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협업·서비스·시장 3가지만 기억 필요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중추이고 혁신성장의 첨병이다. 그럼 중소기업이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술혁신'과 '생산 혁신' 그리고 이러한 혁신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기술과 사회, 제도, 문화, 사회·물리적 자본 등을 함께 고려하는 시스템적 시각이다.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KISTI 기술사업화 센터장)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4차 산업이 가속화되며 글로벌 경제구조도 크게 변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를 넘어 이제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지능정보사회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데이터가 부를 창출하는 데이터경제 사회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경제 지형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재편된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법칙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이 적용된 더 편리하고 완성도 높은 경험(제품, 서비스 등)을 누리게 됐고, 기업은 제품 개발·생산의 기존 틀을 과감하게 바꿔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여러 단계이던 가치사슬(value chain)을 과감히 줄이거나 순서를 뒤바꾸기도 하고, IT기업이 자동차 제조와 의료 등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거나, 특정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기술 분야를 융합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면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했지만, 이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기업이 가격이나 제품 특성을 바꾸는 마켓드리븐(market-driven)이 대세다. '이런 기능이 필요해? 그럼 만들어 볼게.'라는 식이다. 심지어는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내재돼 있어 소비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욕구까지 미리 파악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마켓드라이빙(market-driving)' 전략도 등장했다. 소비자 스스로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급격하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 속에서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다.

자동차 등 주력제조업을 예로 들어보자.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규모 제조기업들은 노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직계열 통합에 기반 한 규모의 경제(대량생산과 대규모경영을 통한 수익창출)를 강조하며 성장해 왔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조립하던 기업이 판매, 수출 등 수직계열을 하나씩 늘려가며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성장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경쟁우위의 원천이 수직적 확산이 아닌 수평적 융합과 협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서 언급한 단일 업종 내 가치사슬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구태의연한 발상일 수 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기술·아이디어 혁신을 통해 기업간·산업간·경제주체간 효과적인 횡적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연계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가가 경쟁우위의 새로운 원천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IT와 횡적 융합을 통해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들은 차량 대 인프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호등, 가로등, 교량 등과 교신하며 더 빠르고 안전하고 편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구글(Google)의 자율주행차는 낯선 이슈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도 융합·연계를 통해 틈새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기능성 칫솔모를 생산하는 글로벌 강소기업 '비비씨(대표 강기태)'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2015년 149억원이던 매출을 2017년에는 두 배가 넘는 3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급성장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최희윤)와의 연계로부터 시작됐다. 비비씨는 KISTI를 포함한 민·관 전문가들과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칫솔 성능 최적화 설계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칫솔 미세모 공정 자동화 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혁신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은 이후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미세모를 타 사업분야로 확산할 방안을 찾고 있다.

비비씨는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 것도, 대단한 기업의 기술을 이전받은 것도 아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형 경쟁우위 확보 전략 즉, 경계가 없는 횡적 협력모델 구축에 적극적이었을 뿐이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는 그리 크고 어렵지 않다.

다음의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다양한 관점의 협업 파트너들과 기업생태계를 확산해 나가는 것, 둘째 현재 보유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개척해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만들 것, 셋째 자사의 독립적인 역량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관점을 버리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질 것. 이 세 가지를 기억한다면 특별한 법칙없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글로벌 시장, 법칙이 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과연 첨단기술 덕분이었을까 ▲다시보기-줌인에서 줌아웃으로 ▲혁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혁신 ▲기업혁신 키워드 '데이터'와 '다학제' ▲ 중소기업도 빅데이터 주요 소비층 ▲코리아 R&D 패러독스는? ▲기술사업화 - 불가사의한 시스템, 블랙박스를 열어라 ▲중소기업을 위한 생태계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그날, 해커톤 캠프에 무슨 일?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재현 가능할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이 협력적 거버넌스 적기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센터장.
김은선 센터장.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며 다수의 혁신성장 성공사례를 창출해 왔다. KISTI 과학산업화팀장, 기술사업화정보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기술사업화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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