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 온라인 20만 명, 오프라인 10만 명 지지
원자력 학계 "합리적 근거 기반으로 정책 전환 이뤄져야"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 없이 오해와 편견만으로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원자력학계는 이같이 지적했다. 원자력학계와 국민을 중심으로 탈원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탈원전 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현 정부는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10년 넘게 정부 계획에 따라 추진되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고,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이 중단되면서 매몰 비용으로만 4000~6000억 원이 추산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이 급격하게 몰락하고 있으며 미래 원자력 연구 동력도 잃고 있다"며 "국내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기술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나라 안팎에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안에선 에너지 정책이 기준점이 돼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밖에선 원전 종사자들이 국내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원전 수출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국은 2009년 원전 건설·안전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 원전 4기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해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한 바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17년 정부가 발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뜻을 왜곡하는 정부의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논의만 있었을 뿐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다"면서 "국가 에너지 정책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토양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감성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만에서는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을 국민 59%가 반대하며 정책을 뒤집었다. 탈원전으로 전력 예비율이 감소하고, 만성적 전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정전 등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서다. 대만에서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이끈 예중광 대만 칭화대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며 "전 세계 추세는 탈원전이 아닌 원전 유지"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자력 학계, 국회의원 등이 주축이 돼 발족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 본부'는 지난달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1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온라인 20만 명, 오프라인 10만 명 등 총 30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국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가 이번 30만 명 서명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조만간 서명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에너지 정책 전환 시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는 '에너지법' 개정안을 2월 국회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원전 관련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국민 청원 홈페이지'를 운영해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답변해왔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한 청원은 아니지만, 정 정책위의장은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한 달간 30만 명이 서명한 만큼 청와대에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 본부'가 진행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20만 명이 참여했다. <사진=okatom 갈무리>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 본부'가 진행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20만 명이 참여했다. <사진=okatom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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