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KIST 박사팀, 상용화 가능 수준 '친환경 수소 연료전지' 개발
"'지구 구하는 과학자'로 기억되고 싶어"

청정에너지 개발로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종호 KIST 박사. 그는 최근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여는데 성공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청정에너지 개발로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종호 KIST 박사. 그는 최근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여는데 성공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과제는 끝났지만 시간만 더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어요. 연구에 확신이 있었기에 사비를 털어서라도 연구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시간 제약 없이 꾸준하게 연구하니 놓친 것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정에너지 기술 상용화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이종호 KIST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박사는 '연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세라믹 연료전지 한 우물을 판 지 20여년. 그는 모 보일러 CF처럼 훗날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로 기억되고 싶다.
 
'연료전지'가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이유는 화학 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오염물질 배출 없이 높은 발전효율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연구개발 중인 '세라믹 연료전지'는 고가의 귀금속 촉매가 사용되지 않음에도 여타 다른 연료전지 기술들에 비해 발전효율이 높고 다양한 연료사용이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크게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태양과 풍력위주의 재생에너지와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화력발전의 유력한 대안이 연료전지라고 생각한다"며 "미세먼지로 국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 가운데 과학자로서 아버지로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걱정 된다. 우리의 연구개발이 우리 생활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구를 구하는 과학자에 한 발 다가서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세라믹 연료전지 중에서도 차세대 분야로 불리는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여는데 성공한 것. 프로톤 세라믹 전해질은 이론적으로 중저온영역에서 기존 세라믹 연료전지 전해질보다 100배 이상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갖기 때문에 차세대 연료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박사는 "향후 단순 전력생산뿐 아니라 연료생산과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가능하며, 큰 가변성을 갖는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데도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에너지 기술 분야의 국제 학술지 'Nature energy'에 지난해 8월 2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함께한 KIST연구진들.(좌측부터, 지호일 박사, 이종호 박사, 안혁순 연구원) <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를 함께한 KIST연구진들.(좌측부터, 지호일 박사, 이종호 박사, 안혁순 연구원) <사진=김지영 기자>
◆ 상용화가능성 낮았던 연구...차근차근 연구해 상용화원리 첫 체계화
 

실험실에서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의 성능은 훌륭했지만 많은 난제로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성과가 부족했다. 그에 따르면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는 박막 전해질-전극 접합체 제작이 매우 어렵고 고온 공정 중 열화로 인해 급격한 물성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돼왔다. 연구자들조차 '연구용 재료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박사팀은 그간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연구과제 수행 및 타 연구기관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냈지만 의외로 재밌는 연구결과는 과제가 끝난 후 한참 뒤에 나왔다.
 
과제를 바삐 수행하며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살피자 가장 병목이 되었던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한양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전해질-전극 접합체 구조의 열처리 과정 중 전해질이 치밀해지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체계화하는데 성공했다. 공정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전해질의 두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음은 물론 연료전지 크기를 상용화수준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실제 양산공정에 쓰이는 대면적 스크린 인쇄법과 단시간 저온 열처리가 가능한 마이크로파 공정을 활용함으로써 경제성을 확보했다.
 
KIST 연구진들이 개발한 5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전해질로 구성된 대면적(5x5cm)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사진=KIST 제공>
KIST 연구진들이 개발한 5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전해질로 구성된 대면적(5x5cm)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사진=KIST 제공>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지 제작도 연구실에서 성공했다. 그에 따르면 상용화된 세라믹 전지는 대략 10cm*10cm 이상의 크기로 최소 연구단계에서 5cm*5cm 크기의 전지 제작에 성공해야 산업계에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박사팀은 그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5cm*5cm의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를 제작했다.
 
그는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연구방향이 맞다고 생각했고 사비를 들여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프로톤 세라믹스의 고유물성이 구현이 안 되는 문제는 시간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문제라고 생각했다. 차근차근 기본현상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살피다보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생활 도움 되도록 연구 완성도 높일 것"
 
"터미네이터가 두개의 심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심장이 터미네이터의 움직이는 힘의 원천인데 이게 연료전지입니다. 영화 스타워즈에는 연료전지발전소를 포격하는 장면도 나오죠. 연료전지는 미래형 자동차, 드론,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작은 배터리가 들어가는 곳뿐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내야하는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종호 박사는 연료전지가 상용화된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수소 등 화학에너지 형태로 고용량 저장할 수도 있고, 용량의 한계가 있는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물질의 양을 잉크 카트리지처럼 키워 가벼우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배터리에도 활용하는 등 사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 개발에 필요한 장비들.<사진=김지영 기자>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 개발에 필요한 장비들.<사진=김지영 기자>
특히 그는 현 정부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내놓는 것과 맞물려 점점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을 이끌기 위한 노력을 위해서라도 연료전지 연구가 꾸준하게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세대 연료전지기술은 외국에서 들여와 시작을 했지만 우리가 연구개발 중인 분야는 차세대 연료전지다"라며 "국내 시장이 국가 세금으로 열린 만큼 외국기술이 아닌 우리나라 기술이 발전시장에 기여하도록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종호 박사는 이론으로만 알려진 '100배 이상 높은 전기 전도도'의 현실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성과를 냈지만 아직 100배 만큼은 아니다"라며 "전해질에 맞는 전극재료를 찾아 숨어있는 성능을 발현시킬 재료 후보군을 몇 가지 추려냈다. 더 최적화된 재료들을 찾아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