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얼마 전 벼르고 벼르던 CES(세계가전전시회)를 다녀왔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사진 = 대덕넷 DB>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사진 = 대덕넷 DB>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는 초연결 시대 미래시장을 누가 지배할 것인가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삼성전자와 애플처럼 경쟁 관계에 있던 기업들도 동맹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그리고 5G 구현. 가장 핵심은 역시 인공지능이다. 이번 CES에서는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빠르게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구글, 아마존, MS, NVIDIA 등 AI 리딩 기업들이 강력한 AI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벤츠나 BMW 등 자동차 기업들이 AI 기업과 연계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AI 비서 시장을 두고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삼성 빅스비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나 AI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AI 비서같이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들은 AI 플랫폼을 장악해 가전제품, 스마트홈,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우리의 일상 전체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AI 플랫폼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자기 밑으로 헤쳐 모이게 한 다음,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통행세를 받으려는 속셈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제품도 많이 전시되었는데, 자체 AI 기술보다는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 등 일반에게 오픈된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이 주를 이뤘다. 

CES의 특성상 AI가 제조 산업에 적용된 사례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AI가 산업 전 분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징후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는 AI 기술이 몇몇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노트북이나 컴퓨터처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 것이다. 다들 '얼마나 빨리, 어떤 AI 플랫폼에 올라타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그런 세상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저기 AI 개발 계획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하게 AI 인재 5000명, 1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보여주기식의 접근보다는, 전 세계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 전망을 냉철하게 분석해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그에 맞는 장단기 접근 전략 마련과 체계적 추진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추진 전략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등 몇몇 대학과 AI 리딩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따라잡기식 연구개발은 자칫 시간만 낭비할 수 있으므로 지양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 catch-up은 차라리 삼성, LG 등 민간 기업에 맡기자. 그러면 그들은 생존을 위해 AI 기업을 M&A 하거나 AI 그룹 영입을 통해서라도 해결할 것이니, 정부는 자원을 모아 미래를 대비하는데 쏟아붓는 것이 더 낫다. 

우수한 젊은 과학자를 소위 AI R&D 성지로 많이 보내 세계 석학들과 교류하게 하자. 연구개발은 10년 후를 대비한 이론연구에 중점을 두고 안정적으로 수행해 차세대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 

둘째, 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출연연 연구자들에게는 각자 연관된 산업 분야에서 AI 적용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고, 기업들이 AI 기술을 실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미션을 부여하자. 

셋째, 출연연과 기업이 공동으로 AI 적용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AI 인재양성 프로그램과 연계해 추진하자. 기업이 AI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무 능력을 갖춘 AI 인재를 양성하고, 해당 기업 취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전시회 참가는 산업의 경계가 없어지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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