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쓰던 세포연구소, 글로벌 세포치료계 '다윗' 꿈꾼다

[K-바이오 세계에 서다_녹십자랩셀편] 황유경 세포치료연구소장
검체검사 서비스·셀 뱅킹 등과 함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NK세포 치료제 글로벌 신약 시장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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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기자 - 2019.01.28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황유경 소장은 녹십자랩셀이 유전자, 세포 치료제 분야 '다윗'이 돼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사진=박은희 기자>황유경 소장은 녹십자랩셀이 유전자, 세포 치료제 분야 '다윗'이 돼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사진=박은희 기자>

"아주 중대한 사건이었어요. 연구소는 사업 분야 중 돈만 쓰는 곳이었어요. 다른 사업은 잘 굴러가는데 연구소는 오랫동안 기약 없는 투자를 해야 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은 연구소의 가치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어요." 

황유경 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은 지난 2016년 코스닥 상장을 '중대한 사건'이라 말한다.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부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소가 더 이상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세포치료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동력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 소장에게는 28년 녹십자에 몸담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이기도 하다. 

황 소장은 "상장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연구개발을 내세우며 회사의 가치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 세포치료제 연구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 연구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녹십자랩셀은 지난 2011년 6월 녹십자로부터 NK세포(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에 대한 권리 일체를 양수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검체검사 서비스·셀 뱅킹·바이오 물류사업·임상시험 등과 함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을 담당, 녹십자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 NK세포로 초일류 기업 도약···"개척자 정신으로" 

"면역세포인 T세포 연구를 오래 했어요. 하지만 T세포를 산업화하기엔 아직 기술적 장벽이 많아요. 반면 NK세포는 타인에게 사용해도 면역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어 산업화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녹십자랩셀은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 연구개발을 집중한다. NK세포는 우리 몸속 비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선천면역 세포다. 그렇기에 면역계의 최전방 방어 세포로도 불린다. 

녹십자랩셀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이용해 소량의 원료 세포로부터 NK세포만 골라 증식, 안정적으로 세포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황 소장은 "T세포와 NK세포는 과학적으로 지니고 있는 능력이 비슷하다. T세포가 종양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NK세포로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NK세포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녹십자랩셀이 NK세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서울대 연구팀과 NK세포 배양방법에 대한 공동특허를 출원한 후 특허 권리와 제반기술을 양수받았다. 

그는 "녹십자랩셀의 목표는 약다운 약을 만드는 것"이라며 "NK세포를 배양해 대량 증식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공동개발로 이를 해결함으로써 NK세포 치료제의 산업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약 생태계는 '열린 혁신'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황 소장은 "내 것을 보여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글로벌 신약 생태계는 '열린 혁신'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황 소장은 "내 것을 보여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현재 NK세포 연구 부문에서 임상 2상을 진입 상태로, NK세포 기반 항암제 상용화 연구는 전 세계 톱(Top)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황 소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기술이 오기까지 쉬운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NK세포와 관련된 연구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기초연구부터 산업화를 위한 기반기술축적, 개발과정 등 모두 개척하며 현 수준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NK세포 치료제는 세 가지 방법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우선 NK세포 치료제를 직접 투여하는 방법으로, NK세포 치료제인 'MG4101'을 간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MG4101의 적응증을 확대해 급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해서도 연구자임상을 마쳤다. 

그는 "간암은 물리적 수술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여러 실험을 통해 간암 세포가 NK세포에 잘 죽는 것을 확인했다. 간암 재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별하게 약이 없는 질환 등에 NK세포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와 병용 투여하는 방법도 시도된다. 항체가 암세포를 인식해 특이적으로 붙게 되면 NK세포는 항체 Fc 부위와 결합해 종양을 인식해 죽이게 된다. 악성 B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는 CD20을 타깃하는 항체인 리툭산, CD19를 겨냥한 항체 등과 MG4101을 병용투여, 현재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2상을 시작했다.

황 소장은 "NK세포는 항체와 궁합이 잘 맞는 세포치료제다. 리툭산이 종양을 붙잡아도 잡은 항체가 바로 종양을 죽이지 못한다. NK세포가 쫓아가 죽여야 한다"며 "환자 NK세포와 항체가 반응을 잘 하지 않으면 종양을 다 죽이지 못한다. NK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이런 환자에게 똑똑한 NK세포를 넣어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은 기존 NK세포에 유전자조작을 통해 암세포에 대한 특이성을 구현한다. 효능이 향상된 독자적인 CAR-NK세포를 투여한다. 현재 4개 프로그램에서 전임상에 진입했다. 

그는 "유전자 조작된 CAR-NK세포는 두 가지 개념이 합쳐져 아주 강력한 NK세포를 만든다. 기능을 강화하는 시그널 도메인에 항체(scFv)라는 레이더를 장착해 표적기능을 더한 것"이라며 "NK세포의 항종양 기능이 강화돼 주입량과 투여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연구소 틀 갖춰···글로벌 리더 향해 제대로 뛰어볼 것"
 
녹십자랩셀은 NK세포 치료제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도약을 준비한다. <사진=녹십자랩셀 제공>녹십자랩셀은 NK세포 치료제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도약을 준비한다. <사진=녹십자랩셀 제공>

"새로운 도전이었죠. 과연 이게 쓸 만한 것인지도 몰랐고요. 하지만 기술이 축적되고, 연구개발이 임상으로 이어지고···. 우리 기술이 글로벌에서 뒤처지지 않음을 알게 됐죠. 세포치료제의 글로벌 리더라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녹십자그룹 초기 멤버였던 황 소장은 녹십자랩셀이 독립하며 연구원 5명과 함께 세포치료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4년여 만에 연구원은 60 명으로 늘었다. 틀은 갖췄고 이제 제대로 굴러갈 일만 남았다. 

"진정한 재생이 가능하다면 줄기세포치료제도 매우 매력적인 분야이고 비전은 밝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그만큼 축적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기술이라도 빨리 개발해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기술적으로 차별성을 둔 세포치료제를 만들고 싶어요. 그 첫 번째 주인공은 NK세포 치료제가 될 것입니다." 

황 소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NK세포 치료제를 개발을 위해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재현한다. 힘들고 지치는 작업이지만 산업화를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는 "연구를 하면 견고한 결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논문용이 아니다. 세상에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데이터가 나와야 산업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NK세포는 어느 한 부분 쉬운 게 없다. 세포를 키우고 얼리는 것도 힘들다. CAR-NK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 도 힘들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끈기도 뚝심도 필요함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혁신적인 글로벌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험난한 길이 많기에 황 소장은 '열린 혁신'과 '상생'이 바탕이 된 글로벌 신약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소장은 "내 것을 보여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신약 시장에는 신뢰가 바탕이 돼 있다"며 "개발의 모든 단계를 한 기업이 할 필요 없다. 기업 간 협력하면 글로벌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후발 기업인과 연구자에게는 '정도(正道) 걷기'를 조언했다. 그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은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에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 작은 걸 얻으려 하다 큰 걸 잃을 수 있다"며 "그간의 경험을 생각하면 정도가 가장 빠른 길이다. 멀리 보고 제대로 연구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지속해서 이뤄지길 바랐다. 황 소장은 "오픈이노베이션 라이선싱 링크 미팅 등 CoGIB이 진행한 행사가 교류의 장을 만들어줬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함께 힘을 발휘할 기반이 된다"고 피력했다. 

인터뷰 말미 연구소장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몇 년 전 송년회 자리에서 의료계 패러다임을 바꿔보겠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당시엔 겁 없는 행동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진짜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유전자·세포 치료제 분야 '다윗'으로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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