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세계에 서다_툴젠편]김석중 사업개발부 이사
유전자가위 기술 1~3세대 보유···혈우병·샤르코마리투스 연구 진행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이노베이트 게놈(INNOVATE GENOME)' 

국내 유전자교정 전문기업 툴젠이 선포한 새로운 비전이다. 유전자교정 시대를 혁신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비전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워크숍을 열고, 회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직원들 스스로 기업의 목표와 지향점을 설정했다.
 
처음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던 이들도 비전과 CI(Corporate Identity)가 확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기업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해지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 비전이 불분명 했어요. 초창기 비전은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도구 개발 회사를 표시했고요, 이후엔 유전자 기술을 나타냈죠. 이번 비전은 기업 역할이 구체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더욱이 직원 모두의 생각이 담겼으니 더 의미가 깊죠." 

김석중 사업개발부 이사는 '이노베이트 게놈'에 대해 유전체 분야에서 혁신이 삶을 바꾸는 현재와 미래를 떠오르게 하는 비전임을 강조했다. 비전을 통해 직원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단다. 

◆ 유전자가위 기술 1~3세대 보유 

김 이사는 유전자 교정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관련된 어떤 분야에든 응용이 가능하다 말한다. <사진=툴젠 제공>
김 이사는 유전자 교정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관련된 어떤 분야에든 응용이 가능하다 말한다. <사진=툴젠 제공>
툴젠은 1999년 서울대 출신인 김진수 박사가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서울대 화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생화학 박사를 거친 그는 1994년 MIT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유전자가위와 인연을 맺었다. 

귀국 후 삼성연구소에서 일하던 김 박사는 유전체 분야에 유용하게 사용될 도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자 창업 길을 택했다. 1999년 법인이 설립하고 3년 만에 아시아의 주목할 만한 10대 생명공학 회사로 선정됐다. 

툴젠은 2003년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징크핑거(Zinc Finger)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전등 스위치처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가위 1세대인 ‘ZFN’을 개발했다.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은 징크핑거 기술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였어요. 하지만 산업화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이후 스위치에서 유전자가위로 연구 방향이 바뀌었죠. 그 무렵 김진수 박사님이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고 툴젠도 학교로 함께 들어가게 됐어요." 

툴젠은 2011년 2세대 유전자가위 ‘TALEN’을, 이듬해에 3세대 'CRISPR'을 개발하며 전 세계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계 경제포럼에 의해 주목 받는 10대 미래기술로 선정되는 등 학계를 넘어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됐다. 

김 이사는 "서울대에서 가산디지털산업단지로 옮겨왔다. 현재는 창업 시 멤버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하지만 지속해서 좋은 과학을 통해 첨단 기술과 신산업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6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현재 50여 명에 달한다. 툴젠이 보유한 기술을 연구자들에게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며 사업이 커졌고, 끊겼던 기업 투자도 이어졌다. 

"직원이 매년 20~30%씩 늘고 있어요. 올해만도 신규 인력이 10명 넘게 들어왔죠. 재작년까지도 연구소 한 방에 모두 모여 있었는데, 이제는 건물 3개 층에 공간을 마련해 사용 중이에요. 인력이 증가하니 모르는 얼굴도 생기더라고요." 

◆ 치료제·식량자원 산업에 응용 

김 이사는 "툴젠은 여러 사람의 과학적 호기심과 기대를 일으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호기심과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 이사는 "툴젠은 여러 사람의 과학적 호기심과 기대를 일으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호기심과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툴젠의 경쟁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에 있다. 유전자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부분을 마치 가위로 자르듯 잘라내 없애거나 유전자를 재배열하는 기술이다. 

유전질환은 DNA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때문에 발명하기에 유전자가위는 돌연변이 염기만 절단해 치료를 가능케 한다. 

김 이사는 "지난 몇 년간 유전자교정 기술이 성숙해져 이제는 기술 자체 개발보다는 기술을 적용한 상품으로 연구개발 및 사업 방향을 바꾸어 가고 있다"며 "지향점이 좀 더 응용 중심, 시장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전자가위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기까지는 인프라, 사회 규제, 관련 기술, 산업화 가능성 등 살펴봐야 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툴젠은 최근 의료 수요가 높은 유전성 난치성 질환에 맞는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근본적인 교정을 시킬 수 있어 한 번의 처치로 장기적 또는 영구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목하고 있는 질병은 혈우병(Hemophilia)과 샤르코마리투스(Charcot-Marie-Tooth)다. 혈우병의 경우 재조합 단백질을 정맥주사로 투여하고 있지만 치료요법이 아닌 보충요법으로 환자나 사회의 부담을 고려할 때 장기적 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유전자 교정 기술의 약속이 실현된다면 한 번의 처치로 완치가 되는 근본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으로 발과 손 근육들의 위축, 감각 손실, 보행장애, 실명, 난청 등이 야기되지만, 치료제가 없어 새로운 치료제 접근법이 필요한 상태다. 

농축산분야에서도 유전자 편집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크리스퍼 캐스9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더욱 적은 자금으로 우수한 형질을 가진 동식물 개량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최근에 고기능 콩과 살코기 생산량이 개선된 돼지(FIT-Pig)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식물기반 치료용 단백질 생산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그는 "유전자가위는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 산업과 접목을 통해 상품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유전자 교정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관련된 어떤 분야에든 응용할 수 있지만 사업적으로 우선 유전자·세포 치료제와 농축산 분야에서 응용이 먼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호기심과 기대를 현실로···"더 나은 삶 위해" 

3세대 유전자가위 CRISPR/Cas9은 원하는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교정 가능해 질병의 장기적, 영구적 치료가 가능하다. <사진=툴젠 제공>
3세대 유전자가위 CRISPR/Cas9은 원하는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교정 가능해 질병의 장기적, 영구적 치료가 가능하다. <사진=툴젠 제공>
"보유 기술이 선도그룹에 들어 있지만 글로벌 톱(Top)이라는 표현은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이 분야는 많은 연구자와 기술, 그리고 자금이 들어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환경의 이점, 경쟁의 부담 등을 모두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3세대 유전자가위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지만 그 잠재 가치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에 김 이사는 "이 분야 기업들은 유전자 교정 기술이 치료제로 적합한지, 유전자 교정 기술로 만들어지는 농업 분야 상품이 시장에 영향을 줄지 증명해 가고 있다"며 "여러 기업과 연구진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나 농업상품을 만들고 있어 한 기업의 성공이 다른 기업의 실패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쟁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응용 기술과 산업의 경험, 기반이 풍부한 국제 환경에 비해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런 어려움에 현명히 대처해 발전을 이끄는 것이 성공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 생태계는 이어달리기처럼 '바통터치'가 순조롭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길고 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제일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기업 내부에서 자체 역량 조달로 바통이 잘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자체 개발 과정에서는 CRO(임상시험수탁기관), CMO(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와의 협력 등도 순조롭게 이뤄지는 게 필요합니다." 

김 이사가 바라는 툴젠은 좋은 과학 기술로 산업을 만들어 좀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툴젠은 여러 사람의 과학적 호기심과 기대를 일으키는 기술을 가진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회사에 연관된 분이 아니라도 분야에 있는 많은 분이 툴젠에 기대와 관심을 두심에 항상 감사합니다. 툴젠은 호기심과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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