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인 분석 제각각···"대기질 진단부터 제대로"
미국-캐나다 '대기질 협정' 맺고 정보 공유···환경 개선시켜
"미세먼지 단기 해결 안돼···과학적, 장기적 안목 필요"
정부가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원인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대기질 진단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원인 분석,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본질적인 해결책이 나올리 없다는 것.
과학계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공학적 사실에 근거한 장기적 전략 구축과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먼저 대다수의 대기·환경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언급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의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강우가 2.5 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먼지를 씻어내릴 수 없을뿐더러 일시적인 효과만 지닌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공학·과학적으로 조금만 따져보면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물질들이 공기 중에 부유하며 다른 물질과 결합해 미세먼지를 만든다.
한반도에 연일 미세먼지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미세먼지 원인 분석은 중국 영향, 국내 요인, 대기 정체 등 제각각이다. 이렇다보니 인공강우나 효과가 미미한 임시 해결책만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가 단기적이고 비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유에 대해 불명확한 원인 분석, 측정이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국내에선 2010년대 이후부터 미세먼지 예보, 관측 등이 이뤄져 상대적으로 연구 역사가 짧은 것이 사실"이라며 "미세먼지는 날마다 조건이 다르지만, 현재 대기질 상황을 신속히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위해선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 컴퓨터 모델을 통해 미세먼지의 흐름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 박 교수는 "미세먼지 수치 측정과 미세먼지를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이 모두 결합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언급한다. 지난달 말 한중 환경부 장관이 회담을 통해 양국의 대기질 예보 정보, 기술 교류를 위한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은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박록진 서울대 교수는 "미국-캐나다도 대기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 걸렸다"면서 "중국과의 장기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미국-캐나다 대기질 협정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1994년부터 국경 인근에서 발생하는 기존 대기오염 발생원과 새로운 발생원이 생기면 정기적으로 통보해왔다. 실시간으로 각 국가의 대기오염 감시망을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해 온 것. 또 1992년부터는 2년 주기로 보고서를 공유한다. 이 보고서에는 각 국의 전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원인 물질 분석, 해결 방안, 전년 대비 성과 등을 다양하게 포함한다.
박승빈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할 수 없고, 단기적인 정책으로도 해결될 일 아니다"라며 "한 정부의 임기 동안의 전략이 아닌 전문가가 10년, 5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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