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탈 GPS' 독자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집중
"미래 성장 동력 활성화에 자국 GPS 구축 필수"
산업과 국방까지 연관된 GPS, 미 서비스 제한시 국내 시스템 마비

#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도로선도 없는 국립중앙과학관 내부를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오자 스스로 멈췄다가 다시 출발, 반환점을 돌아 제자리에 정확히 도착했다.(3월 1일 과학계 독립운동 100주년 행사장)

# 1200여대의 드론이 평창 동계올림픽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드론은 한치의 오차와 충돌없이 오색빛깔의 오륜기를 만들고, 마스코트 반다비가 움직이는 모습, 스노보드 선수 등을 하늘을 스케치북 삼아 표현했다.(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1200대의 드론이 부딪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에 전 세계인이 감탄했다. 녹화된 영상이었지만 춥고 거센 바람 속에서 드론이 평창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센서와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리얼센스 카메라, 그리고 GPS 기술 덕분이다.

특히 GPS기술은 드론의 현재 좌표를 부여해 주변에 어떤 드론이 있는지 파악하고, 드론끼리 거리를 유지해 부딪치지 않게 주어진 명령대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왔다. 우리나라는 드론쇼로 IT 강국 다운 면모를 보인 기술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이 기술은 미국의 인텔 기술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항일 전쟁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은 자국의 GPS기술을 마음껏 뽐낸 사례다. 2015년 9월 베이징 시내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장갑차와 미사일을 실은 트럭의 좌우 간격을 10cm, 3cm로 맞추며 정밀한 주행에 성공했는데, 여기에는 중국판 GPS 기술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이 활용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열병식에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정밀한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트럭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일부분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판 GPS로 현재위치, 지형, 교통상황과 운행 환경 등을 파악해 성공적인 운전을 마쳤다는 점은 중국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GPS 기술은 드론부터 자율주행자동차, 위성까지 다양한 미래 신산업에 꼭 필요한 기반기술이다. 때문에 자국 기술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2000년부터 북두칠성이라는 의미의 '베이더우(北斗) 시스템' 구축을 위해 위성을 무더기로 쏘아올리고 있고, 일본은 2010년부터 자체 GPS위성 '미치비키(みちびき)'를 구축해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판 GPS 기술은 자국 내 활용을 넘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 세계 GPS 기술을 거의 독점했던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되는 가운데 자체 GPS 기술을 갖지 못한 한국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GPS를 활용하는데서 벗어나 자국 GPS를 활용하는 체계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준비로 분석된다. GPS기술은 방위력 행사에도 매운 중요한 기술인만큼 주변국 변화에 우리나라도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GPS는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용으로 사용하다가 1984년 민간분야에 개방되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에서 발신하는 정보를 수신하면 지상, 해상, 공중 등에서 정지·이동하는 물체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모바일 앱, 게임 등에도 사용되며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도 꼭 필요하다. 

본래 군사용이었던 만큼 행정, 국방, 재난 구조 등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GPS없이는 첨단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원하는 곳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정밀 유도무기들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중국은 중국판 GPS를 활용해 이미 지난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로 빠르게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사진=中 베이더우 홈페이지>
중국은 중국판 GPS를 활용해 이미 지난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로 빠르게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사진=中 베이더우 홈페이지>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GPS 의존해 왔지만 이제는 자체 GPS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내 활용을 넘어 전세계 서비스 가능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은 2000년 처음으로 베이더우 위성을 발사했다. 중국판 GPS를 활용해 이미 지난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위성항법 시스템 사무국이 지난해 말 개최한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베이더우 시스템 위치 정확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오차 5m내, 그 밖의 지역은 오차 10m내다.

중국이 베이더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미국 GPS에서 벗어나 정보노출을 막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중국은 현재 약 30여대의 위성을 운용 중으로, 2020년까지 12대의 위성을 쏘아 정확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위성항법 시스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전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이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하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독자적 GPS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된다.

일본은 독자위성항법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3년까지 7기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운용할 계획이다.<사진 =日 미치비키 홈페이지>
일본은 독자위성항법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3년까지 7기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운용할 계획이다.<사진 =日 미치비키 홈페이지>
日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올 초 자체 개발한 일본판 위치정보시스템(GPS) '미치비키'를 자위대 운용에 본격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GPS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대비한다는게 이유다.

미치비키는 3개의 준천정위성과 1개의 정지위성으로 구성돼있는데, 2023년 3대를 추가해 7기 체제로 운용하면서 미국 GPS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구상이다. 현재 운용중인 미치비키 위성은 일본과 호주를 포함한 남반구를 8자 궤도를 그리며 하루 1바퀴 운행한다. 

NHK 보도에 따르면 최소 1기 이상은 일본 열도를 거의 수직 위로 나는 궤도를 그리는데, 수직 위에서 신호를 발신하는 만큼 오차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와 산 등 높은 건물이 있는 장소에서 신호가 막히거나 반사돼 오차범위가 최대 10m였던 미국의 GPS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형 GPS를 갖추고 있는 자위대 장비는 잠수함구조함과 부설함 등 2척이지만 2021년까지 이즈모 등 헬기 탑재 호위함 4척에 수신기를 배치하고 운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향후 준천정 위성인 미치비키를 호위함과 잠수함, 항공기, 헬기 등에 탑재해 일본형 GPS 수신기 활용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2035년 KPS 구축 서비스 예정···"너무 늦어"

우리나라도 2035년 한국형 GPS인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를 구축해 서비스를 개시한다. 예상 투입비용은 약 3조원이다. 일본, 인도와 마찬가지로 7개 위성을 운용해 우리나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를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 중인 기존 위성을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까. 위성항법 전문가에 따르면 기존 위성의 경우 항법기능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기능을 개발해 위성에 탑재 후 하늘로 쏘아 올려야한다.

한국형 GPS 구축이 예정돼있긴 하지만 주변국들에 반해 너무 늦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미국이 GPS서비스를 지금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자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다보면 미국이 의도치 않았더라도 언제 어떤 이유로든 GPS 이용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이동통신, 물류,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동화, 무인화, 국가 안보까지 너무 깊숙하게 연관돼 있는 위성항법시스템 사용 제한이 우리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자국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 중인 가운데 우리도 사이버 전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지구방위대가 필요하다. 

허문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법기술연구실장은 "KPS는 단순한 시스템 개발이 아닌 안보적인 차원,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꼭 필요하다"며 "위성항법시스템 의존도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도 KPS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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