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석 UNIST 교수팀, 나노구조 분산 상호 작용 연구 토대 마련
나노미터 크기 전자제품과 부품 제조시 영향력 측정 가능

스침입사 실험 장치 모식도: 헬륨이나 중수소를 이용한 물질파는 초록색으로 그려진 사각파형 회절판으로 스치듯 입사되며, 이때 진행경로를 따라 회절된 결과들은 이온 검출기를 통해 측정된다.<사진=UNIST>
스침입사 실험 장치 모식도: 헬륨이나 중수소를 이용한 물질파는 초록색으로 그려진 사각파형 회절판으로 스치듯 입사되며, 이때 진행경로를 따라 회절된 결과들은 이온 검출기를 통해 측정된다.<사진=UNIST>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의 비밀을 밝힐 새로운 측정 가능성이 제시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조범석 자연과학부 화학과 교수팀이 '물질파(matter-wave)'의 새로운 반사(회절) 메커니즘을 검증, 나노세계에서 두드러지는 분산 상호 작용을 연구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분산 상호 작용은 분극성 물체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장거리 끌림 상호작용이다. 나노기술이 발달하면서 각종 장치도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게 만들고 있다. 분산 상호 작용은 장치가 클때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에서는 물질 속 전자들의 작은 힘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미세한 힘이라 측정이 매우 어려웠는데 이번 성과로 물질파를 이용해 측정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물질파는 물질이 입자가 아닌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경우를 이른다. 물질의 질량이나 속도가 작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로 물질을 이루는 원자나 전자에서 볼 수 있으며 물질파를 이용하면 나노 세계의 물리 현상을 밝힐 수 있다.

연구팀은 40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간격을 두고 사각형을 세운 사각파형 회절판에 헬륨(He)이나 중수소(D₂)로 이뤄진 물질파를 쏘았다. 이때 물질파는 회절판과 거의 평행하게 스치듯 입사시켰다. 사각파형 회절판은 일정한 주기로 사각형의 물체가 판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인데, 여기에 빛이나 물질파를 쏘면 장애물인 사각형을 돌아서 나가는 회절 현상이 나타난다.

공동 제1저자인 김이영 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사각형의 선폭을 20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부터 10마이크로미터로 줄인 사각파형 회절판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며 "선폭이 감소함에 따라 물질파의 반사 결과는 '주기성 반평면 집합체'의 이론값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반평면(half plane)은 무한대로 펼쳐진 평면을 한 직선으로 잘라 둘로 나눈 한쪽을 일컫는다. 광학에서는 이러한 이상적인 구조를 기본 모델로 회절 현상을 설명하게 된다.

연구에 사용된 사각파형 회절판은 이창영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에서 제작했다. 실험은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의 스침 입사 물질파 광학 장치를 이용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이론을 물질파 광학에서 처음으로 증명, 물질파 회절로 분산 상호 작용을 측정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새로운 물질파 간섭계와 물질파 현미경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조범석 교수는 "사각파형 회절판에 물질파를 스치듯 입사시키는 방법으로 나노 구조 표면에서 나타나는 분산 상호 작용을 측정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나노 구조의 분산 상호작용을 측정해 나노미터 크기의 전자제품과 부품 제조시 문제가 되는 영향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글로벌박사양성프로그램 지원으로 이뤄졌다. 결과는 물리학 분야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의 편집자 추천 논문으로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주기성 반평면 집합체에서 물질파의 회절 현상을 측정한 연구진. 왼쪽부터 조범석 UNIST 교수,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의 빌란트 쉘코프(Wieland Schöllkopf) 박사, 김이영 연구원, 이주현 연구원.<사진=UNIST>
주기성 반평면 집합체에서 물질파의 회절 현상을 측정한 연구진. 왼쪽부터 조범석 UNIST 교수,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의 빌란트 쉘코프(Wieland Schöllkopf) 박사, 김이영 연구원, 이주현 연구원.<사진=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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