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나친 관료화와 연구 자율성 

과기부, 산하기관대상 특별점검···환경부·기상청 합동 실험에 과학적 합리성 결여
"과학계는 신뢰 구축, 정부는 연구자율성 침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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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기자 - 2019.01.27

최근 정부의 소통 움직임과 달리 관료주의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과학자를 감시하기 위한 과다한 감사가 지속되고,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에서도 과학적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해 벽두부터 전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연말연시, 설명절에 따라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에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갑작스럽게 찾아 근태를 확인했다.

물론 감사 대상 근거는 있다. 과총이 법률상 공직유관기관에 해당하며, 그동안 국정감사 지정기관으로 공식 감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태관리를 이유로 특별점검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과기부 산하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현장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과기부 감사실 관계자는 "감사실이 연말연시를 맞아 산하기관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매년 전 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몇 달에 거쳐 대부분의 산하기관을 찾아 특별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할 수는 있다. 다만 최근 연구자 중심 R&D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 연구기관을 여전히 '시녀'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신성철 KAIST 총장을 비롯한 기관장 인사문제와 모 언론의 대학원생 근태관리 논란 보도에 따라 특별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학계 인사들은 "예전 정부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는 부처를 통제하고, 부처는 청와대 눈치를 보고, 관료들은 기존 관행대로 한다. 바뀔리가 없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미세먼지 실험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지 하루만에 환경부와 기상청이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에 의하면 인공강우 실험은 지난해 말부터 계획됐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은 1~2주안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인공강우 실험의 연속선상에서 환경부와 의견이 맞아 합동 실험을 추진했다. 환경부와 기상청의 측정·검사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면 충분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 특히 국민을 위한 과학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매년 여름이면 지속되는 가뭄을 해결하고, 전국민이 고통을 겪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환영할만한 일이다. 

과학계에서는 실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는 정책 결정이 상대적으로 긴박하게 이뤄진 점, 외부 전문가 참여 부족, 과학적 실험 설계 결핍 등을 꼽았다. 

올해 15번 계획된 실험과 분석과정에 전문가가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미리 계획하고 충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들도 장기적 안목이나 과학적 논의 없이 최고 결정권자의 한마디에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통령 등이 연구현장을 찾으면서 대덕에도 모처럼만에 활력이 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덕을 찾았다. 항우연 연구진을 격려했고,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의 대전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문미옥 차관도 연구현장을 찾고, 연구진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과학의 날'에 마곡단지를 찾은 반면 대덕을 찾지 않는 등 취임 이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변화다.  

이러한 변화가 과학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람 중심의 R&D 정책을 표방하고, 대통령이 실패해도 도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만큼 연구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구태의연한 관료주의도 벗어 던져야 한다. 

과학계에서도 정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며 국민에게 지지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과학계 원로는 변함없는 관료주의에 안타까움을 호소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은 '인공강우'처럼 하루아침에 결정·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과학계에 자율성을 주고, 과학자는 정부와 국민에게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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