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서울대 1호 벤처, 유전자치료제 '개척자'로

[K-바이오 세계에 서다_바이로메드편] 유승신 혁신의약연구개발센터 본부장
올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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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정 기자 - 2019.02.03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 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유승신 본부장은 서울대 박사 과정에서 당시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에게 지도를 받았다. 졸업 후 미국에서 연구를 하던 그는 1997년 귀국해 바이로메드의 전신인 바이로메디카퍼시픽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후 일본 다카라바이오연구소 부장, 바이로메드 전략사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바이오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유승신 본부장은 서울대 박사 과정에서 당시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에게 지도를 받았다. 졸업 후 미국에서 연구를 하던 그는 1997년 귀국해 바이로메드의 전신인 바이로메디카퍼시픽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후 일본 다카라바이오연구소 부장, 바이로메드 전략사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바이오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선진국도 성공하지 못한 유전자치료제를 국내 벤처가 어떻게 만들 수 있냐, 직원이 셋뿐인데 회사가 맞기는 하냐.' 회사 설립 초기 사람들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봤어요. 국내에서는 미국 임상을 추진할 만큼 투자를 받을 수 없었죠. 하지만 결국 우리의 순수 기술로 미국에서 2개의 유전자치료제를 임상 3상에 진입시켰습니다."
 
유승신 바이로메드 본부장은 국내 바이오·제약 분야 1호 대학 벤처이자 서울대학교 1호 학내 벤처가 겪었던 과정을 되짚었다.

유 본부장은 김선영 전 서울대 교수가 1996년 바이로메드를 설립한 직후 합류한 정식 첫 연구원이다.
 
김 대표와 제자 2명이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바이로메드는 현재 직원 100명에 시가총액 3조 원이 넘는 유전자치료제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 당시 국내 제약사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본 다카라바이오와 벤처 캐피털에서 유치한 100억 원이 코스닥 상장과 임상 진출의 발판이 됐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올해가 회사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벡터와 유전자 개선한 VM202, 혈관·신경 재생 동시에
 
"초창기 바이로메드는 추격자(fast follower)에 그쳤지만, 기존에 문제가 있던 유전자치료제 벡터와 유전자를 개선하다 보니 어느새 개척자(trailblazer)가 되어 있었어요."
 
바이로메드 유전자치료제의 특별함은 전달체인 벡터와 유전자에 있다. 유 본부장은 "우리가 개발한 레트로바이러스와 플라스미드 벡터는 다른 것에 비해 치료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중 플라스미드를 기반으로 만든 치료제가 임상 3상 단계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와 당뇨병성 허혈성족부궤양 치료제(VM202-PAD)다.
 
VM202 치료제의 적용 질병은 처음부터 당뇨병성 관련 질병이 아니었다. VM202는 새로운 혈관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는 중증하지허혈증을 앓는 환자가 대상이었다. 이후 미국 한 의사의 제안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적응증을 확대했고, 중증하지허혈 임상에서 궤양 치유 효과를 확인해 당뇨병성 궤양으로 대상을 옮겼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높은 혈당이 혈관을 망가트려 신경 세포가 죽고 이로 인한 신호전달의 이상으로 생긴 통증을 보인다. 이 병을 앓는 환자는 심한 통증,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삶의 질이 매우 낮다. 또한, 아주 강한 진통제가 처방되거나 부작용이 심해 환자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 수 없다.
 
유 본부장은 "VM202는 환자의 통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신경을 재생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라며 "허혈성족부궤양도 같은 원리로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M202의 적응증은 루게릭병으로도 확장되어 임상 2상 허가를 받은 상태다.
 
◆ "실패 두려워 않고 도전했다"
 
유 본부장은 신약 개발 기업에게 "기업이 가진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유전자치료제의 국내 시장은 너  무 작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유 본부장은 신약 개발 기업에게 "기업이 가진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유전자치료제의 국내 시장은 너 무 작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VM202가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허혈성족부궤양 유전자치료제 최초로 임상 3상에 진입하기까지 매 단계가 도전이었어요. 국내에 유전자치료제 전문가가 없어 많은 것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했죠."
 
바이로메드의 성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어렵게 투자유치를 해결하니,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또 다른 고비가 이어졌다. VM202의 임상 2상이 끝난 후에는 예상과 달리 기술이전도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플라스미드 벡터가 낯설었던 제약회사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에는 자금도 없어 협상을 이끌 수 없었다. 바이로메드는 VM202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임상 3상을 빠르게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수한 인력을 뽑기도 쉽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벤처이다 보니 월급과 복지 혜택에 한계가 있어 서울대에 있지만 이공계 학생들이 선뜻 직장으로 택하지 않는다"며 "설립 초기에는 지금보다 채용이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는 아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벤처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고비를 넘게 한 원동력 중 하나로 김선영 대표의 긍정적인 태도를 꼽았다. 김 대표는 '남이 안 됐다고 우리도 안 되리라 생각 말고 일단 도전해보자'라는 의지와 '학문이 학문으로만 머물지 말고 인류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2018년 8월 신약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수직을 내려놨다.
 
유 본부장은 "당시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모르고 시작했기에 여기까지 왔다. 아마 대표님도 이렇게까지 어렵고 오래 걸릴 줄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이라며 "앞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면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 2025년 글로벌 바이오 기업 진출 목표
 
바이로메드는 최근 미국에 생산 시설을 매입하며 한 발 더 도약했다. 유 본부장은 "과거를 돌아보면, 기초연구와 개발에만 주력하다가 어느 순간 임상에 돌입했고 이제는 생산 시설까지 갖췄다"며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해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 충분히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유 본부장은 정부의 지원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에서 벤처나 신약개발을 지원할 때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지원해주길 희망한다"며 "우리 같은 벤처가 성장하는 데 정부 과제의 혜택이 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지원을 통해 성공하는 바이오 기업이 많아지면 인재들도 벤처에 많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치료제의 역사는 희망과 좌절의 반복이에요. 만병통치약이란 기대에서 시작해 심각한 부작용으로 암흑기를 거쳐 최근 CAR-T 기술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죠. 과학자로서 20년 넘게 한 분야의 발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고, 유전자치료제의 발전 과정에 바이로메드가, 그리고 제가 참여하고 있어 대단히 기쁩니다."

바이로메드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건물 3층에 자리 잡았다. 유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벤처이다 보니 서울대에 있지만, 이공계 학생들이   선뜻 지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벤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진=바이로메드 제공>바이로메드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건물 3층에 자리 잡았다. 유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벤처이다 보니 서울대에 있지만, 이공계 학생들이 선뜻 지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벤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진=바이로메드 제공>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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