 생산도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믹스 전략 필요"
정부의 부생수소·추출수소·수전해·해외생산 한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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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 2019.03.12

정부가 수소충전소 보급에 적극 나서며 수소경제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통한 수소생산 대신 화석연료 기반 부생수소와 추출수소, 신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수소, 해외생산 전략이 제시되면서 자칫 '수소경제체제'로의 전환자체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소는 원자번호 1번, 우주물질의 75%로 석탄과 석유를 대체할 환경친화적 에너지로 중시된다. 그러나 수소는 순수 기체가 아닌 화합물 상태로 존재해 분리 기술이 요구된다. 또 저장과 운반이 어려워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내세운 수소경제체제는 과학기술을 통한 생산 전략이 간과됐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살펴보면,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승용차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택시8만대, 수소트럭 3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 2040년까지 1200개의 수소충전소도 구축하기로 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15GW(국내 8GW·수출 7GW),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2.1GW 보급키로 정했다. 15GW는 2018년 우리나라 발전설비용량(110GW)의 13.6%에 해당한다.

수소 생산은 화석연료 기반 부생수소와 추출수소, 수전해분해, 해외생산 전략을 내세웠다. 수소 생산량을 2018년 13만톤(부생수소와 추출수소)에서 2022년 47만톤(수전해 활용, 가격 6000원/kg), 2040년 526만톤(수전해와 해외생산)으로 확대하고 가격은 kg당 3000원 이하로 내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부생수소는 정유, 화학 공장의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과학계에 의하면 현재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는 200여만톤이나 정제 후 수소차에 활용할 수 있는 양은  10만에서 15만톤 정도다. 5만톤은 수소차 25만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당장 활용가능하지만 수소차 증가시 공급량에 한계가 발생한다.

추출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수소 생산을 늘릴 수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요인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유발할 수 있다. LNG 추출 수소 1톤 생산에 온실가스가 약 10톤(2040년 30% 공급시 온실가스 약1600만톤 발생) 발생한다.

수전해분해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물 분해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용이나 공급면에서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또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로 수전해분해를 한다면 친환경연료로서 의미가 사라진다. 해외 생산 전략은 대규모 저장 기지가 필요하고 해외 탄소배출로 각국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체제 로드맵 중.<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체제 로드맵 중.<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

◆과학계 "수소 생산도 에너지 믹스 형태로"

"수소 생산도 에너지 정책과 같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믹스전략과 긴 안목으로 가야한다. 지금의 정부 전략은 과학기술을 배제한 상태로 생산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어 수소경제 자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 전략이 다양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장 과학자 대부분은 정부측으로부터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염한웅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역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과학기술 분야 자문이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내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도 "대덕에는 수소 관련 전문가들이 다수 모여 있다. 정부가 로드맵을 세웠으니 생산 전략을 논의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자력계 연구자는 수소 생산도 에너지 믹스 형태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초고온가스로는 제4세대 원자로로 안전성을 갖는다. 냉각재로 헬륨을 사용해 방사성 유출 가능성이 낮다. 초고온가스로는 750~950도의 고온 열을 이용해 물을 직접 분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소생산계통의 물분해 방법은 고온전기분해 또는 황-요오드 열화학 물분해 방법이 경제적으로 대량 수소 생산에 적합하다.
 
그는 "우리가 가용한 소재로 수소 생산이 가능한 운전을 확인했다.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수소 생산 단가 kg당 3000원이하를 목표로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면서 "2006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해  실험실 규모에서 수소생산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소 생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센터도 발족한 상태다. 서로 협력해 연구에 속도를 내야하는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이나 미국, 중국, EU의 초고온가스로를 통한 수소 실증연구도 활발하다. 일본은 2016년 초고온가스로를 통한 수소생산시설을 건설하고 31시간 운전에 성공하며 2030년 상용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너지부(DOE)는 올해 고온가스로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수소 프로젝트를 착수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고온가스로를 활용, 수소생산 실험에 성공하고 오는 2020년까지 파일럿 연구 후 실증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EU는 폴란드와 유럽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출연연의 또 다른 연구자는 정부의 로드맵이 실현가능성보다 비전 중심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 현장과 소통을 통해 현실에 맞게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는 "정부의 로드맵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수소경제체제는 긍정적이나 단기적 목표 설정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특히 2022년까지 수전해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로드맵 자체가 도전적인 목표다. 특히 수소 생산 부분은 현재 기술로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가 중점을 이룰것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현장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강조했다.

한편 11일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수소에너지네트워크 하이넷'이 공식 출범했다. 하이넷은 수소 연관 사업을 선도하는 13개 회사가 135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 10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31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키로 했다. 하이넷의 출범으로 정부가 계획하는 수소충전소의 3분의 1 정도는 우선 확보되는 셈이다. 수소경제체제의 지속성을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수소 생산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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