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세계에 서다_SCM편]송순욱 전략책임자·부사장
층분리배양법 통해 100% 고순도 줄기세포 추출···줄기세포 맞춤형 치료 가능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2007년 한 병원에서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환자가 발생했다. 동종 골수이식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계 자극에 의한 거부반응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지만 실패하면 대안이 없다. 

주치의는 당시 중간엽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송순욱 인하대의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해외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GVHD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요지였다. 

송순욱 SCO는 "층분리 배양법은 다른 종류의 세포와 섞이는 기존 분리기술과 달리 세포별로 분리가 가능해 100% 고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송순욱 SCO는 "층분리 배양법은 다른 종류의 세포와 섞이는 기존 분리기술과 달리 세포별로 분리가 가능해 100% 고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송 교수는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한 상태였지만 국내 약사법상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위급한 상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간엽줄기세포 응급임상시험용 의약품 사용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송순욱 전략책임자(CSO)는 "환자 두 명에게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를 했다. 한 명은 4주 후에, 다른 한 명은 3주 후에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말끔히 나았다. 드라마 같은 결과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SCM생명과학의 전신인 '호미오세라피' 설립 비화다. 응급임상시험이 성공한 이듬해인 2008년 기업 후원으로 바이오 기업이 세웠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 사업 재편으로 호미세라피는 정리되고 지금의 SCM생명과학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5월에는 녹십자 사장, 종근당 부회장 등을 지낸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경영인 이병건 대표가 합류했으며, 창립자 송순욱 교수는 전략책임자를 담당해 경영과 연구를 분리했다.

송 CSO는 "호미오세라피는 순수한 임상지원 회사였다면 SCM생명과학은 실험실 창업 벤처 회사"라며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기업인만큼 상장 준비와 매출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고순도 줄기세포 추출 원천기술 확보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박사후과정부터 유전자·세포 치료제 분야를 연구하게 됐어요. 아직도 치료제가 없어 고생하는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줄기세포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이는 기업 신조이기도 합니다." 

SCM생명과학은 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를 만든다. 이를 위해 줄기세포 ‘고순도 분리배양법’을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했다. 줄기세포는 주로 골수, 제대혈, 지방조직 등에서 추출하는데, 줄기세포 업체 대부분이 ‘농도구배원심분리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다른 세포가 뒤섞여 순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치료제 개발에만 사용할 수 있어 질환 맞춤형 치료제로 활용이 어렵다. 치료비용도 적지 않다. 

SCM생명과학이 독자 개발한 고순도 분리배양 기술은 무게 차이에 따라 세포층이 나뉘어 단일 세포 분리가 가능하다. 순도가 높고 유사한 특성을 가진 세포군을 추출할 수 있으며, 대량 배양도 가능하다. 

송 CSO는 "줄기세포는 배아·유도만능·성체 줄기세포로 나뉜다. 그중 성인 몸에서 뽑아내는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암 발생 등 부작용이 거의 없어 치료제 개발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며 "성체줄기세포 중에서도 중간엽줄기세포를 뽑아 치료제 개발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층분리 배양법으로 추출하면 효능 마커를 이용해 질환에 맞는 세포군을 찾아 치료할 수 있어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높다.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고순도 분리배양법을 개발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특허 출원이었다. 2005년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미국 특허가 나오기 전까지 고순도 분리배양법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바이오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가 중요함을 알았어요. SCM생명과학이 글로벌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를 확보했죠." 

고순도 분리배양법의 우수성 확인을 위해 5개 질환에 대한 모델 동물 실험도 진행했다. 송 CSO는 "기존 분리방법과 차별성을 인증받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고 효능이 우수함을 증명했다. 3개 질환에 대해서는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희망을···줄기세포 맞춤형 치료 

SCM 생명과학 벽면에는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이라 적혀있다. 줄기세포 맞춤형 치료로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SCM 생명과학 벽면에는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이라 적혀있다. 줄기세포 맞춤형 치료로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은 만성·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급성 췌장염, 중증 아토피, 중증 간경변, 발모 치료제 등이다.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는 현재 국내 8개 의료기관과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신선형과 동결형 치료제로 구분해 개발하고 있다. 신선형은 완제품 형태로 만성질환 환자를, 동결형은 급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송 CSO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할 수 있도록 신선형과 동결형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2022년께 조건부 판매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서도 오는 11월께 임상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오는 2021년 조건부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며,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와 중증 간경변 치료제도 후년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현재 중증 아토피 치료는 매주 면역 억제제를 써야 한다. 하지만 개발 중인 치료제는 6개월 이상 다른 치료 없이도 효능을 보인다"며 "중증 간경변 환자도 간이식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치료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발모 치료제는 발모에 효능이 있는 단백질 두 개를 찾아냈다. 그중 하나를 활용해 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응용한 연구개발도 펼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 전문기업인 툴젠과 함께 유전자 교정 및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성체줄기세포 원천기술과 유전자교정 원천기술을 활용해 면역기능이 향상된 유전자 삽입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송 CSO는 "줄기세포치료제도 진화한다. 1세대가 줄기세포만을 활용했다면, 2세대는 줄기세포 주입하기 전에 효능을 키우는 자극을 준다. 3세대는 유전자를 줄기세포에 넣는다"며 "툴젠과 협력해 3세대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 리더 목표 

SCM생명과학 연구실 모습. SCM생명과학은 고순도 줄기세포로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사진=SCM생명과학 제공>
SCM생명과학 연구실 모습. SCM생명과학은 고순도 줄기세포로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사진=SCM생명과학 제공>
"기존 제약바이오산업은 다국적 제약사가 이미 시장을 선점했지만 미래 의료분야로 꼽히는 줄기세포치료제 등 재생의료분야는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면 글로벌 시장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재생의료 시장을 '기회의 땅'라 말하는 그는 SCM생명과학이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 또는 유사한 기술이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 표준화돼 치료제로 개발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세포 분리부터 공정, 배양, 대양생산 등 우리 기술로 만든 공정이 다른 기업도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CoGIB에서 진행한 미니워크숍 등에 참석했던 그는 "앞서가는 기업의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며,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어떤 시각을 갖고 개발해 나가야 하는 지 공부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은 회사가 성장하려면 때에 맞춰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경제적인 지원과 좋은 파트너를 선정하는 작업 등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은 기업 혼자 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기업 선발 시스템을 갖추고 성장 가능한 기업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난다면 글로벌로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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